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약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든어택에 지난 4월 5일부터 새로운 챠밍 캐릭터(?)인 '아이링'과 '링링'이라는 캐릭터가 담겨진 유료 아이템 세트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래의 관련기사들에서 보는 것처럼 이 두 캐릭터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특히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인기가수 '아이유'의 디자인 및 방송 출연 의상을 도용한 것임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인벤] 서든어택, 아이유 도용 캐릭터 논란

[TIG] 서든어택, 아이유 닮은 ‘아이링’ 캐릭터 논란

아이유는 현재 엔트리브가 서비스하는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에 게임 전속모델로 기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유를 모델로 한 캐릭터는 적어도 게임에서는 나올 수 없지요. 따라서 이것은 아이유의 초상권 및 경쟁 게임사의 전속계약 등의 여러 권리를 침해한 도용행위입니다. 특히 이번 도용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에 게임 셧다운제다 뭐다 말 참 많고 게임을 배척하는 정치인 및 어용 시민단체들의 악다구니가 역대 최고로 거센 상황에서 하필 폭력성이 가장 문제가 되고 아해들의 등급위반도 가장 빈번한 FPS 게임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플레이 가능 캐릭터로 등장시켜 서로 총격이 가능하게 만든 점이지요. 정말이지 이건, 게임 제작사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만 - 회사측에서는 서든어택에서 자체적으로 제작된 캐릭터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자 하루만에 게임사 측에서는 '두 챠밍 캐릭터는 깜찍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최근 유행하는 요소들을 참고하여 제작이 되었지만 논란이 많은 관계로 우선 판매가 중지되었다'고 공지했으며 수정을 거쳐서 차주 정기 점검 시 새로운 모습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뭐 이건 제작사인 게임하이와 이 게임의 유통사인 CJ 쪽 모두 정말 생각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일이지요. 만든 인간들은 앞에서 운영자 내세워 뻔뻔한 변명 해 놓고 논란이 되니까 그제야 부랴부랴 판매중단이라니.

하지만 판매가 중지된 것으로 도용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더더욱 큰 문제입니다. 임시점검으로 중지된 것은 문제가 된 아이유 도용 캐릭터들의 '판매'뿐이며, 이미 판매된 아이유 도용 캐릭터들은 계속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따라서 아이유에 대한 도용행위는 판매를 중지했다 한들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유와 전속계약을 맺은 엔트리브 측에서는 아이유 소속사와 함께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소속사 측에서 법무 족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상황입니다.


게임계에서 사실 표절과 도용은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문제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문제들 중 주요 사례만 참고해도 웹젠의 신작 게임군 중 하나인 <위키>는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이미지가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후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미니파이터>는 일본 캡콤의 <포켓파이터>를 도용했다는 비판으로 조롱거리가 되었지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는 허드슨의 <봄버맨>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발생한 이후 1년간의 소송 끝에 허드슨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 지급 및 후속작개발에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종료되었으며 <워록>은 <배틀필드 1942: 데저트 컴뱃>의 사운드 소스와 텍스처를 도용한 것이 여러 경로로 지적되었으나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던 전례도 있습니다. <제라>는 개발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의 경쟁 게임이던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비롯한 몇몇 게임들의 원화를 도용하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분쟁 역시 넓은 의미로 보면 게임계의 도용사건 중 하나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간도 큽니다. 아이유를 도용할 생각을 하다니. 설마 게이머들을 바보로 알았던 것일까요?

서든어택을 제가 제작하거나 그 회사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게임업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더불어 아시다시피 잠시 휴식하면서 다른 게임회사들을 알아보고 있는 저는 이번 사건 때문에 과연 게임업계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 제 목표 자체에 의문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프로로서의 자각도, 개념도, 양심도, 그 무엇도 없는 이번 일에 대해 게임사와 유통사가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