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엊그제까지 반팔티 하나를 훌렁훌렁 걸치고 다녔건만,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해서 맨 살을 드러내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7살 터울 아래의 동생놈은 아직 중3이라 그런지, 겨울에도 하복을 입고싶다는 소리를 해 대지만 나는 그게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녀석은 무슨 이글이글 열매라도 먹은걸까. 이런 날씨가 왜 덥다는거야.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좋았다. 에스프레소 한 샷에 물과 얼음을 잔뜩 탄, 씁쓸하고 고소하고 약간의 단맛도 있는. 콩 태워 우려내는게 무슨 차냐- 라며 생각했던 내가 날씨가 더울때는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추울때는 따뜻한 라떼가 끌리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손으로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신다거나, 콩 종류를 외워가며 마실거라는 일은 더더욱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인생은 지나봐야 알 일이다.
특별히 커피가 맛있어서 좋아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맛이 없는 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쌉싸름하고 산미도 있고 아로마도 퍼진다고 하지만, 나한텐 그냥 '아 쓰다.' 지금도 그냥 '아 쓴데 고소하거나 단맛이 있는 것 같기도..'하는 수준이라, 도저히 커피를 맛있는 것을 찾아먹듯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가끔 일부러 커피를 찾는 것을 보면 나도 내가 신기하다.
예전에는 동양 차를 좋아했다. 일본에 여행갔을 때에 한국에 들고 온것들이 죄다 찻잎들이었으니. 은은한 향들이 너무 좋았다. 마시면 마실수록 세상이 천천히 흐르고 안정이 되는 기분. 아아- 이것이 풍류로다.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거의 찾지를 않게 되었다. 그것들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된 이유..라. 귿쎄. 그건 아마 '이이제독'과 비슷한게 아닐 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와, 이것저것 많이도 손댔고 데이기도 많이 데였다. 노래도 해보고, 피아노도 두드려보고, 시나리오도 써보고, 연극도 해보고, 정신 나간 사람 처럼 놀아보고. 어떨때는 수업들으러 가는길에 mp3플레이어에서 강산에 노래가 나와서 그대로 흐느적거리며 교문밖으로 나가서 고개를 까닥거리며 무작정 한강을 향해 걸었던 적도 있다. 이것저것 일도 많이 했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그러니까, 20살 이후에 내가 느낀 인생이란 그냥 '아 쓰다.' 그것뿐.
청춘.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놓은 것일까. 진짜 청춘이 아름다운 애들은 따로 있다. 아주 잘 생기거나, 아주 예쁘거나, 아주 잘 살거나, 아주 잘 하는 아이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아주 잘' 이 붙는건 꽤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평생을 걸려도 얻지 못할 만큼. 그리고 그게 안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20살의 청춘은 막막하다. 마치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맨몸으로 여기저기 부딪쳐야하는 것이다. 그래도, 모래성같이 바스라지기 쉬운 신념을 가지고서라도 이것저것 부딫혀본다. 그리고 느끼게 되는 것. 삶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 인터넷에서 본 한 짤방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가훈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명언이었는데, '인생은 실전이야 이 존만아.'
실패라는 것은 상냥하다. 교훈을 주고,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은 그보다 더 약하다. 인생이 쓰면 쓸 수록 여유는 없어진다. 풍류가 풍류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내가 외부의 어떤 것들로부터 조금 멀어져야 하건만, 젊은 우리는 그게 잘 안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에 흔들리며 살아간다. 하고싶은 것도 많고, 이뤄내고 싶은것도 많다. 시간은 없고, 돈도 없는데. 그래서 발버둥치고, 구르고, 추하게 뒤틀린다. 그렇게 쓴 맛을 알아갈때즈음,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그 쓴맛을 좋아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소주가 달콤해지고, 맥주가 시원하기만 해질 무렵, 커피의 쓴맛도 그런가 보다 하게 되는 그 때에, 약간은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다.
인생은 쓰다. 쓴 맛이 좋아지는게, 쓴 맛을 즐기게 되는게 인간의 삶인가. 어릴 때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말하던 어른을 바라보았을 때 처럼, 쓴것이 좋아질 거라는건 생각할 수 없었는데. 세상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단단한 벽들은 엄청나게 많이 올라서 있을 수록, 그리고 거기에 부딫혀 쓴 맛을 알아갈수록, 조금씩 천천히 은은한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일까. 인생은 대부분 쓰고, 가끔 시럽한펌프를 넣은 달콤함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만만치않다. 현실은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예전처럼 쉬이 무엇인가가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게된다. 무언가에 대해 설교하고, 설명한다 한들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리라는 기대도 현저히 낮아졌다. 그냥 인간은 이런 모양새로 쓴 맛을 느끼며 살아가는구나 싶어지는것. 그렇게 점점 넓었던 세상을 다시 좁혀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보다, 하며 커피를 마신다. 참 건방지게 살았구나 싶은 맛이다.
오늘은 뻘글이 터지는 날이구나.
시끄러운 떠벌이는 답이 없다.
친구놈이 자꾸 지 컴퓨터 고장난걸 꼬치꼬치 캐묻는다.
조립 추천 해준게 큰 실수였다는걸 깨닫고있다.
아아, 참 만만찮은 세상이올시다.
커피나 마셔야지.
오늘은 간지나게 맥심 모카골드.
P.S:인증샷을 첨부할까 했지만 그냥 말로.
XX 웃긴 비용절감 계획안덕에 알바가 6명서 4명으로 줄었다
6명 1년 월급을 다 합치면 3000만원이 조금 넘지 싶다.
연간 100억매출을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 알바를 2명줄여서 비용절감했다고 신나한다.
대표이사님 배때기는 어째 더 커진거 같은데.
비용절감 경영효율
결국 죽이는건 어디든 말단이다.
내가 허접인걸 탓해야하나, 인간과 사회가 그런걸 탓해야하나, 체제의 한계를 탓해야하나.
탓하기도 지친다. 말한다고 알아먹나. 자기자식 귀한줄밖에 모르는 세상.
작년 올해 피흘리며 쓰러져간 약자들은 더 많이 늘어났겠지.
인간이 제일 나쁘다.
쥐어짜낼수 있을 만큼 짜내면 칭찬받는 구조.
이 레일을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은 날이다.
인간은 효율앞에 설 수 없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인간이 앞에서기위해 엄청나게 피를 흘리며 쓰러져버리거나
혹은 더 교묘한 책략으로 인해 인간이 인간을 햄스터로 키우는 날이 오겠지.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겠지만
역사상 가장 야비한 세상에 산다는 기분은 지울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