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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9 15:46
글에서 말씀했듯 시나 책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풀이로 봐야하는 것에도 동의합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어디에서 추천받은 책이라더라, 무슨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더라, 몇십만권이 팔렸다더라의 범주로 보면 재미없더라고요.(특 히 초등학생용 중학생용 고등학생용 추천도서와 같이 뭘 그렇게 나누시는지;) 책은 자기가 느끼고 자기가 찾아서 봐야 제 맛.
10/10/09 16:08
아 이거 왠지 제가 제목으로 낚시질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제목을 너무... 클릭하고 싶게 지었어요. 글 내용은 썩 그렇지 않을텐데 말이죠.
10/10/09 16:16
노벨문학상 관련 소식이 pgr21만큼 크고 다채로운 사이트에서 별 논의가 없다가 오늘에서야 하나 올라오는 게 한국 문학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다. 피지알 비꼬는 거 아닙니다. 나름 애착을 가진 사이트고 여기서 글도 꽤 쓴 편이니...외려 굳이 책임소재를 돌린다거나 비꼬고 싶은 대상은 한국 문학이랄까. 표절시비 붙어도 신문 한단 기사도 제대로 안뜨는 동안 문단은 뭐한건지. 아직도 후일담 문학 팔고 있는 작가들은 뭐하는 건지.
10/10/09 16:39
음.. 그러게요,..부끄러운 일이네요.
저도 어제던가 사진 보기전까지는 50대 후반쯤의 여성작가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을 정말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오래전이네요.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10/10/09 16:45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생수상자는 어떻게 뽑는지 궁금하군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를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선 그나라 원어민의 평균수준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춰야 할텐데 설마 번역한걸 가지고 평가하는걸 아닐테고요.
10/10/09 17:00
이번 노벨상 수상자는 뭐 받을 만한 분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후보 중에 누굴 줘도 다들 훌륭한 작가들이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죠.
그런데 포탈사이트 베플같은 걸 보면 노벨문학상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한글의 우수성을 몰라서' 그렇다고 하던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 말은 뭐랄까... 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대표적으로 조지훈의 승무를 예시로 들면서 이거 어떻게 번역할꺼냐, 이러니 상을 못타지 다 이런 식의 생각을 하던데...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는 정말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그 의미를 그대로 가져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한글로 쓰여진 시라고 생각 합니다만 그거랑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못 받는 거랑 그렇게 큰 연관이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고은 시인이 저런 식으로 예시로 들때마다 빠지지 않는 조지훈, 김영랑같은 분들처럼 우리 한글의 다양한 표현과 맛을 살려서 시를 쓰는 분인지도 잘 모르겠고... 오히려 만인보는 웬만한 소설보다도 더 긴 시죠. 그리고 고은 시인이 번역도 영어로 하고 있고요. 글쓴 분의 말씀대로 고은 시인의 시집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읽는 널리 알려진 시냐 하는 것도 문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한글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었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언어로 쓰여진 문학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면 그 의미를 절대로 완벽하게 살리지 못합니다. 언어라는 자체가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고유 문화와 습관, 사회 전반적인 요소들로 인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붉다, 벌겋다, 붉그스름하다, 등등 수십개가 있는데 영어는 red 하나 있지 않느냐 하는 사람도 있던데... 음 이런 분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씀일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의 문학작품을 원서로 읽어보고 그런 판단을 하셔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나 등등 영문학 작품들 읽어보면 절대로 red 하나가지고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면 원본 의미랑 다릅니다. 붉다는 의미 어마어마 하게 영어에도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운 단어가 red일 뿐이죠. 그리고 영어와 한글은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어미변화가 심하게 일어날 수 있는 한글과 달리 알파벳들이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영어는 당연히 그 폭이 작을 수밖에 없고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는거죠. scarlet, crimson, rubied등등 단어 자체가 다양하기도 하고, 어미가 달라져서 reddish랑 비슷한 구어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본, 중국에서도 노벨문학상이 나왔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 영역에서는 그 진가를 인정받지 어려운게 현실이긴 하죠. 마지막으로 노벨문학상은 언어 표현 잘했다고 주는 상이 아닙니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인류에 대한 깊고 새로운 성찰을 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어지는 것이죠. 노벨문학상 수상여부에 방에 불 끄고 취재진들 몰려가면서 설레발 치지 말고, 차분히 문학작품을 통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10/10/09 17:30
노벨 문학상에 대한 박노자 칼럼입니다.
예전 글인데 상당히 공감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3931.html
10/10/09 17:52
눈길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귀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를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암송까진 못하더라도 참 좋아하는 시에요. 고등학교 때 수능공부할때 배웠더랬죠. 결국 문학작품은 고등학교때 배운게 제일 큰 울림으로 남는 듯 해요. 워낙 명작들만 배워서 그런것도 있을테고.. 그당시가 가장 감성이 충만한 시기라 그런것도 있지만서도.. 수능을 앞둔 처지라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느라(-_-;;)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배우지 않았더라면 정말 詩라는것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꺼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신없이 사느라 시 들여다본지도 오래되었는데. 덕분에 떠올리게 되었네요. ^^
10/10/09 18:41
저도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학창시절에 빨간 줄 그어가며 달달 외우고 단어가 함축하는 뜻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대로 해석하고 문제 풀고.. 대학을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지만 저한테는 하나의 고통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쓰고 싶은데, 그 것을 억제하고 정제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웠네요.
10/10/10 01:59
시가 시로서 읽혀지기보다는 객관식 문제로 전락해버리고, 시인들이 담아낼 시대와 전통의 감성이 죽어버린 한국에서는,
어쩌면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이 더 이상할 것 같습니다. 전 고은 시인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무슨 시를 썼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 하면 기억나는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한 개 있네요. 작가들이 시대의 아픔과 정신을 담아내어 그것을 매개로 독자와 교감하고 소통해야 되는데, 언어의 현란한 수사에만 신경쓰고 속알맹이는 텅빈 양산형 작품들만 늘어나는거 같아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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