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께서 꽤(?) 괜찮은 칼럼 하나를 발견했다고 소개해주셔서 읽어봤습니다.
http://dok.do/WS2l82 (뉴데일리입니다)
제목은 본 글의 제목처럼 ‘조선일보 틀렸다! 유태인에 속았다’라는 긴 장문의 칼럼으로 칼럼가는 박성현 씨라는 분입니다.
저도 얼핏 이름만 들었던 사람인데 이 양반은 대학시절 PD계열 핵심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공산권 몰락 이후 세상을 보는 관점이 180도로 바뀐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뜬금없이 조선일보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저같이 제대로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기에 꽤 허점이 좀 보이는 글이었습니다.
‘자본주의 4.0’을 비판하면서 건전한 공화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본 글에 대한 생각을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칼럼이 길어서 읽기가 매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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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의 핵심은 조선일보 비판의 관점을 흔히 말하는 진보진영의 비판 논리를 차용하여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는 공화주의를 옹호하면서도 전세계적 경제위기를 자초한 신자유주의 이론이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금융자본의 탐욕을 비판하는 자본주의 4.0을 괴변이라 치부하며 그 이론이 유태계 금융자본의 농간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양반이 쓴 ‘망치로 정치하기’란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 때도 제 생각은 이 분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자기성찰로 쓰는 것이라기보다 무슨 경천동지할 내용을 새로 발견한 양 침소붕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위 칼럼도 역시나 그런 면이 녹아있었습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또는 남한과 북한의 체제우열 논쟁에 대해서 뒤늦은 평가번복이 있고 우리가 직면한 자유주의적 위기 그리고 그 대안을 공화주의에 대한 비전이 질서 없이 뒤 섞여 있습니다.
각설하고 본 칼럼을 읽고 드는 생각을 정리하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우리나라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서구와 다르다는 것은 지나가는 유치원생도 알 정도로 다 알려진 부분인데 본 글에서는 마치 자신이 처음 발견한 것처럼 과시하고, 그것도 과거 진보를 자처했다가 그 오류 를 인정하고 보수로 전향한 사람이 여전히 단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주장이 정답인양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진보의 반대는 반동이고 보수의 반대는 리버럴이라는 부분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에야 리버럴이 진보적 늬앙스가 좀 가미됐지만 베이스는 자유주의적이란 뜻이고 현대 보수우파의 본향인 미국에서도 보수의 반대가 리버릴일 순 있어도 최소한 유럽에서 자유주의는 우파이지 좌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20년 전 조선일보가 처음 썼다고 아는데 제가 알기로 학단협 등을 이끈 진보진영 학자들이 먼저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째 ‘신자유주의=공화주의’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는데, 이 둘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고대의 자유주의가 공화주의라면 근대적 공화주의의 변형이 자유주의라고 할 수도 있기에 자유주의는 고대 공화주의적 전통적 자본주의적의의 계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본질적 차이는 개인의 이기적 자유에 초점을 맞춘 자유주의가 경제적 불간섭을 강조한 반면 공동체에 대한 이타적 사랑에서 출발한 공화주의는 정치적 참여를 중시합니다.
경제학 관점에서 자유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 원리의 환상에 의존한 반면, 공화주의는 시민적 덕성이 작동하는 공론장의 환상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시장 원리의 환상에 빠져있다면 공화주의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정치적 합의를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런데 본 칼럼에서 공화주의자라고 떠 드는 사람이 경제분야는 신자유주의 이론의 찬가를 부른다고 하면 이는 모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셋째 본 칼럼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와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이 모두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모두 도매급으로 넘겨 유태인의 앞잡이라는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우파 자유주의 이론가들 중에도 유태인은 많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 칼 포퍼와 경제 분야의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먼도 모두 유태인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리버럴한 지식인의 대표 주자인 노엄 촘스키도 동유럽에서 이민 온 이디쉬 유태인입니다. 본 칼럼의 논리는 마치 전라도 놈들은 죄다 빨갱이라는 군부독재 앞잡이들의 발상과도 흡사합니다.
대략 본 칼럼을 읽은 생각을 두서 없이 적어봤습니다. 그래도 한 때 국내 진보세력의 한 축을 이루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 분의 변화가 괜히 속이 쓰리긴 합니다. 뭐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어떤 부분이 이 사람을 이렇게 고루하고 편협한 시각의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