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2/20 02:43:41
Name 미노
Subject [일반] 그 녀석과의 대화.
갑: 뭐하고 지냇노
을: 그냥 집에 있엇지 머..

갑: 어휴 새끼야..
을: 니 잠 16시간 자봤나?

갑: 주말에 가끔 그렇게 잔다.
을: 내 어제 그렇게 잣는데..장난아이고마

갑: 크크큭 더 피곤하제
을: 아니 그냥 좋다. 자면 아무생각없거던

갑: 에효 폐인새끼야..
을: 하하하

갑: 언제맘잡을래
을: 지금 정신적으로 힘들다. 여자 때문이 아니고..내 인생자체가..

갑: 새끼야..누구나 니처럼 힘들다..
을: 진짜? 내만 그런거아님? 왜 나는 내 혼자 힘들다카는거 같지..?

갑: 비관자에다가 어리광쟁이라서
을: 참 고맙다. 근데 다 맞는말이다.

갑: 다 힘들다...말을안할뿐이다
을: 왜 혼자 삭혀야되노

갑: 그게 사는거니까. 혼자 삭히고 묵묵히 살아가는거지. 니는 지금 니 주위에 있는 친구들 안보이나?
을: 걔들은 씩씩하니까. 그치만 난 나약하니까.

갑: 그런 마음가짐이 안된다는거다.
을: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아니가? 모르겠다.. 니가 강한건지. 아님 내가 나약한건지.

갑: 그래, 니 말 맞다. 인간 나약하지.. 다 같이 나약한데..
     니처럼 빌빌대는 새끼도 있고, 꾹 참고 살아가는 새끼들도 있다. 모르겠나.
을: 그게 쉽나.

갑: 어떤 사람한테는 쉬울수도 있고.. 어떤 사람한테는 어려울수도 있는거지..
     근데 내눈에 보이는 니는 참고 견뎌내길 포기한거같다.
을: 그만큼 힘들다..

갑: 맨날 힘들다고 주절거린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이가
을: 혼자 삭힌다고 해결되는것도 아니다이가. 바라, 내가 니랑 이렇게 대화를 해도 해결되는건 없다.
      답은 없다고..

갑: 혼자 삭힌다고 해결된다? 니는 인생에 완전한 해결이란게 있다고 생각하나?
     다 근심걱정안고 살아가는거다.
     남들도 니처럼 똑같이 힘든데 그래도 참고 살아가는거고,
     니는 힘들다고 다 놔뿌고 포기해뿌고.. 그 차이다.
을: 내 하나만 바뀌면되는데. 그게 와이리 어렵노..

갑: 당장 내일부터라도 뭐라도 해바라..
     새끼야 신세한탄하는거는 술먹고 취했을때 해도 충분하다.
을: 신세한탄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거는... 내 혼자 이라고 있기도 힘들고
     무슨 답이 잇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니한테 말하는거지.. 내가 무슨 '내 인생 젖같네, 니가 좀 우째 해도' 이게 아니다이가.
     내가 변해야되는데 왜 그게 ......하..

갑: 내라고 답을 알겠나.. 세상이 그런거 아이겠나?
     '왜 내가 바끼야되는데' 이라면서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살면, 자기는 떳떳할지 몰라도 남들한테 병신소리밖에 안듣는기라.
     내 혼자 오바해도 소용없다 아나?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 이기는기다.
     내 혼자 지랄발광 세상왜이렇노 해도 소용없드라..
을: 왜 내 고집대로 못사는거지? 나도 내 주관이 있고 내 생각이잇는데..
     왜 다른사람들은 그걸 이해 못하는 걸까..

갑: 니 주관을 버리란 소린 아이다. 니 칼은 가슴속에 품어라 그리고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라.
     그리고 진짜 니 자리가 왔을때 니 칼을 뽑으면 된다.
을: 진짜... 이걸 견디고 내가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
     니 눈에는 내가 어리광부리고 빌빌 대는걸로 밖에 안보이겠지...근데 난 진짜 젖같다고..하하하하

갑: 내도 그랫는데 뭐.. 집에 쳐박혀 있지말고 어디 가따오든가 해라.
을: 그러니깐...니는 이걸 겪었으니깐..먼가 성숙해졌겠지.
     내가 아직 니를 이해 못하는것처럼...
     내가 변한다면 언젠가 내도 니를 이해할 날이 오겠지?
     아니면 뭐..난 평생 이렇게 빌빌 대겠지.

갑: 나도 머가 답인지는 모른다. 내도 고민 많이 했는데 답 없드라.
     니가 옳은건지 내가 옳은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지도 모르지.
     니는 우째댈찌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주변의 것들이 내를 이렇게 변하도록 만들었다.
을: 담배한대 피고 자야겠다...

갑: 힘내라 친구야..



---------------------------------------------------------------------------------------------------------------------------------------------------
오늘이 친구 기일입니다.
그 녀석이 하늘나라로 가기 일주일 전에 했던 대화를 휘갈겨 놨던걸 오랜만에 펼쳐 봤습니다.
나 따위가 뭘 안다고, 저때 너무 저 녀석을 몰아붙이기만 했던건 아닌지.
다 큰 어른인양. 나에겐 그런 나약한 모습이 없다는 듯이.

요즘 오춘기를 겪나 봅니다.
세상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2/20 03:12
수정 아이콘
반년전에 먼곳으로 간 친구가 생각나네요.
그날 그 통화가 그 녀석과의 마지막 통화가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만나지 못한게...
아니 그 친구의 괴로움을 몰랐던 내가 너무 한심스럽고 그 놈한테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한잔 하자고 지금이라도 연락 올 것 같은데.....
미안하다, 임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404 [일반] 일꾼만 사용하는 스타크래프트, 어떨까요? [12] Typhoon7176 11/02/21 7176 1
27401 [일반] 간단한 저축은행 잡설 [21] 두유매니아5811 11/02/21 5811 1
27400 [일반] 우리나라도 기본적인 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14] sungsik4394 11/02/21 4394 0
27399 [일반] 일본 신문에 보도된 인도네시아 특사 스파이 사건 [16] 똘이아버지7569 11/02/21 7569 1
27398 [일반] 애프터스쿨이 피처링한 아무로 나미에 곡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2] 세우실4818 11/02/21 4818 2
27397 [일반] 개헌으로 본 현 한나라당! [11] 마빠이4546 11/02/21 4546 1
27396 [일반] 방송 중인 방송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 9개 [16] Alan_Baxter6398 11/02/21 6398 1
27395 [일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축산업 육성 필요없다" [30] 부끄러운줄알��5390 11/02/21 5390 1
27394 [일반] 호텔에 침입한 스파이는 우리나라 공무원. [28] 똘이아버지6737 11/02/21 6737 1
27391 [일반] [바둑] 이창호 시대의 끝 [32] whoknows7463 11/02/21 7463 2
27390 [일반] 일기를 써야 할꺼 같습니다 [12] 뜨거운눈물3997 11/02/20 3997 1
27389 [일반] [정치]김태호 전 지사의 컴백 이야기가 도네요. [17] 아우구스투스4605 11/02/20 4605 1
27388 [일반] 위대한 탄생의 시청률은 어디까지 올라갈까? [33] 단 하나6689 11/02/20 6689 1
27387 [일반] 민주당 '슈퍼스타 K'식 비례대표 공천 추진 [12] 독수리의습격4040 11/02/20 4040 1
27386 [일반]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옳은가? [109] 폭창이8162 11/02/20 8162 1
27385 [일반] [예능]무도와 일박 관련해서 재밌는 기사가 떴네요. [79] 아우구스투스8719 11/02/20 8719 1
27384 [일반] 노가다 끝에 차를 긁고 도망간 범인을 잡은 것 같습니다. [15] Restory8661 11/02/20 8661 1
27383 [일반] 찬호 도우미는 과연 박찬호의 경기에서 얼마나 도움을 주었을까? - 1. 게리 셰필드 (1998년) [7] 페가수스4203 11/02/20 4203 1
27382 [일반] 성대 국문과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12] 이비씨다4687 11/02/20 4687 1
27380 [일반] [스맛폰 계층]루팅에 몸을 담으며... [15] 천둥4642 11/02/20 4642 1
27378 [일반] [여행] 당돌한 대학생 500만원 들고 6개월 여행 다녀온 이야기. [22] 한듣보6581 11/02/20 6581 1
27377 [일반] 역사에 대한 잡상 (10) 매소성, 신라의 승리 [27] 눈시BB9003 11/02/20 9003 5
27376 [일반] 그 녀석과의 대화. [1] 미노4093 11/02/20 4093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