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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4 22:55:41
Name 뻬파
Subject [일반] 감탄하다.
*

안녕하세요 금뻬파입니다.

제 트위터를 본의 아니게 구독하거나 알티당한 글을 보신 분이 많으시겠지만(...)

최근에 좀 놀라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뭐 안좋고 기분 나쁘고 이런게 아니라

정말 그냥 놀라운 일이였는데요. 트위터 보신 분들이야 아시겠지만 좀 정리해서 글로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

아시는 분이야 아시겠지만 저는 통신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라고 하기엔 좀 많이 모자라고

다른 분보다 이 일을 하는만큼 조금 더 알긴 하겠죠?

여튼 최근 민원을 하나 공유받게 됩니다. 어떤 민원이였냐면

어떤 아이의 부모님께서 아이의 핸드폰을 통해 통보받던 아이지킴이/아이위치 확인 서비스가 정상적이지

않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런 LBS(Location Based Service)의 경우 인근 기지국에서 일정 시간마다

해당 단말의 위치를 확인하여 정해진 시간에 그 위치를 요구한 사용자에게 문자등으로 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정확하게 오지 않는다거나 아예 오지않는다라는건 저희에게 있어선 좀 골치아픈 일입니다.

가능성이 많거든요. 핸드폰 문제? OS 문제? -스마트폰의 경우 안드로이드 버전이나 통신사 서비스 형태에 따라 위치가

다른 기준으로 찍히거나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전파수신 환경 문제? 가능성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해당 서비스를 확인하였는데 이상이 없습니다. 전파상태도 좋고, 핸드폰도 이상이 없어요. 심지어는 교환기에

최종 위치가 확인이 되요. 만약 핸드폰이 꺼졌거나 전파 미수신 지역으로 갈 경우 해당 시그널이 교환기에 기록되거든요.

그런데 그런게 없어요. 일이 점점 미궁으로 빠집니다. 핸드폰 배터리를 뺐나? 하고 보니 아이의 핸드폰은 배터리 일체형입니다(...)

***

현장에 계신 직원분이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혹시 핸드폰에 뭔가 한게 있니? 라고 물어보니 엄마가 없는 것을 확인한 아이가

대뜸 알루미늄 호일을 꺼내더니 핸드폰을 그 호일로 싸서 가방에 넣어버립니다. 그리고서는 '이러면 엄마가 나 어딨는지 몰라요'라고

이야기하더랍니다. 깜짝 놀랬죠. 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였거든요.

결국 다 듣고나니 엄마가 아이가 학원을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전화를 하고 그러더래요. 근데 애는 그게 싫고...

끄면 끈다고 야단맞고 못끄게 일체형으로 바꾸기까지 하니... 그러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루미늄 호일로 핸드폰을 싸면

전파수신이 안된다는것을 알았데요. 그래서 그렇게 전파 차폐에 성공한거죠.

역시 놀고자 하는 의지는 초등학교 2학년한테 전파공학을 공부하게 하는구나야... 라면서 감탄했습니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였어요.

****

다음날 퇴근해서 운동하러 가는데 갑자기 사무실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문제의 초등학교 2학년 애가 어떻게 알루미늄 호일로 핸드폰을 포장했는지 알게되었다고....

-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전화가 잘 안되더라.

-> 핸드폰을 쇠로 된 냄비나 쇠로 둘러 싸인 냉장고에 넣으니 전화가 되다 말다 하더라.

-> 엘리베이터는 쇠로 된 상자다.

-> 쇠로 된 상자를 들고 다닐수 없다

-> 김밥천국에서 김밥 쌀때 쓰는 알루미늄 호일이란건 쇠랑 비슷하다고 학교에서 들었다.

-> 핸드폰을 호일로 포장하듯 감아보자.

저런 사고 과정을 거쳐서 전파 차폐에 성공한거였어요.

저건 사실 마이클 패러데이 이론 배워보신 분이라면 다들 놀라실거예요.

배워서 아는거랑 저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런 본질을 꿰뚫는건 진짜 대단한거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저 정도가 가능하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였습니다.

진짜 공학계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졌습니다.

PS. 그러니 어머니 그 애 그냥 위치추적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거 하게 두세요 알아서 잘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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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4 22:58
수정 아이콘
정말 감탄할만 하네요!
키니나리마스
14/03/14 23:01
수정 아이콘
될 놈 될인가요.. 흐
14/03/14 23:01
수정 아이콘
되려 그 어머니때문에 공부랑 담쌓기라도하면... 중간만가서 기본만 한다면 한동안은 되려 저런 사고력과 탐구의 즐거움을 잊지않게 도와주는게 중요하지싶어요 참 대단하네요!
jjohny=쿠마
14/03/14 23:02
수정 아이콘
하... 이런 영재라니...
닉부이치치
14/03/14 23:23
수정 아이콘
이거 억지로 학원보내는 어머니의 교육방침과 맞물려서 묘하게 인상적이네요 크크
쿨 그레이
14/03/14 23:26
수정 아이콘
와, 센스...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Siriuslee
14/03/14 23:27
수정 아이콘
하지만 멕스웰 방정식을 본 아이는 좌절하겠지.
잠잘까
14/03/14 23:27
수정 아이콘
제가 어렸을때 번개와 천둥을 보고서 빛이 소리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았죠. 흐흐흐흐흐. 그리고 공대에 와서...ㅠㅠ...

애가 무럭무럭 잘 컸으면 좋겠네요.
我無嶋
14/03/14 23:31
수정 아이콘
역시 잉여로의 욕망은 진보의 원천이예요. 멋진꼬마네요
구밀복검
14/03/14 23:37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까 생각나는 건데, 제가 어릴 때 스스로에게 놀랐던 것은 초2 때에 1부터 30까지 숫자를 한 턴에 서로 1~3개의 숫자를 차례대로 번갈아가며 부르면서 마지막에 30을 말하는 사람이 지는 식의, 그러니까 29까지만 말하고 상대에게 30을 남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런 게임을 뭐라고 하는지 까먹었는데 여하간)의 필승법을 알아낸 거였어요. 상대가 숫자를 몇 개 부르든 내가 그에 맞춰 부르면 두 턴에 불리워지는 숫자를 4개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걸 조금 응용해서 동전 따먹기에 써먹고 용돈을 확보하곤 했었죠. 어린 맘에는 그렇게 한 푼 두 푼 따면서 제가 천재인 줄 알았었네요. 뭐 조금 커보니 진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별 거 아니었지만...
나중에 대항해시대4 해보니까 미니게임으로 등장하더군요. 근데 컴퓨터(페르난도 디아스)도 필승법을 알고 있어서 항상 처음에 유리하게 셋팅된 쪽이 질 수가 없더군요. -_-; 그야말로 셋팅빨...
곧내려갈게요
14/03/14 23:41
수정 아이콘
1:1로 하면 1만 외치면 이기죠.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 쯤이였던거 같은데, 30부르면 지는게임이 언제부턴가 친구들 사이에서 25을 부르면 이기는 게임이 되고
언제부턴가 21을 부르면 이기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이때 계산이 빠른 애들은 등차수열 개념을 떠올려서 1만 부르면 이기는걸 깨닫기 시작했죠.
구밀복검
14/03/14 23:42
수정 아이콘
네 이거였죠. 29 25 21 17 13 9 5 1 크크. 숫자 개수가 달라지면 또 그에 맞춰 바꾸면 되고.
14/03/15 11:20
수정 아이콘
베스킨라빈스 31같은 게임 말씀하시던거 같네요 크크
곧내려갈게요
14/03/14 23:39
수정 아이콘
와.... 9살이?
14/03/14 23:51
수정 아이콘
와 제가 저 아이 부모라면 저 얘기를 듣고 자식이 엄청 대견하겠는데요. 이놈 똘똘하네 크크
Abrasax_ :D
14/03/14 23:52
수정 아이콘
천잰대?
모지후
14/03/15 00:13
수정 아이콘
천잰대?(2)
larrabee
14/03/15 00:15
수정 아이콘
이야.... 급하면 저렇게되는구나..
MLB류현진
14/03/15 00:29
수정 아이콘
크게 될 사람이구만 ~
Arya Stark
14/03/15 00:40
수정 아이콘
미래에 저 아이는 의대를 가게 됩니다.
불멸의황제
14/03/15 00:50
수정 아이콘
녀석...뭐가될진 모르나 뭐가 되도 될 아이같군요
사티레브
14/03/15 01:38
수정 아이콘
좋은거 알아가네요... 흐흐흐
웨인루구니
14/03/15 02:04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는 자라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RE 테스트에 끌려 들어가게 되는데..
나쵸치즈
14/03/15 07:22
수정 아이콘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4/03/15 10:27
수정 아이콘
저러다가 인문계에 가면.. 현실은..
내일은
14/03/15 10:29
수정 아이콘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크크
14/03/15 11:20
수정 아이콘
2학년짜리가 저런 대단한 생각을 할 정도면...
굳이 휴대폰 위치추적까지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님...
본인이 알아서 잘 할 거예요...
14/03/15 16:50
수정 아이콘
위치 추적은 딴짓 감시도 목적이지만, 아이의 신변이 걱정되서가 더 큰 이유같은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서야 위치 추적이 필요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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