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 25세 청년입니다.
제가 신문을 돌리는 단지는, 18개 동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혼자서 돌리게 되면, 2시간 30분정도가 걸리고, 2명이서 돌리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집안 사정도 어려워지면서 시작을 하셨고,
혼자서는 너무 오래걸리기 때문에, 아버지, 그리고 저와 번갈아가면서 신문 배송을 합니다.
세대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몇시에 신문을 돌리느냐가 결정되지만, 보통은 3시쯤에 배송작업을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오전 3시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시간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겨울에 오전 3시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정말 따뜻한 시간입니다. (물론 손은 시렵습니다.)
늘 3시에 돌리던 신문이었는데,
이번주는 새해 첫 주라서 새벽예배도 없고해서, 어머니와 4시 반에 신문을 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통 신문이나 우유 배달을 하시는 분들은, 2가지 방법으로 배달을 합니다.
1-10층까지 돌려야한다면, 1-10층까지 다 눌러놓고,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법이거나.
저같은 경우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으로 배송을 합니다.
새벽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한잔하고 대리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
술집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여성분들, 일찌감치 멀리 출장을 가는 사람들,
새벽에 예배를 드리러 가는 사람들,
신문을 제외한, 우유, 녹즙, 계란 등을 배송하는 다른 배달원들 등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엘리베이터를 쭉 눌러놓고 돌리기 때문에,
혹시나 위에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경우에는 반응들이 참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을 세워놓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엘리베이터 전세냈냐고 궁시렁궁시렁 대는 사람들도 있고,
앞으로 이시간에는 신문하지 말라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거의 30%정도 되고, 대부분은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여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늦게 신문을 돌려서 출근하는 분들을 몇 만났습니다.
그 중 한분은 18층에 사시는 아저씨였는데,
1,5,6,7,8,10,15,17,18층.
이렇게 배송을 했기 때문에, 거의 7분 이상 기다리셨을 꺼에요.
엘리베이터가 열렸는데, 한 사람이 서있길래 아차 싶었습니다. 죄송하기도 했구요.
18층에 멈춰서자, 아저씨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고,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신문을 예전에도 돌렸고, 벌써 2년 가까이 해봤지만,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사실 처음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이런 저런 얘기하시면서,
신문 돌리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느냐. 날씨는 추운데 어려운 점은 많이 없느냐 등
이런 저런 얘기 해주시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면서는,
'그럼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되세요'
하시면서 한참 나이도 어린 나에게 존댓말로 끝까지 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네, 좋은 하루되세요.' 하면서 인사를 했죠.
그리고 오늘. 이번에는 제가 조금 늦었는지,
현관 자동문 앞에서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18층 아저씨는 이번에는,
'허허, 오늘은 내가 좀 빨랐네요.' 라고 말씀하시며 웃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또,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오늘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신문을 돌리거나, 우유를 돌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저희같은 배달원들을 잘 보지도 못하고, 마주치지도 못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남들이 자고있는 시간에, 열심히 뛰고 일합니다.
집이 있는 곳에는 누구든지 신문이나 우유를 배송을 해야 합니다.
저희같은 배달원들이 전국에 엄청난 인원이 새벽에 함께 뛰고 있는 것이죠.
새벽에 엘리베이터를 차지한다고 화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전부였지만,
어제와 오늘 만난 아저씨는 남들과 같지 않고, 격려도 해주시고, 힘내라고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가 아닌가. 이렇게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최근에, 날씨도 춥고, 고민거리도 많고 그래서, 힘든 연초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른 새벽에, 그 몇 분 사이에, 스쳐지나가는 말이더라도,
아저씨의 몇마디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공적인 공간이라서 정확한 위치를 말할수는 없지만,
18층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 이 세상은 오늘도,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새벽에 신문이나 우유를 배송하는 배달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차지한다고 해서,
너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시지 마시고, 지나가는 말이라도,
힘내세요 라던가, 따뜻한 한마디를 건내주세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