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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0 03:03:12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일단은 조그만 쌀 한 포대를 덜어 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렇게 느낀 건 설을 앞둔 1월 말 경, 아침에 깨어 배고픈 상태에서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였습니다. 올해 1월 경에 허리가 한 번 삐끗하면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을 들락거렸고, 그러다 보니 그 동안 가뜩이나 별로 안 하던 운동을 하는 빈도는 더 적어졌습니다. 설 연휴라고 해서 어디 특별히 가는 데는 없었지만 집에서는 설 분위기를 내야 하는 터라 소갈비며 전이며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전까지의 패턴대로라면 설 연휴가 지나면 제 몸무게는 일시적으로라도 몇 kg 더 불어버릴 게 뻔한 일이었지요. 그 전에도 그랬으니.

돌아보니, 굳이 허리가 아픈 게 아니더라도 약 1년 전부터 이상 상태는 조금씩 심각해져 가고 있었지요. 나이 탓이거나 매너리즘 때문이려니 여겼던 게임시 피로가 더하고 집중력이 덜해지고 재미도 덜해지던 문제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일 정도였고 글을 쓰거나 일을 하는 데에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오히려 음료수나 단 것 등을 더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해병이 전투자극제 맞는 것처럼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일을 하고 글을 쓰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체중계에서 내려오던 도중, 약 3개월 뒤에 쓰러져 책상에서 키보드에 헤딩한 채 그대로 세상을 하직하는 제 모습이 상상이 되더군요.


'게임을 하건 글을 쓰건 일을 하건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자신은 있지만 그 죽는 날이 몇달 뒤라면 대단히 곤란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생활 패턴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실행에 옮겨야겠다 싶어 어머니와 동생에게는 '지금부터 5월 말까지 10kg 을 빼겠다.'라고 목표를 말하고 밥부터 줄였습니다. 밥그릇에 가득 담아먹던 밥을 절반 이상 채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혹여 어머님이 더 담으려고 하면 제가 덜어달라고 했습니다. 기름진 음식 섭취량도 줄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설 연휴 내내 음식상에서 저는 입맛만 쩝쩝 다셔야 했지만, 대신에 명절 이후 몇 kg이 갑자기 늘어나 원상복귀에 상당 기간 걸리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나씩 뜯어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8시 이후(그렇게 정한 이유는 제 생활 패턴상 저녁 식사 시간이 7시 반 정도이기 때문이죠)에는 물만 먹기로 했습니다. 어쩌다가 저녁을 잊고 8시가 지나가버리면 저녁을 굶었습니다. 많을 때는 1년에 400여병 먹던 콜라나 사이다도, 즐겨 먹던 과자도 더 이상 집안에 사오지 않았고 그간 모았던 피자나 치킨 배달 및 쿠폰도 전부 소각시켜 버렸습니다.

허리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과 이 문제를 상의한 끝에 먼저 '걷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의사 선생님 말에 의하면) 1월 말 경의 제 몸 상태는 '걷기밖에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체력도 문제였지만 허리는 삐끗한 게 낫지 않았고 무릎, 발목도 이미 상당히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깅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집 근처에서 약 600~700m 걸어가면 나오는 하천 도로가 있어서(편도 3km, 왕복 6km 코스이지만 집까지의 거리가 있어 실제로는 7km 코스입니다.) 그 곳을 목표로 잡았는데 처음 1주일은 빨리걷기도 안 되고 그 코스를 다 걸어가지도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걷기 경쟁하는 제 모습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어떻게 해서 약 10일 만에 7km 코스 완주가 가능해지자 그 다음은 빈도를 늘렸습니다. 주 3회에서 주 5회까지. 그리고 한달 반이 지난 뒤 집 근처의 조그마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습니다. 이제 겨우 20일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주 단위 상, 하체 프로그램 및 유산소 프로그램, 스트레칭 등을 교육받고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 안 가는 날은 1주일에 하루 정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주제가, 영화음악 등을 들어가면서 하천 도로로 가고 가끔은 아침에 걷기, 저녁에 피트니스에 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와서는 블로그나 PGR에 글을 쓰거나, 부탁받은 원고나 칼럼을 쓰면서 이곳 저곳에 원서를 접수시키고, 눈여겨 보던 피규어가 나오면 예약하거나, 게임을 합니다. 참고로 게임 시간은 회사에 다니던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평균 4~5시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패턴을 바꾼 이후 예정보다 빠른 두 달여만인 4월 첫째주까지 일단 조그만 쌀 한 포대를 덜어냈습니다. 10kg가 일단 빠졌죠.

10kg라면 많아 보이지만 PGR 질문게시판에 보면 저보다 더 독하게 운동하셔서 20kg, 30kg 빼신 분들도 상당히 계시더군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예정했던 목표보다 거의 절반 가량 기간을 단축해서 가족에게 약속한 목표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새로운 목표를 잡고 계속 치료와 운동과 게임과 오덕질(;;)을 병행 중입니다.

물론 견뎌야 할 부분은 아직 많고 앞으로 할 일도 멀고도 험합니다. 칼로리 섭취가 줄어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 2개월간 5kg씩 빠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기증이 납니다. 시쳇말로, 가끔 유머게시판에 올려오는 '라면 빨리 끓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예요'의 상황이 되는 거지요. 물론 그렇다고 라면 끓여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과자나 라면류는 그 이후로 안 먹고 있고 청량음료는 돌잔치 갔을 때,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집에서 가족끼리 먹을 때 한 번. 이윤열 선수 10주년 팬미팅 갔을 때 등의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술은 GSL Mar. 결승 끝나고 관계자분들과 마신 것 한 번이 전부였군요. 뭐 어쨌거나 식생활은 아직도 습관이 잡히려면 계속 조심 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면증도 잡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밤에 먹은 음식이나,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이 왔다면 지금은 밤에 공복상태가 된 덕에 불면증이 오더군요. 며칠 전에도 새벽 5시 반에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월 이후부터는 원고나 칼럼을 쓸 때면 정말이지 지옥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원고나 칼럼 작업을 할 때면 항상 커피나 당류를 정기적으로 먹어가며 작업했는데, 만 8년 동안 이어 오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대격변을 맞이했으니 몸이 반란을 일으키고 머리에서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쥐가 나더군요. 아직도 쿠데타(?) 진압에 애 먹습니다.;;

최근엔 피트니스를 다니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하게 되자(근력운동 뒤에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시간은 있습니다.) 체중이 감소되는 속도가 줄어들었습니다. 피트니스에 다니니 운동시간은 늘었는데 유산소운동의 총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운동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단은 지금 근력운동 자체에 익숙해지지 못해 근력운동을 하고나면 거의 초죽음이 되는지라 근력운동이 익숙해지고 무게도 좀 더 부하를 줄 수 있게 되면 유산소 운동은 예전만큼 혹은 예전보다 좀 더 하면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식으로 시간을 늘리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 자세한 부분은 피트니스 센터의 트레이너와 상담할 생각입니다.


여전히 직업은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집 잃은 강아지 같은 심정으로 그저 좌절만 하거나 직업만 집중해 다른 것들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것보다, 내 인생에 준비한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더 건강한 상태에서 게임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몸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데에 힘쓸 생각입니다. 다음 달이면 실업급여도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자금이 슬슬 위험한 터라 빨리 취직이 되어야 하는데 걱정이기는 하네요. 어쨌거나, 10kg을 빼겠다는 목표가 제가 설정한 것보다 두 달이나 앞당겨진 덕에 새로 설정한 2차 목표까지도 완성되면 게임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몇 달 전보다는 물론이고 지금보다도 더 맑은 정신과 집중력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 같은 발컨이 갑자기 갓영호나 정종왕이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어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서 못 나가게 되어서 집에서 자전거를 돌렸는데, 저녁을 일찍 먹은데다가 평소보다 좀 힘들게 한 덕에 눈이 핑핑 돌더군요. 오늘은 일요일이고 피트니스가 쉬는 날이라 하천 도로에 갈 생각입니다. 걸으면서 듣기 위해 좋아하는 게임 음악과 애니메이션 주제가나 아이폰에 업데이트하고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배가 고파서 잠이 잘 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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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11/04/10 04:07
수정 아이콘
힘든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저도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있어서 참힘드네요
시안님 말씀처럼 저도 다른것보다 새벽에 허기진 배때문에 잠을 못이루는 이사태를
어찌해야되는지....
참 힘듭니다 그래도 뭐 좋은날이 오겠지요
힘내세요!
조폭블루
11/04/10 04:47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군요...
전 -_-) 휘트니스에서 좋아하는 "등록하고 안가기" 를 하고 있습니다.
181.5cm 125kg 이것이 지금 저의 상태이지요
이정도면 저도 "이대로는 안되겟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할터인데...
전 이상하게 불편함이 없더라구요..... (- _ -) 워낙에 이러한 몸무게로 오래 지내서인지...
여자친구도 빼라고 하는데... OTL
전 안되나봐요 ㅠㅠ
11/04/10 05:32
수정 아이콘
수업듣다가 교수님이 말씀해주신건데, 다이어트 할때 식욕이 생기는 이유중 하나가 비타민이나 기타 무기질등이
다이어트로 인해서 부족할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이어트와 함께 종합비타민을 같이 먹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꼭 목표를 이루셔서 건강한 시안님의 글을 볼수 있으면 좋겠네요 :D
11/04/10 07:35
수정 아이콘
168 / 75 을 약 4년째 유지해 오다가 반년쯤 전에 68까지 줄인적이 있습니다. 목표가 65였는데 선천적 의지박약증이 다시도져서 지금은 72로 살고 있습죠 ㅠㅡㅠ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일인데 저도 꼭 65달성 하겠습니다 시안님도 화이팅 하세요!! [m]
카이레스
11/04/10 07:42
수정 아이콘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도 한때 살이 너무 쪄서 45일동안 14kg 뺀적이 있습니다.
스쿼시랑 헬스하면서 미친듯이 했었죠.
굶지는 않고 식사량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계단만 사용하기 이런 식으로 했었는데
그 버릇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엘리베이터는 잘 안 타게 되네요.
2개월간 잘 해오셨으니 앞으론 더 순탄히 잘 하실 수 있을겁니다^^
Grateful Days~
11/04/10 08:36
수정 아이콘
아.. 저도 40kg정도 감량하는 다이어트가 막을내린지 1년 반이 흘렀군요.

그후로 5kg정도 쪘지만 근육량 늘리기의 일환이기도 하기에 조금씩만 손을 보고(?)있습니다.

저도 예전 몸무게근처로 14년정도를 살아놨는데 결국 허리와 무릎이 서서히 무리가 온다는걸 깨닫고 서서히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정했었지요.

근력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고 유산소 위주로 운동을 해놔서 살을 빼니 상체 근육은 별로 없고 하체만 튼튼해진 상태가 되었네요.

요요의 최적화대상이었죠. 껄껄..

전 다이어트 과정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질 않았네요. 20개월동안 진행하면서 서서히 뺀거라.

단지 종합비타민은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한끼정도 굶는다고 큰 영향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새벽에 배고픔에 잠못이루시면 따뜻한 녹차나 약간의 우유를 추천합니다. 물로 채우는 방법도 있지만 -_-;;
11/04/10 12:49
수정 아이콘
위에분 말대로 다이어트는 단기간에 조급하게 하면 정말 힘들죠.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죠.
장기적으로 편안하게 하신다면 요요도 없고 몸도 좋아지고 힘들지도 않죠.
11/04/10 13:15
수정 아이콘
체지방 -4.5 근육량 +3.5 하는데 45일정도 걸렸습니다.
체지방률은 21퍼센트 정도에서 14.5정도로 떨어지더라구요.

유산소비중이 줄어서 체중 감량시간이 줄었다 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량 늘리면서 체지방 줄이는 과정이라고 생가하시면 매우 즐거운 일정이 되실겁니다!! [m]
the hive
11/04/10 14:17
수정 아이콘
어떤사람인가 했더니 시안님이라서 깜짝;;;
저같은 경우는 비타민+단백질 식품으로 분투중입니다(--;;)
가끔은 돼지목살도 섭취해주는 센스(그게 가능하냐..-저같은 경우는 싼 뷔페집을 알아내서 가능 안그럼 불가능-)
그래도 좀 무리했다 싶은 경우에는 밥등을 섭취해주기도 하죠
진리탐구자
11/04/10 19:26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더군요. 그냥 적절히 운동하고, 적절한 음식을 적당하게 섭취하는 생활을 반년 가량 하면 적절한 몸 되는 듯.
단기간에 뭘 어쩌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생활 습관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면 별 힘 안 들이고 제 체중 찾는 것 같습니다.
11/04/10 21:13
수정 아이콘
재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면서 놀아보니;; 어느새 살이 110kg언저리에 있었습니다. 겨울에 회사를 들어가고 1년 몇개월 바쁘게 지내다보니 지금은 84정도로 내려왔네요. 대학졸업 이후 90kg이하가 되었던 적이 없었는데, 올 겨울에 몸무게를 재보니 88kg이어서 정말 "하면 되는구나"를 곱씹었던 기억이 있네요 ^^

저는 아침에는 밥 반 공기에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30분 정도 걸어가고, 퇴근시에는 전철역에서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1시간 정도 걸어서 집에 온 뒤 저녁은 먹지 않고 양상치나 브로컬리같은 샐러드류만 먹는 게 한 두 달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 잔 할때나 일요일에 폭식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월~금동안 체중이 조금 빠져도 주말만 되면 원상회복되는 게 매주 반복이 되고 있네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거는 재미가 없어서 오래 하질 못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하천부지길을 걷는 게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제가 사는 안양같은 경우는 안양천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하천길로 오고가는 사람도 많고 나름 재미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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