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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04 05:27:28
Name 곰주
Subject [일반] 다시보는 명작, 로보캅 (1987) 그리고 디트로이트
※주의: 영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일단 백스페이스를 권합니다.
           그래봤자 반전이 심한 영화는 아닙니다만....



===========================



제목: Roboccop
년도: 1987
감독: 폴 버호벤 (Paul Verhoeven)



1987년 겨울, 우리나라에서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한 영화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로서의 흥행을 넘어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퍼지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런 CF에까지 등장하게 되지요. 최... 최명길 짱짱걸!!!!!


-------------------------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이 이후에는 줄거리를 포함하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특별히 반전요소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 중,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누르시길 바랍니다.]






--------------------------



줄거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멀지 않은 미래, 범죄 집단이 디트로이트시를 장악해 감에 따라 시 경찰은 그들을 제거할 강력한 힘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그러던 때에 유능한 경찰관 머피(Murphy/Robocop: 피터 웰러 분)가 범인들을 쫓다 무참히 살해된다. 방위산업체의 과학자들은 즉각적으로 머피의 몸을 티타늄으로 보강하고 지워진 기억 위에 정교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집어넣어 극비리에 최첨단의 사이보그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머피의 개인적인 감정을 말소하지 않은 모튼(Morton: 미구엘 페러 분)의 실수로 로보캅 머피에게 감정의 변화가 살아난다. 로보캅은 디트로이트 서부로 전근해온 여경관 루이스(Lewis: 낸시 엘렌 분)와 함께 옴니 산업에 유감을 품은 죤스(Jones: 론니 콕스 분)가 조정하는 악당들과 결전을 펼친다.'

출처: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61
원출처: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




중학생일 당시, 로보캅이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이랬습니다.

"으악! 잔인해!!"

맨처음 주인공인 머피가 무참히 살해되는 신은 지금봐도 끔찍합니다. 사지가 찟끼고 피가 난무하죠.
하지만 잠시 후, 그런 끔찍함을 잊게 만드는 멋진 로봇의 등장과 액션!

사람들은 이 로봇에게 "로보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로봇으로서의 강령을 지키게 하죠.

그러다가 갑자기 과거의 회상과 인간으로서의 고뇌...



그러면서 더이상 나오지 않는 멋진 로봇헬멧과 보기 흉한 대머리 아저씨의 얼굴.


(음... 헬멧이... 헬멧이!!!!)



그리고  결국 마지막 원흉을 무찌른 이후 영화에 나오는 최후의 대사는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Nice Shoot'in Son, What's your name?"
"Murphy (씨익)"


당시 어린 마음에 느꼈던 주제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가치, 그리고 정의는 승리한다...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로보캅을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몰랐던 설정에 대해서 더 알게됬죠.

엄밀히 말하면 몰랐다기보다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고 봐야 옳겠지만 말입니다만....

새롭게 알아차린 것은, 폴 버호벤 감독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풍자적 시각이 영화내내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몇가지 적어보면,

1.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도시 재개발 사업에 관련된 범죄조직이나 개발주체인 회사가 철저하게 자본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다는 철저하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다룬 영화라는 점.

2. 경찰의 파업은 단순히 직위의 이동이 아닌 공권력의 민영화로 인하여 경찰이 OCP기업 산하로 민영화 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점

3. 그리고 로보캅은 그러한 경찰과의 마찰로 인해 발생한 인력의 부재를 매꾸는 하나의 도구였다는 점.

4. 그리고 도구에서 스스로 벗어나 인간성이 회복된 로보캅은 더이상 헬멧을 쓰지 않는다는 점 (!!!!)



영화 내용의 중요한 한 축은 공권력의 민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민영화의 주체는 고용인, 즉 경찰들과 마찰이 벌어지지요.
이런 연유로, 경찰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민영화의 주체인 OCP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계속 선전합니다. 이와 더불어 범죄조직과의 연계를 통하여 치안의 조절, 즉 대중에 대한 공포통치가 가능해 진 것이죠.

물론 그 주체는 OCP 즉 거대자본이구요.

그리고 지배 세력의 확립에 이용되어지는 도구 중의 하나가 바로 로보캅이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 머피로서의 각성과 거대자본을 대립구도로 만듬으로서 자본주의 사회가 미칠 수 있는 인간성의 상실을 경고한 사회비판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엔하위키 미러나 여러 블로그 사이트들, 그리고 기사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이 과연 맞나 다시한번 확인해 보고나서 좀 놀라기도 했구요.




참고로, 이 영화의 장소로 선정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공업의 도시였죠. GM, 크라이슬러, 그리고 포드...대기업의 자본이 지배하는 대표적인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7월18일에 파산했습니다.

제목: [경제] 디트로이트 파산, 빈곤의 섬이 된 도시
링크: http://sisun.tistory.com/1285







끝으로, 로보캅은 1편으로 끝내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3편은.... 로보캅이 날아다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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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4 05:58
수정 아이콘
작은 도둑은 기계경찰로 싹 쓸어버리고 범죄왕 하나는 일부러 남겨둬서 공생한다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정말 탁월했지요. 근데 사실 로보캅을 만든 모튼은 저 정도로 썩은 놈은 아닙니다. 그는 그냥 자기가 마약중독자일 뿐, 로보캅 프로그램이 정말로 성공해서 사장이 되길 원했죠. 범죄와의 공생은 ED209 (사이보그가 아닌 100% 로봇) 을 개발했던 딕 존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영화의 흐름상 자연스럽지요.
14/01/04 06:06
수정 아이콘
그렇게 봐야겠네요. 전 어떤 것을 바라볼 때 나름 단순화 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모튼이든 딕 존스든 잘 만든 입체적인 악당이라고 보았습니다.
14/01/04 06:05
수정 아이콘
파산 관련해서 올려주신 링크글도 재미있네요. 미국처럼 지자체간의 예산이 독립적인 나라는 바로 옆 도시끼리도 교육 예산등이 차이가 많이 나지요. 그래서 저도 저 정도 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에 정착했고 제 그런 행동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저런 것도 집단 이기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14/01/04 06:10
수정 아이콘
아는 척 하자면, 디트로이트 옆에 있는 대학도시에서 살아봐서 제가 그 쪽이 좀 아는데요^^;;;;

디어본이나 플린트 쪽을 가면 난리죠. 대낮에도 가기 꺼려집니다.
근데 앤아버나 노바이만 가면 깜짝 놀라죠. 미국에서 손 꼽을 만큼 안전한 도시니까요.


재미있는 건, 제가 링크한 글과 같이 바라보는 사람의 의견이 좀 더 포괄적 의견이라고 봅니다만.
우리나라 보수 매체는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부동산가격의 폭락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14/01/04 06:26
수정 아이콘
앤아버 주립대 나오셨나보네요. 저도 앤아버에 절친이 자리잡아서 한 번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간 김에 디트로이트 재즈 클럽이나 가볼까? 하고 그쪽 가봤는데, 말씀하신 대로 단순한 황량함을 넘어서 신변에 위험이 느껴지더군요
14/01/04 06:35
수정 아이콘
미시간 주립대 갔을 만큼 똑똑하지는 않아요. 허허.

디트로이트에서 야구보러 갔다가 길일어서 죽을뻔 한 경험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14/01/04 07:06
수정 아이콘
아 그런가요. 괜히 넘겨짚었네요. 하여튼 디트로이트는 무섭더군요. 하루만에 거지와의 일대일 면담을 두 번 했다능. 5 cm 앞까지 와서 돈 달라는 거지.... 의 모습을 한 덩치 좋은 흑형과 흑누나들이 너무 무서웠다능
드라고나
14/01/04 07:00
수정 아이콘
나온지 한참 된 책인데, '영화 이렇게 보면 두배로 재미있다'란 책을 보면 말씀하신 풍자 요소나 인간성의 회복 등 로보캅의 여러 요소들을 정말 잘 잡아서 해석 비평해주고 있습니다. 저 책이 참 볼만한데 나온게 벌써 11년 전이란 게 문제군요.
레지엔
14/01/04 09:10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에 걸친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 알고보면 의외로 뒷맛 씁쓸한 스토리를 섞은 영화들이 꽤 있었던 기억입니다. 람보, 터미네이터, 나이트메어... 로보캅이 아마 그런 쪽에서는 가장 '머리를 비우고 감상하기'와 '머리를 쓰면서 감상하기'를 모두 만족시킨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시리즈들 모두 다 2편부터는 원래의 미덕을 상실하고 다른 미학에 충실하게 됐다는 것도.
14/01/04 09:40
수정 아이콘
저도 로보캅을 상당히 높게 봅니다.

람보는 대놓고 반전이었죠.
시나리오만 놓고 본다면 플래툰이나 풀메탈 자켓, 그리고 지옥의 묵시룩급의 영화라 봅니다.
문제는 그 후속편들은 완전 미 영웅주의에 물든 영화로 변질됬지만 서도 말이죠.
레지엔
14/01/04 10:03
수정 아이콘
뭐 람보는 사실 록키처럼, 실베스터 스텔론의 이미지가 B급 액션배우로 굳어지면서 오히려 이전 작품에 대한 평가절하가 이뤄진 케이스긴 하죠. 그러나 람보1은 진짜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보캅도 배우의 카리스마가 실베스터 스텔론급이었다면 아마 좀 평가가 바뀌지 않을런지...
14/01/04 10:1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로보캅과 람보가 개봉된 시기의 상황이라던가 영화의 마케팅을 생각해보면,
뭐...뻔할 뻔짜죠.
14/01/04 09:37
수정 아이콘
폴 버호벤 형님... 이번에 영화 하나 내셨던데 어떨런지
영원한초보
14/01/04 10:31
수정 아이콘
초등학생때 로보캅 신림동 우성극장이라는 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봤네요
3류극장이라 화면에 비도 조금씩 내리고 했는데
주인공한테 정말 감정이입 제대로 하면서 봤는데
2편은 대한극장가서 봤던것 같습니다.
3편은 영화가 완전 엉뚱해졌는데 2편까지는 볼만했습니다.
로보캅에 있는 설정들 사회에대한 비판 날카로웠습니다.
요즘 이런 것까지 담고 있는 블럭버스터 영화 잘 안나오죠.
리메이크 한다는건 원작의 의미를 얼마나 잘 살려낼지 궁금합니다.
wish buRn
14/01/04 10:46
수정 아이콘
얼마전 케이블에서 방송됐는데..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잔인하더군요.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영화죠. 새로운 캐릭터도 창조했구요.

코믹스나 유명원작을 영화화하는게 대부분인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정말 독창적인 작품이었단 생각이 드네요
jagddoga
14/01/04 10:54
수정 아이콘
국딩때 본 2편에서의 전기톱씬이 한동안 트라우마가 된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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