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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13 06:33:40
Name DEICIDE
Subject [일반] [영화] 남들하고 다르다는 거, 참 힘들어. 그치? - '초능력자(2010)'
(다량의 미리니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초능력자.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다룬 이야기.


Heroes 라는 너무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우리들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으로 인해 어떻게 고뇌하고, 번민하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 그 개개인이 성장하고, 하나 둘씩 서로를 이해해가며, 정말로 영웅이 되어가는지, 그 섬세한 접근이 Heroes 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드라마로 만들었죠. 또 다른 초능력자를 다룬 영화, X-man 이 선하고 악한 뮤턴트 각자의 신기한 초능력을 보여주는 오락물에 가깝다면, Heroes 는 놀라운 초능력을 가진, 너무도 평범한 '사람’ 개개인에 입체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불분명한 선과 악 사이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성장시키고 그에 따라 판단내리죠. 그러면서도, 초능력자들이 가진 특유의 신비한 능력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키며, 탄탄한 스토리는 긴박감과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듭니다. 때문에, 더 이상의 초능력자를 다룬 매력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할 정도로, Heroes 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물론 시즌을 거듭하면서 안타까워졌지만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Heroes)


이 외에도 초능력을 가진 인물을 다룬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전작들은 사실 무수합니다. 영화 ‘초능력자’는 어떻게 이러한 거대한 전작들의 망령의 틈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처음부터 녹록치 않은 과제를 부여받은 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자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아픔은 무엇일까? 결국, 그 초능력이라는 것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가? 영화 '초능력자' 는, 이런 질문들의 해답을 찾기 위해, 그 질문이 처음 시작된 지점으로 되돌아갑니다. 바로 '초능력' 의 본질. '남들과 다르다' 는 것으로요.


남들하고 다른 사람을, 남들과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 '초능력자' 는 '남들과 다르다' 에 대해 나름의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히려 시도했습니다. 영화는 '남들과 달라서 막강한' 초능력 뒤에, '남들과 달라서 연약한' 인물들과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합니다. 일단 노골적이게도,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초능력자(강동원) 본인이 다리 한 쪽이 없는 장애인이고, 또 다른 주인공인 임규남(고수) 또한 중학교 중퇴의 일용직 노동자로서, 사회의 약한 고리에 있는 인물입니다. 규남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원래는 약간의 지적 장애를 가진 인물로 설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 볼수 있었고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런 설정은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또한 규남의 가장 절친한 친구들은 터키와 가나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었고, 주된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 또한 사회의 뒷골목과 같은 작고 허름한 전당포이며, 영화 후반부에 규남이 휠체어에 앉은 채 정신지체 장애인이 되어 있는 장면 또한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였습니다.




(임규남(고수) 의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


영화는 꽤나 명백하게, '남들과 다름' 으로 소외받고 고통받는 계층들을 영화 안에 삽입하여, 그들이 품고 있을 분노와 외로움을 초인(강동원) 을 통해 분출합니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고,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잘못도 없이 미움받고 차별받는 이들. 그들이 가진 '남들과 다름' 은 무력하고, 나약해서, 무시당하고 조롱당합니다. 하지만 초인(강동원) 이 가진 '남들과 다름' 은 막강한 것이죠. 때문에, 그동안 '평범함' 을 무기삼아 폭력과 잔혹함을 행사해왔던 '보통 사람들' 에게, 그 폭력과 잔혹함을 '남들과 다름' 을 통해 되돌려줍니다. 다른 이를 돌아보지도, 귀기울이지 않던 보통 사람들이, 일제히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목마저 스스로 비틀어 꺾는 역설적인 상황. 또한 모두를 조종할 수 있지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초능력자의 고통.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남과 다름' 으로 잣대질하고 저울질하는 그 편견과 오만의 틀 속에, 우리 자신을 해칠 괴물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는, 영화는 나름의 '남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초능력자' 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영화는 '초능력자' 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회 문제와 연결시켜 그 중심축을 마련한, 꽤나 의미있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볼거리, 흥미위주로 던져질법한 소재를 가지고 주인공 개인과, 영화를 보는 관객, 그리고 그 전체를 둘러싼 사회 전체까지 아우르려한 영화의 대범한 시도는 분명 훌륭하게 이루어졌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 '볼거리', '흥미' 에 어설프게 발을 담그려 하면서부터, 영화는 삐그덕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어긋난 가장 첫 단추에, '너무 잘생긴 주인공' 들이 있습니다.




괜찮은 각본, 하지만 아쉽기 짝이 없는 영화.


일단 정말로,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겼어요. 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이, 진지하게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방해해버립니다. 일단, 주인공인 초인(강동원) 의 배역이, '너무 잘생긴'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외모로 인해 몰입감과 설득력을 잃어버립니다. 강동원이 연기한 '초인' 은 샤프하고, 시크하며, 냉철하고 치밀한 이미지의 초능력자입니다. 하지만, 본래 각본상의 초인은 그런 모습이 아닌 듯 해요.




(너무도 아름다운 초인, 강동원)


일단, 초인은 폭력적인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라났으며,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어머니의 품을 떠나 고아로 홀로 살아가게 됩니다. 때문에, 그의 성장 배경상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강동원이 연기한 샤프하고 시크한, 냉철하고 치밀한 캐릭터가 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고수를 만나기까지 그는 허름한 전당포 등에서 몰래 돈을 가져오죠. 물론 그런 곳이 돈이 사라지더라도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곳이어서 일부러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못 배우고, 사람과 교류하기 힘든 초인(강동원) 에게는 그런 곳이 돈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고, 자기에게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 좀더 설득력있게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사회의 뒷골목에서 적은 돈이나 훔치면서, 자신의 엄청난 능력으로 세상을 뒤흔들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다가,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임규남(고수) 을 만나서 모든 일이 커지고, 뒤틀어져 버린다. 라는 것이 원래 의도된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실제로, 초인의 캐릭터는 정처를 모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합니다. 사회에 대해 나지막히 독백하는 첫 부분부터,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자신만의 공간을 두는 모습에서는 천재적이고 치밀한 이미지를 보였다가, 전당포를 뒤지고, 임규남(고수) 에게 천박한 욕설을 내뱉는 모습에서는 갑자기 그 섬세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무식한 이미지가 씌워집니다. 그렇게 초인은 본래 자신과 강동원이라는 꽃미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건 고수도 마찬가지였죠. 다행히 임규남이라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붙들어 둘 추 같은 것이 있어서, 일단 그것만 붙잡고 늘어지면 어느 정도는 성공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진짜로 차별받고 소외받는 '남들과 다른' 계층을 표현하기에는 고수도 너무 잘생긴 외모가 아니었나 합니다. 임규남이 방바닥에 뒹굴거리며 구직란을 뒤적거릴 때, 주위에서 '할거 없으면 그 얼굴로 배우나 하지'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강동원, 고수라는 스타 파워는 영화를 흥행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본래 의도한 주제를 생각해 보았을 때 '너무 잘생긴 배우' 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관객으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만드는 까끌까끌한 모래알 같은 요소였습니다.




(역시 너무 잘생긴 임대리, 고수)


또한, 서브 캐릭터들이 너무도 정체 모를 역할들이었습니다. 일단, 임규남의 두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 임규남은 그들과 진정으로 허물없이 절친하게 지내죠. 아마도 이러한 '편견없는 소통' 이 임규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었고, 능력이었으며, 어쩌면 그것이 초인의 지배 하에 임규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인이 아기를 지배할 수 없었던 장면으로 보아, '편견 없음' 이 초인의 능력을 벗어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임규남의 두 외국인 친구들은 단지 그런 장치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코믹 캐릭터로 전락해 버리기 보다는, 스토리 라인에서 좀더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들을 감당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만들어 준 제트 엔진으로 임규남의 차가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에서, 친구들의 모습이 플래시백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사실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장면이었고요.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영숙(정은채)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극중에서 히로인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어느 정도 초인과 임규남 사이에서 긴장감을 형성할 정도의 비중이 있고,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납치되어 구해야만 하는 목표이며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임규남에게 단지 '일하는 직장 사장님의 예쁜 딸'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며, 초인에게는 더더욱 '단지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보통 사람' 일 뿐입니다. 그런데 임규남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하고, 더 대책없는 것은 영숙을 납치한 초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영숙의 어깨에 기대는 장면입니다. 그냥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자기가 조종하는 아무 사람의 어깨에나 기댄다고 보기에는, 사실 장면 자체만 놓고 보면 애틋하고 가슴 시릴 수 있는 장면이었죠. 차라리 영화의 다른 쓸데 없는 장면들을 가지치기 하고, 여성 캐릭터인 영숙을 '닫힌 소통' 의 매개체로서 초인과 임규남 사이에 두었다면, 그 또한 너무 뻔한 삼각관계가 되어 버렸을까요? 그래도 지금의 어정쩡한 공주 역할보다는 나아 보이는데요.




(갈 곳 잃은 히로인, 영숙)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집어내자면, 어쩔 수 없이 '초능력' 영화에서 기대되는 화려한 CG 장면이었습니다. 금문교를 통째로 옮기거나, 하늘과 땅을 뒤집어버리는 만화같은 초능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관객으로 하여금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초능력 씬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초능력 장면이라고 해야 임규남을 향해 사거리에서 한꺼번에 달려드는 자동차 정도였을까요? 그 장면을 포함해서, 90년대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법한 장면들만 영화 '초능력자' 에 가득했습니다. 어차피 임규남 또한 초능력자로 바뀌어져 간다는 복선을 노골적으로 넣어 놓았으니, 초인이 건물에서 사람들을 떨어뜨릴 때 임규남이 그들을 초능력으로 구해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니라면, 클라이맥스의 한 장면 정도는 도시 전체의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정지시키는 장면 정도는 충분히 구성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CG 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임팩트 한 번이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살기 힘들다는 말.


'살기 힘들다' 는 말, 저 스스로도 참 자주 합니다. 할 게 많아서 힘들고, 사람 대하는 게 힘들고,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두려워서 힘들고. 물론, 삶을 살아 가는 게 녹록치만은 않은 일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감당해야 할 짐이 있고, 자신이 감당할 분량 만큼 힘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 누구의 인생도 쉽다 가볍다 판단내리기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세상엔 '정말로 살기 힘든' 사람들도 많습니다. 부모님 잘 계시고, 온 몸 멀쩡하며, 꽤나 좋은 학교 다니면서, 삼시 세끼 걱정없이 먹으며 공부하고 있는 지금 저 스스로도 힘들다고 느끼는데, '정말로 살기 힘든'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정말 얼마나 힘들 것인가. 생각해 보면, 아득할 정도입니다. 몸이 불편해서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고, 국적이 달라 차별에 괴롭힘 당하며,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 속에 처한 사람들. 그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무겁고 괴로운 것이며, '평범함' 이란 얼마나 잔혹하고 이기적인 것일까요.


어쩌면 그들이 생각할 때, 어떤 사람이 주말에 시간 나서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볼 돈과 시간과 사람이 있고, 또 영화를 보고 나서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고통받는 이' 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영화 리뷰를 쓰는 팔자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그 어떤 반성과 고민도 너무도 사치로와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마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어려운 일입니다.




Th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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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13 08:19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봤는데 많이 공감하게 되는 글이네요.
기대 많이 했는데 영화가 좀 뭔가 애매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10/11/13 08:35
수정 아이콘
제 주변 평은 두 가지로 갈리더군요. 굉장히 신선했다! VS 별로였다. 완전히 기대 이하.
저같은 경우는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무언가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투박한(?) 느낌도 들었구요.

영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울 법한 소재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신선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지전능하고 인기까지 많은 매력만점 초능력자들이 강조되었던 기존의 시각과는 정반대로 초능력자에게 접근하거든요.
그런 점은 참 괜찮았어요.

저같은 경우는 DEICIDE님과는 다르게 강동원의 캐스팅은 상당히 만족하는 편입니다.
<초능력자>에서 강동원은 그냥 잘생긴 마스크가 강조되었다기보단, 일반인과는 다른 외계인스러운 느낌 때문에 진짜 '초인' 냄새가 풍겼달까요?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서 사회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투박해져버린 그의 캐릭터 역시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의형제>때 송강호와 보여준 앙상블과 비교하자면, 한발자국 후퇴한 듯 보여요.

그리고 고수의 캐릭터, 유토피아 임대리를 지켜보면서, 저는 매우 불만족 스러웠습니다.
DEICIDE님이 언급해주신것처럼 지적 장애가 있는 인물로 착각할 뻔했는데, 그런 모습마저도 영화 속에서 일관되지 않습니다.
후에 인터뷰를 살펴보니 '순수성'을 강조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는데, 저는 임대리가 순수해 보이기보단 그냥 덜 떨어져 보였거든요.

그리고 강동원의 초능력에 면역 + 엄청나게 빠른 회복의 두 가지 능력 때문에 고수 역시도 초능력자가 맞긴 맞는거 같습니다만,
그런 부분의 대한 설명이 감독이 여러 장면들에서 의도했던 것 만큼 충분했다고 느끼진 못했습니다.
무언가 확실하게 '고수 얘도 초능력자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이 없었거든요.
영화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도 '그래서 고수가 초능력자이긴 한거야? 아닌거야?'하는 고민에 휩싸였달까요.
물론, 마지막 에필로그가 있긴 하지만 그건 이미 너무 늦은 타아밍이었구요.

게다가 저는 임대리의 행동 동기 자체에 몰입은 커녕 납득하기도 힘들었어요.
애초부터 영화 속에서 '왜 하필 덜떨어져 보이는 임규남은 그 사악한 초인을 그렇게나 '집착'해서 쫓는가?'는 질문을
러닝타임 내내 수없이 많이 던지는데, 그것에 대한 충분히 답을 못 주거든요.
마지막엔 히로인 영숙을 나쁜 초인에게서 구하려는데, 왜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너무 애매모호합니다.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인가? 도와주신 사장님 딸이니 은혜를 갚아야 해서?? 그냥 사람을 해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니까???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영숙의 필요성을 못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없어도 될만한 캐릭터였다는 것이죠.

<초능력자>에는 멋진 두명의 외국인 조연이 나오는데, 스크린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그들이 맡은 역할에 비해 매우 큽니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무섭게 한국말을 잘하거든요.
하지만, 강동원 & 고수 두 주연은 그들에게 기대한만큼 관객을 압도할 카리스마는 부족해 보였구요.

그리고 저도 역시 DEICIDE님과 같이 볼만한 초능력 CG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물론 그런 장면 없어도 스토리는 무난하게 잘 흘러갑니다만,
그 덕분에 저는 제작비 아끼려 단역배우 몇명 세워놓고 연습시키는 그런, 깔끔하지 못하고 거칠은 독립영화 느낌을 받아버렸네요.
연출자로서 그런 장면 한두장면은 욕심내볼만 한데 말이죠.
감독이 그런 장면 욕심이 없어 애초의 시나리오부터 없었던 것인지, 진짜 제작비 문제로 그런 장면을 넣기 힘든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그런 장면의 필요성 자체를 못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은근히 기대했지만, 은근히 거슬려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랄까요.

아무튼 저는 실망스러운 영화였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로 신선해서 괜찮았다는 평도 꽤나 많아서,
혹시나 안보신 분들이 영화 선택하실땐 고민 좀 해보셔야 할 듯 싶네요.
원해랑
10/11/13 09:22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초능력자를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제 돈 주고 본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김명민씨에게 잔뜩 기대하고 '내사랑 내곁에'를 보고 난 다음보다 훨씬 더 허탈하고 짜증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캐릭터,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 무엇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캐릭터의 경우, 그냥 멋있게 생긴 얼굴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워낙 잘생긴 배우 둘이 나오다 보니 그림은 죽여주긴 하더군요.
하지만 전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지 화보집을 보려고 한 건 아니라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스토리 역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너무도 불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쓴분은 매우 깊은 곳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하셨고, 아마 그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을지 모릅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며 어느 정도는 비슷한 생각을 하였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같이 본 14명 중에서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흐름. 개연성이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고수가 왜 강동원을 잡아야 하는지 눈꼽만큼도 당위성이 없습니다.
물론 첫출근한 고수가 양복을 입고 있다가 영숙씨와 함께 바퀴벌레 약을 치는 장면 사이에는
꽤나 긴 시간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옷차림도 바뀌었고, 다리도 나았으며, 사장님과 임대리, 영숙씨 사이의 말투도 매우 편해져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내용?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이 한달을 함께 했을 순 있겠지만 화면만 봐서는 2~3일 함께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복수를 하겠다고 날뜁니다. (물론 복수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강동원도 눈엣가시라며 자신을 망쳐가면서까지 고수에게 집착합니다.
자기 자신의 다름을 부정하는 고수로 인해 스스로의 존재가 부정받는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그런 내용 전혀 없습니다.
조금만 더 이해하기 쉽게 한 마디만 해주었어도 강동원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을테고
그러면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는데 그 한 마디를 해주지 않더군요.

이 외에도 무언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은 몇 가지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 CG가 부족한 것은 크게 불만이 없었습니다만
이렇게 허술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에는 아주 큰 불만이 있었습니다.
참신하진 않지만 꽤나 괜찮은 내용의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이 더 큰 것일지도 모릅니다.

ps. 그나저나 외국인 배우들은 빵 터지더군요.
다들 하는 말이 그 사람들 없었으면 영화 보다가 다들 중간에 나왔을 거라고...
아... 물론 여자분들은 제외였습니다. 그냥 행복해 하시더군요.
스치파이
10/11/13 10:27
수정 아이콘
1999년도에 본 환영특공 이후로 이렇게 진지하게 손발이 오그라든 영화는 처음입니다.
부당거래와 연달아서 보았는데 마치 한국영화의 앞뒷면을 동시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나요.
ps. 니트로를 가리키던 그 손가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네스타좀해
10/11/13 10:36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랑 같이 봤는데 여자친구는 재밌었다고 하는데 전 정말 별로였습니다;;;

제가 영화 볼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설정과 스토리인데... 일단 예고편으로 설정자체는 괜찮았습니다만...

스토리가 너무... 만화 보는거 같았습니다.
AntiqueStyle
10/11/13 11:04
수정 아이콘
환타지,스릴러,약간의 액션과코믹 골고루 다 보여지는데 다 20%씩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한가지만 뚜렷하게 밀고 갔으면 오히려 괜찮았을것도 같은데..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력이 아쉬운 영화였던거 같네요.

그나저나 전 강동원 넘 멋지긴 한데 항상 목소리가 걸리네요.
몸연기는 많이 느신거 같은데 목소리연기는 .... 전혀 몰입이 안되는.
허나 강동원의 기럭지는 정말... 아트였네요.
나야돌돌이
10/11/13 12:51
수정 아이콘
이 영화는 고수랑 강동원 빼면 남는게 없다고 하더군요
10/11/13 13:02
수정 아이콘
전 마지막에 펩시맨 광고 보는줄 알았습니다..
라이크
10/11/13 13:12
수정 아이콘
예고편은 재밌어보이던데, 실제 내용은 많이 아쉬운가보군요.
루미큐브
10/11/13 13:24
수정 아이콘
이 영화는 예고판도 기대가 되지 않아(없어보여서)
굉장히 놀랐는데 본판은 more 인가봐요
오죽하면 저 배우들의 팬인 여자분들마저 네이트온 대화명에 '비추비추' 라는 것을 보면
10/11/13 14:15
수정 아이콘
이 영화를 다 본 내가 초능력자 / 감독이 무능력자 이 두 평이 인상깊더군요.
10/11/13 14:43
수정 아이콘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고 같이 갔던 사람도 의외의 영화였다면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집에와서 영화사이트 들어가서 글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혹평이 많아서 의아해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미친듯 마른몸매의 신경질적인 초인도, 강아지 눈망울의 좀 덜떨어져 보이는 임대리도 다 좋았는데... 잘생겨서 역 몰입이 안된다 하셨는데... 전 오히려 그래서 한편의 비현실 영화라는는 생각으로 볼 수 있었거든요. 더불어 강동원이든 고수든 이쁘게 꾸미려 나오지도 않고 단벌류로 입는거 보고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보면서 든 생각이 초인이 임대리를 만나면서, 왜 한쪽에 절대악이 있으면 다른 한 곳엔 절대 선이 존재한다는 일명 이우혁 작가님이론을 토대로 해서... 둘간의 팽팽한 싸움이 시작되려나 했는데, 이건 그건 아니고 세상에 소외된 한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만남으로서 오히려 자신이 더 특별해질 수 있었기에 끈질긴 추격이 시작되는 형상이 되었더군요. 극중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말이죠.

마지막 장면보고 슈퍼히어로냐 뭐냐하며 혹평이 자자하던데...
임대리가 교통사고 나서 꽤 많이 다쳤음에도 금새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UNBREAKABLE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임대리는 무지하게 회복 속도가 빠르고 또 다쳐도 다른이들에 비해 미비하게 다치는 수준이란걸 어렴풋히 짐작해서인지 임대리가 마지막 휠체어에서 앉아있을때부터... 아 얘 좀있다가 일어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씨익 웃으며 날라다니는게 유쾌했답니다.


전체적으로 강동원 고수 주연의 눈으로 세상을 조정하는 남자와 유일하게 조정할 수 없는 남자의 대결이다. 라는 줄거리 외에는 알고 간게 없어서인지... 생각과 달리 어두운 스타일의 영화였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좀비류 조정? 으으 살떨렸어요) 긴장하며 재밌게 잘 봤답니다.
더불어 강동원이란 배우 지난 전우치부터 시작해서 막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고수도 흔한 잘생긴 배우였는데 뭔가 알지못할 매력이 느껴집니다. (그런의미로 케이블에서 오늘밤 백야행을 한다죠. 기대중~)


참고로, 이동진님 영화평이 언브레이커블+헤프닝이라 했다는데. 확 와닫네요.
신인 감독이 만들었다하니 (것도 입봉이 빨랐데요~) 앞으로 더 섬세하게 연출할 있지 않을까요?

아. 첨언하자면 그 외국인 2분. 완전 재밌었어요. 앞으로 우리영화에서도 많은 주조연급 외국인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생각이들더군요.
베르나르
10/11/14 00:31
수정 아이콘
영화 한달에 3번이상 자주 보는 저랑 제 여차친구도 보고 나서 실망했습니다. 바로 전에 봤던 영화인 부당거래를 봐서 일까요

스토리의 짜임새라던가 몰입감 영상미 전부 애매모호 했고 이렇게 임대리(고수)가 초인에 가까운 능력이 있었으면 대놓고 초인vs초인

컨셉이 낫지 않았을까 하네요 솔직히 CG 를 기대안하고 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CG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없었네요..

도입부 부분만 제가 느끼기엔 좋았습니다 나머진 올해 본 영화중에 거의 워스트 3안에 듭니다..
삼성라이온즈
10/11/15 01:30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글쓰신 분의 의견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영화를 통해 무언가 이야기하려하고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는 보입니다만
그것을 포장하는 방법이 서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캐릭터 간의 역학관계랄까요
강동원 - 고수 - 외국인친구들 - 여주인공 간의 상관관계가 이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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