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음식을 특별히 가리는 것도 없고 거의 항상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IT기기 쪽만 해도 그 동안 그냥 기본 기능만 되면 된 거지 라는 생각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같은 부류로 분류되는 제품들 가운데도 확실의 질의 차이가 있구나 하는 것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의 유일하다시피 한 취미가 책을 읽는 거다 보니 재작년에 국내 인터넷 서점 업체인 Y사의 C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했었습니다. 저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입장이지만 집에 제 책들을 놓을 만한 공간이 좀 부족해서 이참에 전자책에도 좀 익숙해볼까 싶어서 구매를 했지요.

그렇게 구입한 C전자책 리더기는 사실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만듦새가 꼼꼼하지가 못하더군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가 딱 맞아떨어지지가 않아서 간격이 좀 떠 있었고 펌웨어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작동 역시 처음에는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펌웨어는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이게 툭하면 화면이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점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파워 버튼을 10초 이상 계속 누르면서 리부트를 시켜야 되는 데 이게 또 한 번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튼 사용하면서 불편한 경우들이 계속 생기더군요.

전자책 리더기들이 다 거기서 거지지 뭐 하는 생각으로 C제품을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주문한 해외 A사의 전자책 리더기 K제품이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 원서를 많이 읽다보니 기존의 C제품에서 A사에서 판매하는 전자책들을 읽으려면 DRM을 제거하고 포맷을 변환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서 귀찮았었는데 마침 A사에서 이 제품을 원래 가격에서 100불정도 내려서 할인판매를 하고 있어서 그냥 질러버렸습니다. 오늘까지 사용해 보고 있는데 확실히 제품 마감도 그렇고 작동도 그렇고 Y사의 C제품과는 차이가 좀 있네요. 페이지 넘김이나 사전 활용 등 여러 기능들이 C제품보다 한 수 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같은 전자제품들이라도 결코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물론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A사와 국내 업체인 Y사를 같이 놓고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전자책 시장을 키우고 싶다면 일단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19금 야설들이나 팔려는 통로로 생각하지 말고 종이책과 동일하게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 같고 이북 리더기들도 좀 더 잘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