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64. 골목길
(M 시작 ― "Pipeline")
교회로 찾아가는 윤서. 그 위로
세영E 전화번호나 주소는 몰라. 나도 그 교회 안나간지 꽤 됐거든.
S#65. 교회 앞
교회 앞에서 망설이는 윤서. 목사 옷차림의 남자가 지나가자, 현빈을 불러달라고 말을 건다. 목사, 알겠다고 끄덕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그 위로
세영E 근데, 한 1년전에 다른 교회친구를 만났는데, 걔 군대 제대하고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구. 내일모레가 일요일이니까, 한 번 찾아가봐. 오후에도 봉사하느라 남아있을꺼야.
(M 줄어든다)
윤서, 초조하게 기다린다. 기다리다가 문득 교회마당의 시계보면, 3시 반이 되어간다. 걱정되는 표정. 그저께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성준E 그래서 못온다구? 그사람 만나야 된다고 MT를 안와?
S#66. 술집 (회상)
성준 (약간 화난 표정) 달면 간직하고, 쓰면 잘라버리는게 추억이야? 그사람하고 가졌던 고등학교때 기억만 소중하고, 우리들하고 같이 했던, 아니, 윤서 네가 대학생활 5년을 그대로 쏟아부었던 이건 소중하지 않다는거야?
윤서 미안해… 하지만, 나한텐 중요한 일이야. (고개 숙인다) 내가 걔땜에 그동안 어땠는지, 너도 잘 알잖아.
성준 (한참 쳐다보다가) 하여튼, 내일모레 10시 청량리역이야. 대성리니까, 후발대로라도 꼭 와.
윤서 (쳐다본다)
성준 (안타깝다는듯이) 그런다고해서, 옛날로 되돌아가거나 할 수 있는건 아니야. 왜 옛날의 기억 때문에 현재의 중요한걸 놓치려고 해?
S#67. 교회 (현재)
윤서, 생각하는 표정. 다시 한 번 시계 쳐다보면, 목사가 들어간 문에서 현빈이 나온다. 윤서,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면, 현빈, 놀란 표정으로 윤서를 쳐다본다.
S#68. 커피전문점
어색한 분위기로 윤서와 현빈이 마주앉아있다. 침묵. 윤서, 침묵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애써 밝게 말을 꺼낸다.
윤서 우리 그때 롯데월드 어드벤쳐 갔던 거, 기억나? 나 아직도 그때 사진 갖고 있다.
현빈 (무표정하게) 그러니?
윤서 (침묵을 없애버리려는 듯) 옛날에 고등학교때, 너 참 노래 잘했었는데… 기억 나? 그때 간부수련회때―
현빈 (끄덕인다)
윤서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 준영이는 복학해서 학교다니고 있더라… 진아는 임용고시 붙었는데 아직 발령이 안났고, 또
현빈 (말 끊으며) …왜 찾아왔니?
윤서, 현빈을 쳐다본다. 낯선 모습… 윤서, 얘기를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고개 숙이면서 피식 웃는다.
윤서 네가 꿈에 나왔어…
현빈 내가?
윤서 응… 그것도 10번도 넘게―. 나중엔 정신병에 걸리는 것 같더라구… 그래서 널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
현빈 (담담한 웃음 내뱉고 고개 숙인다. 침묵)
윤서 (침묵에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다가) 너, 혹시, 선우선빈이라는 애 아니?
현빈 (놀라서 고개 번쩍 들며) 네가 걜 어떻게 알아?
윤서 진아 사촌동생하고 고3때 같은 반이었대. 누구니?
현빈 (고개 돌리는) …
윤서 (무안하다. 말을 돌리는) 준영이나 다른 아이들과는 연락해?
현빈 아니.
윤서 왜?
현빈 (말할까말까 망설이다가) …지워버리고 싶어.
윤서 (무슨 말인가 싶다) 응?
현빈 고등학교때 기억은, 다 지워버리고 싶어…
윤서 지우고 싶다고?
현빈 너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 널 만나면, 고등학교때의 내 아픈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
윤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난, 한번도 그 시절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오히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추억에 빠져서 아련하다) 너랑, 다른 애들이랑 같이 보냈던 시간들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난 뭐든지 할꺼야.
현빈 (피식 웃는다) …넌 어떤지 모르지만, 그래, 너한테는 고등학교때의 기억은 장밋빛 추억이겠지―. 하지만, 나한테 그 시절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찡그린 표정) 아프고, 쓰리고, 지워버리고 싶고, 끊고싶은 악몽들이야. 성적도 떨어지고, 정학도 당하고, 어머닌 아프지, 싸움에, 가출에…
윤서 하지만, 그건 너의 비겁함 아니야? 그건 지워야 할 과거가 아니고, 네가 직시하고 뛰어넘어야 할 너의 숙제라구.
현빈, 윤서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고개를 숙인다.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여는 현빈.
현빈 네가 아까 선우선빈이 누구냐고 물었지?
윤서 (궁금하다) …
현빈 (씁쓸하게) 내 배다른 동생이야…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밖에서 낳아 길러왔던―.
윤서 (놀란다. 이제 의혹들이 다 풀린다)
현빈 아버지가 그걸 당당히 밝히고 집을 나가신게 바로 고2때였어. 어머닌 바로 아프셨고.
윤서 …
현빈 이제 알겠니? 난 너와는 달리 지금이 더 좋아. 그때의 내 모습은 기억하기도 싫다구. 군대갔다와서 조그맣지만 내 사업 시작해서, 이젠 꽤 많이 벌어. 다행히 불황도 별로 안타고…. 어머니도 건강하셔.
윤서 그런다고 그게 지워지니?
현빈 어쨌든― (단호하게) 난 그 시기를 내 삶에서 잘라내버릴꺼야.
윤서 (보다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네가 그런다고 해서 그 시간동안 살았던 사람이 선우현빈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니? 그렇다고 네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냐고? 지금 네가 이렇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엔 그때의 너의 시행착오들 덕분이 아닐까? 그 시절이 아픈 경험들이 지금의 널 다지고 만든거라구.
현빈 …
윤서 그 시절의 네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우현빈이 있는거야. 넌, 그때의 모든 일이 다 기억하기 싫은 악몽이라고, 지우고 싶다고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너의 비겁함이야.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고…
현빈 (말 자르며)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는건, 너 아니야?
윤서 무슨… 소리야?
현빈 너야말로 지나치게 그때에 집착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내가 보기엔, (사이) 넌, 아직도 그때에 머물러있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M 시작)
윤서, 한대 얻어맞은 표정이다.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현빈의 입을 통해서 들어버렸다. 그러나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윤서. 침묵이 한참동안 흐른다. 현빈,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그 위로
현빈E 꿈인걸 알면서 왜 잡고 있니? (S#43. 윤서의 꿈속에서의 현빈의 말)
윤서, 감정을 수습하고서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윤서 (혼잣말처럼) 꿈이라… 그말이지….
현빈 ?
윤서 (자조적으로 웃는다. 이런 얘길 들으려고 현빈을 찾아다녔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나 현빈의 말을 부정할수도 없다. 자괴감, 수치심, 초라함 등이 겹쳐진 표정. 그러다가 현빈을 쳐다본다. 초라함을 보이고싶지 않아서 조금은 방어적으로 따지듯이) 꿈인걸 알면서 헤어나오지 않으려는 나와, 과거를 지워버리려고 애쓰는 너. 둘중에서 누가 덜 불행한걸까?
현빈 (무슨 뜻인지 몰라서)
윤서 (혼잣말처럼 자조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나보단 네가 더 낫겠구나…. 적어도 지금 현재로선 행복해보이니까―
현빈 (쳐다본다. 저애가 예전의 나만큼 힘들어하고있구나 하는 생각. 좀더 나은 상황의 사람이 가질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처음으로 윤서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너…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하니?
윤서 (무력감, 답답함 등이 얽혀져서 착잡하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윤서의 표정, 공허하다)
(M 커진다)
S#69. 길거리 (저녁)
윤서,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현빈을 왜 만난건지 모르겠다. 찜찜한 기분이다. 정처없이 헤매고있는 모습.
S#70. 버스정류장 (저녁)
벽에 기대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버스를 쳐다보고 있는 윤서. 버스가 계속 오지만, 탈 생각을 안하고 그냥 서있다. (M 줄어든다) 윤서, 씁쓸하게 웃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윤서 (자조적으로 웃고서) 만나서 뭘 어쩌겠다는 거였지?
그때, 삐삐 호출음 울리고, 윤서, 공중전화박스로 들어가서 전화건다. 비밀번호까지 누르면
E 여섯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윤서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왜 이렇게 많아?
윤서, 놀란 표정으로 삐삐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전화기버튼 누른다.
E 첫번째 메시지입니다.
현빈E 이거 윤서 삐삐 맞지? 나, 현빈인데…. 네 삐삐번호를 받아두길 잘한 것 같다―.
윤서 (놀라는 표정)
현빈E 너 가고나서 잘 생각해봤어…. 아까는… 내가 한 말에 기분나빴다면 미안하다. 아직은 내가 좀 그래. 나중에, 내가 좀더 여유를 갖게 되면, 그때 만나서 더 많이 얘기할 수 있겠지…
윤서 …
현빈E 그리고, 불행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네가 갖고있는걸 잘 찾아봐―. 아마도… 아무것도 없진 않을꺼야―. 힘내라.
윤서, 현빈에게 조금은 고맙다. 여운이 남는듯 그렇게 잠시동안 그대로 있다가, 전화기 버튼 누른다.
E 두번째 메시지입니다.
성준E 나, 성준이야… (체념의 목소리) 결국 안오는거냐…?
윤서, 표정 굳는다. 전화기버튼 다시 누르고 다음 메시지 듣는다.
E 세번째 메시지입니다.
성준E (불안한 목소리) 아직도 안오네… 그 사람은 잘 만났어? (사이) …우리, 지금 저녁 먹었어…
(M 시작 ― Eugene Friesen "Nuns In Cuba" )
윤서, 점점 표정 굳으면서 다급하게 다음버튼을 누르면서 메시지 앞부분만 듣는다.
E 네번째 메시지입니다.
규석E 저 규석인데요, 누나 빨리 와요. …89학번 동욱이형도 석사 졸업하셨다고 오셨거든요? 동욱이형이 누나 많이 보고싶어하는데…. (사이) 97애들도 그렇고, 92, 91 선배들까지 왜 누나 안오냐고 난리야―. 11기 편집장이 빠지면 말이 되냐고….
E 다섯번째 메시지입니다.
혜진E 언니, 우리가 대성리역에서부터 10미터 간격으로 이정표 붙여놨거든요? 청량리에서 대성리 오는 막차, 9시까지 있긴 한데, 너무 늦으면 위험하니까요, 될 수 있으면 빨리 오세요.
E 여섯번째 메시지입니다.
민혁E (주변이 시끄럽다) 누나, 민혁이예요! 왜 안와요? 지금 11시니까, 20분만 더 기다리고 우리 갈께요. (옆에서 규석, 혜진, 성준 등이 빨리 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안오면 가만히 안둔다는 협박 등등)
윤서, 씁쓸한 표정으로 웃다가, 목이 메인다. 성준과 편집실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면서 고맙다. 그러나 지금와서 MT장소로 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어떻게 할까 하는 표정으로 시계를 보는 윤서. 7시 50분이다. 그때, 개포동행 버스가 온다. 윤서, 약간 주저하며 그것을 타려고 간다. 맨 마지막으로 줄서있는 윤서. 뭔가를 계속 생각하면서 망설이는 표정이다. 점점 결심이 서는듯한. 윤서, 버스에 타기 직전, 몸을 돌린다.
S#71. 청량리역
표 끊는 윤서.
S#72. 대성리 엠티촌
이정표 찾아보면서 걸어가는 윤서. 이정표는 찾아보기 쉽도록 야광색지로 되어있다.
S#73. 민박집
민박집에 들어서는 윤서. 망설이다가 용기 내어 문을 연다.
(M 줄어든다)
S#74. 방
모두들 술 마시고 얘기하고 있다. 윤서, 문열고 들어오면, 모두들 환영하는 분위기. 윤서, 쑥스러운 듯이 웃다가 동욱(89학번, 대학원 박사과정)을 발견하고 반가워한다.
윤서 동욱이 형, 오랜만이네요?
S#75. 방
시간이 꽤 경과했다. 몇몇 사람들은 누워서 자고, 술병은 빈병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찌개와 안주도 거의 바닥난 상태. 동욱이 후배들을 놓고 얘기하고 있다. 한참 위의 선배라서 모두들 예의를 깍듯이 차리고 경청하는 모습.
동욱 옛날엔 정말 대단했지. 교지가 나오면, 그날로 다 동이 났거든. 그리고 교지를 읽고서, 무섭게 토론들을 하고…. 학우들에게 얘기할 꺼리를 던져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던거야.
성준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동욱 그래, 지금은 그렇더라. 어젠가 보니까, 교지배포하다 남은게 그대로 쌓여있더만?
혜진 사람들은 점점 가벼운 것만 읽는 것 같아요… 애들도, 교지를 보면 잡기장모음글만 읽는다고 하더라구요.
민혁 그때는 어떻게 했었어요?
동욱 그때는, 막 사회과학이 유입되기 시작하던 때라서, 우린 사실 취재보다는 세미나를 더 많이 했어. 하나라도 더 세미나해서 서평쓰고 번역하고 이론 정리해서 글쓰는게 일이었지―. 원서 읽느라고 죽을 고생을 했다.
규석 봐, 그러니까 이번학기부터 세미나 강화하자고 그랬잖아.
동욱 그러면 학우들이 많이 읽을꺼 같냐? 니들같은 피래미가 아닌, 대학자들이 쓴 책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는데?
규석, 민혁, 혜진 등 모두들 풀죽은 표정이다. 대안이 없는 답답한 표정들.
동욱 (웃으며) 봐라… 그 누구보다도 신선해야 할 느이들이, 선배들보다도 더 과거에 집착하고 있잖아. 그때는 그럴만한 사회적 상황이었잖니.
혜진 (반발하며) 그러면, 지금은 사회적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가벼운 글들을 써야한다는 거예요?
동욱 그렇다고 가벼운 글 위주로 실으라는 얘기가 아니야. 그러면 싸구려 주간지랑 다를게 뭐있냐?
민혁 그러면 어떻게 해야돼요?
동욱 과거를 계승함과 동시에 단절할 필요가 생기지… 그리고 그 방법은 너희들이 찾아야 할 숙제고―.
규석 아유―. 답은 안 주시고…
동욱 느이들이 만드는건데 내가 왜 답을 주냐? 자, 술이나 마시자구…
윤서, 생각하는 표정.
S#76. 방 앞
윤서와 성준, 나란히 앉아서 담배피우고 있다. 윤서가 성준에게 현빈을 만난 얘기를 해준 다음이다.
성준 그친구도 사귀는 사람 없으면, 다시 시작해보지?
윤서 (두어번 고개 저으며) 옛날일을 다 잊고 살고싶다는 앤데―. 더군다나, 뭐 연애감정같은 것 때문에 걜 그렇게 보고싶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애.
성준 (쳐다본다) 그럼?
윤서 (시선을 앞에 두고서) 그냥… 되는 일은 없고, 그러다보니까 일이 잘풀렸던 옛날 생각만 자꾸 났던 거겠지…. (피식 웃는다. 담담하게)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찾아봤던건 아니야. 걜 만난다고 해서 뭐 그때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거고, 지금 내 상황이 바뀔 수도 없는거고―.
(M 시작 ― "Over The Rainbow")
윤서, 담배연기를 길게 내쉰다. 약간은 아련하면서도 털어내버리려는 표정. 성준, 그런 윤서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보면서
성준 그래, 아까도 동욱이 형이 그랬잖아. 화려했던 지난날에 묻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윤서 나 요즘 많이 듣는 노래가, <봄여름가을겨울>의 ‘10년전의 일기를 꺼내며” 거든… 근데 그 노래를 보고, 되게 웃기다고 생각했어. 왜, 그 가사중에, ‘내겐 더많은 날이 있어, 무슨 걱정근심 있을까’라는 대목이 있잖아. 난 정말 걱정근심 투성인데 누구 약올리나 하고말이야.
성준 더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남아있는 날은 내가 만들 수 있는거니까…. 나중에 돌이켜볼 때 그게, 너처럼 장미빛 추억이 될지, 그친구처럼 지워버리고싶은 기억이 될지, (윤서를 본다)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는거지만 말이야.
(M 줄어든다)
S#77. 아침의 시골풍경
이전의 현실에서의 장면들과 달리, 밝은 조명이다.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모습이어도 좋고.
S#80. 민박집
짐챙기고 나오는 일행.
S#81. 역까지 걸어가는 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길을 걸어간다. 햇볕이 따사롭다. 윤서, 햇빛이 눈이 부신 듯, 얼굴을 찡그린다. 윤서, 보기에도 무거워보이는 외투가 더운 듯, 앞단추를 연다.
윤서 야, 이제 정말 봄이다. 더워지는데?
성준 너, 몰랐냐? 요즘 날씨 따뜻하잖아. 근데 왜 혼자서만 칙칙하고 무거운 코트를 입고서 덥다고 그래?
민혁 (웃으면서) 벗어요. 봄맞을 준비 해야죠.
윤서, 어디서 들어본 말 같다. (S#1에서 진아가 윤서에게 했던 말) 윤서, 피식 웃으면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코트를 벗는다. 성준, 규석, 혜진, 민혁, 동욱 등과 주고받는 따뜻한 시선들. 그 위로
윤서Na 그래, 현빈을 만나고 난 다음에, 실상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취업은 어려울 것이고,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못할것이고, 아버지는 여전히 새로운 일을 구하지 못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더이상 그런 꿈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S#82. 뮤직랜드
CD 진열대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집> CD를 찾고 있는 윤서.
S#83. 윤서의 방
이전에 듣던 <봄여름가을겨울>의 LP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멈칫,한다.
한참을 아쉽게 쓰다듬더니, 책상서랍 깊숙한 곳에 보관.
CDP에 CD를 걸고 플레이 누르는 윤서.
(M 시작 ― 봄여름가을겨울 "10년전의 일기를 꺼내며")
윤서Na 다가오는 봄이 나에게는 전혀 따뜻하지 못하고 잔인할지라도, 난 더이상 봄이 오는 것을 회피하면서 두려움에 떨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과거를 발전적으로 단절할 수 있을 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겐, 아직 내가 갖고있는, 남아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