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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21 00:51:43
Name TWINSEEDS
Subject [일반] 약간의 이야기와 약간의 푸념
1.
오늘,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이 있어 졸업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얼굴을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졸업이후 언제 만났냐하면
2004년 봄, 입대를 하고, 자대배치(정확히는 전투경찰이라 경찰서배치)를 받고 어리버리 하고 있던 첫날
예비군복을 입고 군화끈을 매고 있던 부러움을 뛰어 넘은 거룩해보이는 수경님께서 뒤돌아보시며
'포항이 집인 사람있나?'라고 물어봤을때
'네! 접니다!' 하고 손들고 대답하며 바라본 그때입니다.

그 친구는 그날 전역날이었고, 전 경찰서 배치 받은 첫날이었던거죠.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찌나 반갑고, 눈물겨웠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원래 본성이 참 선하고, 어렵지않은, 연락하지 않고 몇년을 지냈지만 어색하지 않은 그런 친구였죠.



2.
요즘은 결혼식 피로연이 부페식이라 참 먹을거리도 많고 즐겁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있었죠.
요즘 친하게 지내던 여자사람친구를 데려가기로 말이죠.
관계는 조금 애매합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손도 잡고 다니고, 팔짱도 끼고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겁니다. 친구끼리도 그럴 수 있다, 아니다.
뭐,, 제가 주도한적은 별로 없고, 그 친구가 먼저 행동을 취하는 편입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귀자고 하면 될거 같은데, 계속 고민이 됩니다.
20대 끝자락의 나이라 좀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고, 또 제가 헤어지는 아픔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바꿔 말하면 망설이는 것일지도 모르죠.

약속을 했습니다. 어디간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요.
근 한달만에 만나는 거라, 아깝지않은 마음으로 부페도 즐기고, 옛친구들 만나면 소개도 해주고 그럴 생각도 있었죠.
토요일에 만나자는 얘기는 5일전 쯤 진작 끝났었고, 위치와 장소는 어제, 문자로 보냈습니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답장이 없길래 자나보다 생각하고, 다음날 답이 오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 답문이 없길래 전화를 했습니다.
안받더군요.
한시간 있다가 또 했습니다.
안받더군요.

결혼식은 그렇게 혼자 갔다왔습니다.
아주 불쾌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도 더 가까워지기 어려웠던거구요.



3.
어쨌거나, 결혼하는 친구는 잘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연락은 아직까지 없네요.
결혼하는 친구를 보니 부러운 마음은 가득하고, 저도 곧 그렇게 따라가야 할텐데, 저랑 그나마 가까운 여자분들은 다들 왜그러신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지나가다가 '도를 아십니까' 분들이 얘기하는 것중에,
'조상덕을 못받아 되는 일이 없어보입니다' 이 얘기 나오면 정말 뜨끔합니다.
정말 마가 끼어서 제 주변엔 괜찮은 여자들이 없는걸까.. 하고요.

예전에도 다른 여자사람친구가 있었습니다.
여행중에 만났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돌아와서도 연락을 하고, 콘서트도 데려가고, 유학 중에도 가끔 연락하고, 생일에 해외배송으로 선물도 보내주고요.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연락을 했습니다.
'나 돌아왔어요~' 라고 보내니, '귀국축하한다고, 빨리봐요' 라고 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라 나름 이벤트를 준비했었습니다.
몰래 콘서트 티켓을 미리 준비한거죠. 나름 좋은 자리 끊어서 만나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만나기 전날 전화가 와서 어디서 볼까 얘기도 다 해놓았죠.

만나는 날 점심 즈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오더군요.
'미안~ 나 오늘 회사에 일이 바쁘네 담에 봐요'
사실, 귀국하고 이와 비슷하게 일방 취소가 있긴 했습니다. 제가 참고 넘어가긴 했지만.
두번째 이러니 기분이 썩 좋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늦게 만나도 좋으니 콘서트 티켓도 사놨겠다, 어떻게든 데려가려구요.
안 받더군요. 문자를 했습니다.
문자 보면 시간 될때 전화 좀 해달라고.
원래 약속시간 다 될때까지 전화가 없더군요.
그래서 할말은 해야겠다 하고,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약속이 취소된거는 그렇다 쳐도, 연락은 되야죠.'



4.
콘서트 같이 보려고 했던 친구는, 그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괜히 화내는 문자 보냈나 가끔 후회도 됩디다.
그때 한번 더 참고 넘어갔으면, 그 친구를 잃지는 않았을텐데 하고요.

나이먹으니 멀어져가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기는게 아쉽습니다,
남다른 추억이 있는 인연을 잃는건 더욱 그렇구요.

전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에 대한 로망과 낭만이 참 큽니다.
혼자 여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그때 만난 인연을 지워버리면, 그때의 추억도 함께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죠.





+
추억속에서, 아그라의 타지마할은 뿌옇게 흐려져가지만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계속 남아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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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1 00:56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인간관계가 좁아 졌다기보단
진짜 '친구'와 그냥 '아는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요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타나토노트
10/02/21 02:16
수정 아이콘
제 경험도 그렇고 TWINSEEDS님 글도 그렇고 호감있는 사람에게 너무 티나게(?) 잘해주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걸 웃으며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베풀어주고 잘해줘봤자... 나중엔 "얘가 나를 만만하게만 보는구나" 느낌이 듭니다.
뭐 그래서 어장관리라는 말도 생기게 된거겠지만요.

어려워요~~~
10/02/21 04:27
수정 아이콘
인연..

Let it be입니다..

그냥 그대로 두어라....
10/02/21 04:33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사람들을 구분하는것을 느낍니다
내가 앞으로도 만날사람과 한번보고 말사람을요..
제 나이가 20대 초반인데 벌써 이러면 나중에는 내 주위에 사람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면 안되는 걸까라고 요즘 고민하고있는 문제중에 하나입니다..
10/02/21 14:12
수정 아이콘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나와 상대방이 서로 상처입지 않는 선까지 관계가 이루어지고, 결국 수많은 관계 중 서로에게 더 의미있는 관계가 선택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MetalTossNagun
10/02/21 15:15
수정 아이콘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죠.
글을 보자니 갑자기 하루키의 소설들이 읽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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