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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31 14:26:02
Name 부끄러운줄알아야지
Subject [일반] 대한민국의 흔한 지하철역의 일상-취객편(1)
지하철 역에서 다소 자주 벌어지는 취객들에 관한 이야기 몇개를 올려볼까 합니다.
회상하는 내용이므로 편의상 반말체로 작성하였습니다.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객님~ 고객님 일어나셔야죠~! 여기 종점이고 막차가 끊겨서 여기서 주무시면 안됩니다!"

대충 인상을 보아하니 20대 초반 아가씨같은데 완전히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못가눈다.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지하철 바닥에 큼지막하게 빈대떡을 부쳐놓았다.

'음..파전에 두부김치를 먹었나보군. 국물이 많이 없는걸보니 술은 소주만 마셨고..그런데 내가 왜 이런것까지 분석을 하고 있을까..'

쓰잘데 없는 상상을 하며 고객을 깨운다.
남자분이라면 어깨라도 잡고 흔드련만 얼마 전 타 역에서 취객 여자손님의 어깨를 부축하고 엘리베이터를 태워드리려다가
갑자기 돌변한 여자고객이 성추행이라며 경찰을 부르는 바람에 골치아파진걸 사고사례로 들었기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그저 목놓아 외치는 수밖에..

"고객님 일어나세요!! 이 차는 이제 기지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나가셔야 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고객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흐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으..응..여기 어딘데??"
뭐 하루이틀 듣는 반말도 아닌데 20대 초반 아가씨가 내가 어려보여서 저렇게 반말을 하는가보네..라며 썩소와 함께
"네 고객님, 여긴 oo역입니다. 이게 막차이고 영업시간이 끝나서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하셔야 합니다"

힘들게 일어나 전동차 밖으로 나가길래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줄 알고 어서 가서 마감을 해야겠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차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도 역 승강장에 철퍼덕 주저앉아 전화통을 꺼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고객님의 모습이다.

'아..오늘 단전작업도 있어서 빨리 역 폐쇄하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모두 소등하고 작업준비 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어머니한테 택시타고 간다고 전화하려는 거겠지 머..금방 끝낼거같으니 잠깐만 기다려 줄까?'

경기도 오산이라 했던가..갑자기 오열을 하며 어머니가 분명한것 같은데도 xx년, x년 등등을 섞어가며 대판 싸움을 시작한다.

'아오..오늘도 편히 마감하기는 글렀구나. 역시 오늘이 금요일이었어. 내일은 토요일이라 더 심할텐데 걱정이네..'

10분정도를 기다리다가 더는 안될거같아 통화중인 고객에게 넌지시 말을 꺼내본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저희가 야간 작업이 있어 홈에선 위험하니 위에 사무실에라도 올라가셔서 통화를 하시죠.."
"됐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당신이나 올라가서 할일 하셔"
"여기 계시면 단전 후 캄캄한 곳을 작업차량들이 왔다갔다 하기때문에 위험해서 그러니 올라가셔야 합니다"
"아 신경끄고 꺼지라니까!! 꺼지라니까!! 꺼지라고!!!!!"

난 아직 귀는 잘 들려서 소리칠 필요는 없는데..
그 뒤로도 20여분을 옥신각신 하다가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 새벽 1시에 경찰을 부른다.
전화한지 10분도 안되어서 도착하는 경관님들..역시 믿음직스럽단 말이지.

"죄송한데 우리들도 요즘 하도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여자취객들은 어찌 할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관할 구역에 자살 사건이 났다는
무전이 와서 가봐야겠네요..죄송합니다"

허허허..변두리라 여경도 없다니 그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별수없이 다시 여자 고객님과 대화를 시도..는 무슨 핸드폰을 낚아채서 고객의 어머님과 통화를 시도한다.

"네 여기 oo역인데요 따님이 술이 좀 많이 되셔서 고집을 부리시네요. 빨리 좀 와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내용이 쓸데없이 길어지는군요. 사실 제대로 쓰자면 아직도 멀지만 요약하자면 새벽 2시경 어머니 도착.
승강장에서 계속 대화. 20여분 후에 밖에서 대기하던 택시기사님 입장. 셋이서 또 대화 시작.
3시 40분경 용감무쌍한 취객 따님이 철길로 도주를 시도(전 대화하기 편하시라고 사무실에 올라와 cctv로 모니터중).
도주 시도 후 위험을 감지한 저와 직원이 나가봤으나 비도 쏟아지고 깜깜하고 배는 고프고 울 엄마는 보고싶어지고..ㅠㅠ

결국 아까 왔던 경찰관님들 다시 호출.
경관들 두 명, 직원 두 명, 취객 어머니, 택시 기사님(읭?) 총 6명이 40여분에 걸친 수색끝에 터널 옆에 숨어있던
도주범(?)을 체포.
더이상의 난동은 불가하다며 수갑을 체워서 서로 연행..
사건 시작시간 12시 20분..사건 마감시간 새벽 3시 40분..

뭐 비좀 맞고 잠도 좀 못자고 사건 경위서 쓰고 상부에 보고서 쓰고 cctv자료화면 확보하고 하느라
아주 조금(?) 바쁘긴 했지만 이건 뭐 그리 심각한 축에 끼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함정..

저도 술 좋아하고 자주 마시지만 제발 필름이 끊기거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많이 먹지는 맙시다 제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위 사건보다 조금 더 심한(!) 남자 취객분과의 러브..는 아니고 사건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 때 죽방을 날렸던 22살 대학생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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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피온
13/07/31 14:31
수정 아이콘
그래서 미니스커....아! 여기 피지알이지
이쥴레이
13/07/31 14:33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의미심장 하네요. 크
패닉상태
13/07/31 14:33
수정 아이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떤 아가씨는 기내용 홑이불 두르고 고개는 뒤로 젖힌채 입은 함지박만하게 열고 코골며 곤히 자더군요..-_-;;
환승해야하는 서울역 한정거정 전에서 귀신같이 눈떠서 화장고치고 아무일 없어다는 듯 내린건 함정...
Blooming
13/07/31 14:44
수정 아이콘
먹고사니즘의 압박은 취객도 일어나게 합니다..
4월이야기
13/07/31 14:51
수정 아이콘
그 취객에겐 글쓴이님의 닉네임으로 답해드리겠습니다.


'부끄러운줄알아야지'.......
불곰왕
13/07/31 15:41
수정 아이콘
7년전에 2호선 공익근무요원이었습니다.
2년동안 겪은 취객 베스트5 꼽아보자면 ...
5위.. 나 xx일보 기자다 너 나한테 이러면 안된다 저와 직원에게 깽판 부리다가 개념 부인에게 끌려가신 남성분
4위.. 자기 지하철 타야한다고 기어서 열차안으로 들어가더니 (걱정되서 같이 탐) 만원 지하철에서 빈대떡 생산하셔서 모세의 기적 연출한 남성분
3위.. 선로로 뛰어들어서 나 다시 돌아갈래 연출중 저랑 제 후배한테 끌려나온 남성분
2위.. 술에 떡이되서 선로 반대편 벤치에 앉아있는 헐벗은 여성분 보면서 어째야하나 고민중 성추행범 등장해 여성 옆에서 나쁜손 시전
지하철수사대+기동반 불러서 검거 여성분 끝까지 정신 못차려서 서로 아는지 확인하는데 4시간 걸려서 저 잠 못잠
1위.. 여성분인데... 플랫폼에서 배설욕구 시전하고 앞으로 거꾸러짐 난감 甲 상황 청소아주머니 둘 모셔와서 해결

적당량의 취객은 참 재밌었습니다. 막차시간에 지루해서 돌아버릴거 같은데 적당한 취객 만나서 만담하면 시간이 잘~가더군요
바람모리
13/07/31 18:25
수정 아이콘
동생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데요.
주로 취객관련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만 정말 오늘은 역대급 사건이었다 세상에 이이상가는 돌아이는 더이상없다.
그러고 며칠있으면 그것을 능가하는 사건 혹은 돌아이가 나타난다더군요.

기억나는게 하나 있는데..
아파트에서 자살신고가 들어와서 가보니까..
남자한명이 아파트창문에 매달려서 처음에는 죽겠다고 하다가 살려달라고..
뛰어올라가보니 없어져서 놀랬는데 남자가 매달린 아래층의 베란다창문을 발로열고 들어갔다고..
오리강아지
13/07/31 18:31
수정 아이콘
아아..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으으...
개인적으로 필름 끊긴 술주정을 몹시도 싫어하는지라 저 같으면 못참았을지도 모르겠네요;;
13/07/31 23:16
수정 아이콘
지하철 공익 근무할 때 만취해서는 수고 많으시다고 용돈 만원을 준다고 똥고집을 부리시던 아저씨가 생각나네요.
아니 선생님 이왕이면 좀 CCTV 없는 곳에서 좀...
하얀눈사람
13/08/01 07:13
수정 아이콘
아침출근시간에 지하철 선로안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게로 주워준다고 잠깐만 기다려달랬다가 그거 주울 용기도 없냐며, 그렇게 무섭냐고 하면서 지하철 타고 쿨하게 가신 여학생분이 있었습니다. 뭐 취객이야 술취했으니 이해라도 하는데 맨정신에 저런짓을 하는건 뮌 생각인지
치토스
13/08/01 08:47
수정 아이콘
며칠전 밤 집에 들어가려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쪽 복도에 젊은 여자분 한분이 완전 술에 취해 아예 잠들어 계시더군요.
지나칠까 말까 하다가, 제 여동생 생각도 나고 그냥 두고 가면 왠지 다른 못된사람에게 봉변이라도 당할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 올때까지 그냥 그 여자분 앞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가 그 여자분 어떻게 하려는줄 알고 계속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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