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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30 20:11:27
Name 한듣보
Subject [일반] # 본격 평범한 대학생 호주여행 다녀온 이야기 - 2. 잊지 못할 시드니에서의 첫 카우치서핑
참 이거 웃긴게 예산에 대한 제목을 포함했던 유럽여행계획 이야기에는 실제 예산을 절감할 방법인 카우치서핑(덤으로 히치하이킹도)에 대한 얘기가 없었는데, 그 내용이 나오는 지금부터는 호주여행기라서 유럽여행 경비에 대한 제목을 안 달게 되었네요. 글 구성에 대해서, 사진 구성에 대해서 기타등등 모든 의견 댓글 달아주시면 추첨해서 경품을 보내드리지는 못하지만 감사하겠습니다 ^^;;  한국에 내일 드디어 갑니다. 내일밤부터는 제 글에 댓글을 달 수 있겠습니다. 하하.





야 너 솔직히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한 번쯤은 가봐야 된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아? 내가 그걸 후회하는데 얼마나 걸렸을 것 같냐? 입대하고 3달? 아니 입대하고 3시간? 아니 입대하고 3초만에 후회했어 임마. - 라는 말을 군대가기 전에 아는 형한테 들은 적이 있다. 군대에 대한 글이 아니니 이에 대한 얘기는 잠시 치워두기로 하고, 저 표현만 잠시 빌려쓰기로 하자. 내가 총 27kg의 배낭들을 앞뒤로 매고 목에는 크로스백까지 걸고 집을 나선 이후 짐을 저따구로 싼 것을 후회하는데 3달도 아니고 3시간도 아니고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너무 무겁다. 다리가 아파서 못 걷는 것은 둘째치고 어깨 & 목이 아파서 못 걷겠다. 짐은 최대한 간단히 챙겨야 했다. 이쯤에서 지금도 완전군장하고 훈련하고 계시는 육군장병 아저씨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자. 난 완전군장을 훈련소에서 해본적이 있긴 하나 한여름 중간에 입대해서 애들 쓰러진다고 야간행군을 날라리로 때웠고, 의경생활을 해서 시위때문에 고생한 적은 있어도 무거운 짐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그리고 지도. 구글맵에 주소로 검색하면 기차역에서 어찌 가는지 자세히 나온다. 저 정도면 찾아가는데 전혀 무리 없다. 첫날 머문 곳은 Redfern 이라는 곳인데 나중에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시드니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란다. 그 얘길 가기전에 들었으면 못 갔을수도..



비행기시간 때문에 전날 밤을 샜는데도 긴장되서 졸리지도 않는다. 찾아가다 길 잃으면 어쩌나, 갔는데 완전 이상한 사람들이면 어쩌나, 선물같은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좀 그렇지 않나? 약간 헤매긴 했지만 어쨌건 도착했다. 벨을 누를까 하다가 혹시 자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문을 두드리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준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반, 여자들 사진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물 보기 전까지 믿으면 안되는구나 하는 동질감 반과 함께 마음이 조금씩 놓인다. 베이컨, 소세지, 계란후라이, 토스트 로 이루어진 아침밥을 먹으며, 가끔 미드를 보며 생각했던 서양애들은 저 느끼한걸 정말 아침에 다 먹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나의 첫 호스트 제니 원래 그냥 화가인데, 먹고 살려고 일단 미술교사 취직 했단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호주는 우리나라만큼 선생님되는 것이 빡쎈것 같지 않다.



호주토종인 미술교사 제니와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 올리버. 동거라는 개념이 익숙치 않던 나에게 이 커플의 생활방식은 사뭇 낮설었다. 겨우 몇달 전 파티에서 만났다는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한국 부부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그들에게 결혼관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던 것은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보다는, 한국에서는 언젠가 누구나 해야할 결혼이라는 것에 크게 고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 것은 이미 이메일로 약속이 되있었는데, 낮에 관광 가이드를 해줄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공연 전에 미술관을 데려가겠단다. 집에 6시까지 돌아와야 하니 시드니 관광시간으로 주어진 시간이 겨우 7시간 정도. 너무 짧다고 생각하며 도심지로 향했다.




프랑스에서 유학 온 올리버, 무슨 학과 박사과정 이라는데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알아본다.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핸드폰 셀카를 찍고 있는데, 중국인 아저씨가 사진 좀 찍어달란다. 보아하니 여행객이다. 방금 시드니에 도착했는데 오늘 저녁에 퍼쓰로 떠난단다. 세상에 별사람 다 있다. 1박2일도 나는 굉장히 짧은 것 같은데 그냥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도 있다니...   서로 사진 계속 찍어주다가 결국 동행하기로 했다. 태어나서 첫 여행 즉석 동행이다. 아저씨랑 공항에서 나눠주는 꽁짜지도를 펴놓고 간단하게 일정을 짜봤는데 열심히 걸어다니면 지도에 있는 랜드마크는 다 가볼 수 있겠더라. 그렇게 열심히 관광을 다니다가 아저씨와는 이메일 교환하고 헤어졌다. 3달이 지난 지금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찾아보는데, 시드니의 모든 랜드마크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깊었던 곳은 1&2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충격적이었던 지하철밖에 없다. 원래 관심있는 곳만 기억이 남는 법. 랜드마크 미친듯이 찍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교훈이 남는 관광이었다.




지하철 매일타는 서울시민만큼은 시드니에서 지하철을 빼먹으면 안된다. 지하철이 2층이다. 2층버스는 본 적 있어도, 2층 기차는 처음이다.


사실 미술관 역시 태어나서 처음이다. 맥주도 그냥 주고, 방문하는 사람도 다 아는 사람이 초대한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미술관은 아닌 것 같다. 처음받은 느낌은 그냥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에서 하는 전시회정도.. 사회적 메세지를 다분히 담은 것으로 보이는 만화가 주요 작품인듯 했으나 무식한 나에게 그걸 전부 이해하기엔 역부족. 나와서 저녁밥을 먹으러 피자헛을 갔는데 가격이 무슨 한국 분식집같다. 호주에서 햄버거와 함께 가장 싼 음식 중 하나란다. 일반적인 경우 거래량이 많을 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가르침을 피자헛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동양인이 나 뿐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아톰에 관심을 안 갖더라.  옛다 관심.


랩이 나오면 힙합, 기타와 드럼이 나오면 락, 티비에 나오면 가요라고 생각하는 나의 기준으로 그 공연은 락공연장인것 같긴 한데, 공연 중간마다 스트립쇼를 하는 것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관객의 절반이 여자였는데 스트립쇼를 보고 당황했던 사람은 나뿐이었던 것 같다. 한국같았으면 애시당초 스트립쇼가 나올 일도 없지만, 혹여 그 정도 규모의 음악공연 중간중간에 스트립쇼가 나왔다면 성을 상품화한 일이라고 난리날 일이다. 아니 한국에서도 사전 공지 하면 문제없으려나? 어쨌건 스트립쇼는 내가 이땠가지 보았던 그 어떤 코미디쇼보다 배꼽잡게 재미있었고, 심지어 여자들까지도 쇼에 미친듯이 호응하는 모습은 정말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 그땐 나도 음악에 취해 방방 뛰어다녔을 정도로 밴드 공연도 분명 인상적이긴 했는데 스트립쇼가 하도 충격이어서 밴드에 대한 기억은 잘 안나는 것 같다.




공연할때 사진찍으면 촌놈소리 들을 것 같아 다 끝나고 멤버 소개할때 찍었다. 애석하게도 스트립쇼는 못 찍어왔다. 혹여나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유럽여행갈때 사진기를 사야할 이유에 대해 여기서 깨달았다. 핸드폰 사진기로는 절대 움직이는 사람을 찍을 수 없다. 젠장.




새벽 3시가 되어서 집에 가는데 정말 피곤해 죽을 것 같다. 다음날 멜버른행 비행기 시간이 또 아침 9시인데 그거 타려면 또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전날밤도 꼬박 샜는데 세시간만 자고 일어나는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 스스로 떠난 여행 첫날, 처음으로 카우치서핑을 하며, 잠깐이었지만 첫 여행 즉석 동행을 해봤고, 처음으로 미술관 & 락 공연까지 가봤다. 그냥 카우치라고 하기엔 너무 편했던 매트리스에 누워 첫날부터 이렇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여행다녔다고 생각하니 기분 참 좋더라. 역시 잘 떠났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일단 떠나고 봐야했다.



ps. 피씨방 시간이 다 되서 맞춤법 검사 안하고 그냥 올렸는데, 좀 엉망이네요.  피지알에서는 좀 부끄러운데 ..   한국가서 고치겠습니다.ㅠㅠ 뉴질랜드 피씨방 너무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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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체풍신
10/07/30 21:14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시드니에 있었는데 저 2층 기차 반년만에 보는 것 같은데 반갑네요.
개인적으로는 시드니 내부보다는 일라와라나 카툼바 같은 외곽 지역이 더 볼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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