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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3 13:19
엄청난데요 덜덜.... 다 좋네요 전 특히 2번 4번이 마음에 드네요
1번은 '장수생의 내음새가 난다' 부터 그 느낌이 확 오네요 크크
14/04/03 13:41
단어 외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책상에는 책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영어 단어들을 다 외울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야 할 단어들 이제 다 못 외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개념이 충만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단어 하나에 피로와 단어 하나에 싫증과 단어 하나에 구토감과 단어 하나에 짜증과 단어 하나에 욕와 단어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단어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신나게 당구치고 있을 아이들의 이름과, 수, 시, 태, 이런 중요 영어문법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결혼한다고 돈 모으는 커플들의 이름과, 표준어, 신민회, 동학, GDP, 환율, 오토 마이어, 법률행위적 행정행위 이런 어려운 문제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단어 외기가 아슬히 빡시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서 일하고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짜증나 이 많은 단어가 적힌 책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지우개로 지워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봄이 지나고 나의 책상에도 여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시험지 위에도 자랑처럼 동그라미가 무성할 게외다. ... 어줍잖게 따라해 봤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 ㅠ_ㅠ)
14/04/03 14:16
공부하시는 내용을 보니, 대략 시험을 알겠군요. 뭔가 익숙합니다.
역사학도이자 국문학도인 눈시님의 패러디 시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벚꽃 따위에 휘둘리지 마시고 굳은 마음가짐으로 파이팅하세요!! 분명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14/04/04 00:34
와, 정말 다 좋은데 3번이 최고네요. 엄청난 싱크로율과 리얼리티... 훌륭한 패러디 맞는데요!
저도 옛날에 쓴 거 하나 놓고 갈게요. 점수가 오르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점수가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사월 어느 날, 그 하루 졸립던 날, 자신 있게 푼 문제마저 다 틀려 버리고는 바라던 점수는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점수가 떨어지면 그뿐, 내 시험은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점수가 오르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합격의 봄을.
14/04/04 08:41
하핫,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찬란한 합격의 봄이라..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이런 깨알같은 패러디들이 수험생에겐 외로움을 달래주는 낙이자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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