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5/11 18:34:31
Name 베니카
Subject [일반] 유년시절의 몇가지 기억들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
기억력이 좋지 못한건지 안 좋은 기억을 잊어버리려 했는지
유년시절의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그 중 특히 잊혀지지 않는 몇가지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말해보려한다.

첫번째로는 국민학교 2~3학년 쯤으로 담임선생님은 반 전체 학생들에게
교실을 꾸밀 화분 하나씩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우리집은 정말 한적한 시골이었고 동네슈퍼는 존재하지 않는곳 이었다.
꽃집이 있을리 만무했고 일단 엄마한테 이러이러하니 도움을 요청했는데
마침 밭에 심을 고추묘종이 있어서 가져갔다.

초등학교도 각 학년에 1반뿐인 시골이지만 각양각색의 화분을
어디서 구했는지 녀석들은 대부분 잘 가져왔다.

사물함뒤에 하나씩 올려놓았는데 담임선생님이 내 묘종을 보더니
"XX야. 넌 뭐 이런걸 가져왔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볼품없긴 했다 그 묘종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인생의 첫 당황함을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이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면 엄마가 슬퍼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무일 없던 것처럼 넘어갔다. 현재까지 이 이야기는 말하지 않고 있다.

두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의 기억이다. (이때부터 초등학교로 바뀌었으므로)

한 여자아이가 학기초에 전학을 왔었는데 그 아이는 시골애들에 비해 세련된 외모와
말투를 가진 아이였다.
당연히 모든 남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나 또한 그랬다.
그 시절부터인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챙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그 아이를 위한 사탕은 철저히 준비했다. 덕분에
학교앞 문방구는 쾌재를 불렀을것이리라. 여자아이 하나 전학왔다고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일 줄이야.

문제는 그 아이는 이미 친구들중 정말 멋있는 녀석과 썸? 비슷한 사이였는데
그 녀석은 잘생겼고 운동도 잘하고 (H유진 정말 잘생겼고 그리고 랩도잘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펙)
젠틀했다. 그 나이에 꽃다발을 선물할 정도니까. .

사탕은 굳이 주지 않아도 될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여자아이를 좋아하는지는
몇명이 알았고 어떻게 모의를 했는지 쉬는 시간에 모든아이들이 교실밖으로 나가버리고
나와 그 여자아이를 남기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교실 밖에서 들려오는 환호성.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 아이는 명료했다. 차가운 얼굴,말투. "나 너 안좋아해"
"으응.. 알아.." 다시 생각해도 정말 최악의 대답이다.

별일 없이 지나가자 아이들도 다시 원상복귀 했지만 그때의 화끈거림은 이렇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모두 같이 다닌 친구들이지만
그때처럼 미웠던 적이 없다. 성인이 된후에 술자리를 몇번가져도 이때의 에피소드는
나오지 않는걸보니 그들의 기억에선 잊혀진것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가지 더 있긴한데 이 두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천무덕
15/05/11 18:38
수정 아이콘
이런, 혼자만 기억하면서 오래 기억되는 것들이 있죠. 밝히긴 어려운,그러나 깊게 기억되는 기억들..
잘 읽었습니다.
15/05/11 18:39
수정 아이콘
잔혹동화 못지 않군요...^^
베니카
15/05/11 18:40
수정 아이콘
어느 부분이요? 크크
기아트윈스
15/05/11 18:52
수정 아이콘
직접 인용 부분이요 ㅠ.ㅠ
베니카
15/05/11 18:57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잔혹하죠 덜덜
tannenbaum
15/05/11 18:55
수정 아이콘
80년대 초반 교사들에게서 학생인권을 기대하긴 어려운 시절이었죠.
양성소 출신들이 상당히 존재했고 또한 정식 교대출신이더라도 요즘엔 상상도 못할 폭력과 부조리를 당연하다 생각하던 때였으니.....

제가 기억 나는건 학생가정환경 조사였나 뭐였나 암튼 학년 초에 그런걸 할때였습니다.

'아버지 대학교 졸업한 사람 손들어~','집에 차 있는 사람 손들어~', '칼라티비 있는 사람 손들어~~'.......
그중에 최고 대박은
'친아빠 친엄마 아닌 사람 손들어~' 이거였습니다.

더 암울한건 그시절엔 일부 좋은 선생들 빼고 대부분이 다 저런식이었거나 폭력선생이었다는거죠. 이런 수십년전 저런 선생들의 과오 때문에 최근의 양질의 교사들이 대신 그 죗값을 받는 것 같아서 요즘 교사들의 애로가 더 커보입니다.
베니카
15/05/11 18:59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교사가 된 친구 몇명이 있는데 가끔 페북을 보면 정말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있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게 좋은거겠죠.
15/05/11 19:07
수정 아이콘
제 유년시절 기억들도 적어보고 싶은 글이네요..!
날 집요하게 괴롭히던 친구에 대한 썰이 많이많이 쌓여있는데..흐흐
비둘기야 먹자
15/05/11 19:08
수정 아이콘
크크크 H유진
4학년때부터 초등학교 였으면 저보다 한살 어리거나 동갑이겠네요! 근데 사실 기억이 안남 ㅠㅠ
공허진
15/05/11 19:22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다가 떠오른 유년기 에피소드가 있어서 글을 써보려 했는데 삭게행 이라 차마 못 쓰겠습니.....
베니카
15/05/11 19:27
수정 아이콘
삭게행 에피소드도 대부분 하나씩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
Colorful
15/05/12 11:10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이런 얘기들 너무 궁금하다
Colorful
15/05/12 11:11
수정 아이콘
남은 얘기들도 댓글로 짧게 알려주시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112 [일반] 전 세계에서 순이익이 가장 높은 IT기업 Top10 [28] 김치찌개6372 15/05/11 6372 6
58111 [일반] [WWE] WWE라는 드라마 [5] Love.of.Tears.6660 15/05/11 6660 3
58110 [일반] 형님들 고민좀 들어주세요 (키문제) [99] woong player7429 15/05/11 7429 6
58109 [일반] 1 [66] 삭제됨8534 15/05/11 8534 1
58108 [일반] 여성시대 관련글or댓글 쓰시는 분들 주의하세요. [109] 삭제됨9503 15/05/11 9503 0
58107 [일반] 유년시절의 몇가지 기억들 [13] 베니카3090 15/05/11 3090 3
58106 [일반] 여성시대에 대한 몇가지 변호. [289] i_terran14824 15/05/11 14824 4
58105 [일반] 내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 BEST 20. [80] 요한18744 15/05/11 18744 22
58104 [일반] 내한 오면 감동한다. 대한민국 때창 클라스 [133] 카슈로드19786 15/05/11 19786 2
58103 [일반] 초보의 다이어트 [24] The Special One5820 15/05/11 5820 4
58102 [일반] 리빌딩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292] 미하라11408 15/05/11 11408 7
58101 [일반] ‘델 모니터 대란’ 우려가 현실로... [99] Pax14462 15/05/11 14462 1
58100 [일반] [KBL] SK박상오, kt오용준과 전격 1:1 트레이드 + fa 잡설 [41] ll Apink ll5359 15/05/11 5359 0
58099 [일반] 홍준표 “경선 자금 1억2천만원은 마누라 비자금" [71] 발롱도르9713 15/05/11 9713 2
58098 [일반] 복면가왕.. 기획이 좋네요 [73] 삭제됨10995 15/05/11 10995 0
58097 [일반] 잠들기 전에 [16] 새님3632 15/05/11 3632 19
58096 [일반] 난 '솔직히'란 말이 싫다.(부제: 여시사태를 보며) [66] Cliffhanger9436 15/05/11 9436 9
58095 [일반] 아시아에서 순이익이 가장 높은 기업 Top10 [41] 김치찌개7128 15/05/11 7128 1
58094 [일반] 여성시대 운영진과 회원들의 대응책을 보니 깝깝하네요. [286] 파란만장18492 15/05/10 18492 17
58093 [일반] [계층/약혐] 파괴의 신(?) [9] The xian4572 15/05/10 4572 0
58092 [일반] [야구]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여러가지 고찰, 그리고 바램 [303] 독수리의습격14025 15/05/10 14025 3
58091 [일반] 다저스 트레이드 현재까지 득/실 정리 [17] 테란해라5798 15/05/10 5798 1
58090 [일반] 야신 김성근의 권혁, 박정진, 송창식 혹사 논란 [451] 발롱도르16617 15/05/10 1661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