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수 좋다는 게 뭡니까. 일 때려치우고 빈둥거리던 터라 냉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1.  아무 것도 모르고 보러 가면 뭔 소리야 싶은 이야기들이나 개그가 제법 많습니다. 최소 어벤져스, 아이언맨 전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보고 가셔야 왜 이렇게 진행되나 이해되실 거예요. 모르고 보면 벙찔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대충이나마 알고 가서 대략적으로 이해는 됐는데 비전이란 새로운 영웅이 나중에 등장할 땐 좀 뜬금없더군요. 비전에 대해선 아예 모르고 있던 터라 이 자식은 뭐야? 갑자기 등장한 토르 로봇 버젼은....이런 느낌? 얘랑 토르랑 아이언맨 셋이서 울트론 광선으로 다굴칠 땐 장면이 어째 좀 유치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2.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큰 줄기에 곁가지가 너무 많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요. 가지치기가 되지 않아서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전작은 등장인물 교통정리도 잘 됐고(영웅은 여섯이었지만 중심 인물은 캡아랑 아이언맨 둘이고 나머지는 조연급이었죠) 악당도 간당명료한 녀석이라 크게 신경 안써도 이해가 됐는데 이번엔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2시간 20분 안에 소화시키려다 보니 소화불량이 걸린 것 같아요.

각 인물들의 사연으로도 영화 하나씩 따로 만들어도 될 내용인데 그걸 스토리 진행하기도 바쁜데 꾸역꾸역 쑤셔넣다보니 그냥 수박 겉핥기 식으로 쓱쓱 넘어갑니다. 차라리 안 넣으니만 못했는데 얘네들 중 하나라도 조연급으로 떨구기엔 팬들의 원성이 장난 아닐 게 뻔하다보니...모두를 살려리다 모두가 죽어버리는 그런 느낌....그렇다고 중심 이야기가 가볍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로키에 비해 울트론은 복잡한 뇌구조를 가진 녀석이라 이 녀석에 대한 설명에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버렸고....거기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영웅들도 소개해야 되고....전체적으로 이야기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헉헉 거리는게 보일 정도 였습니다;

차라리 반지의 제왕처럼 3시간 30분 찍어버리지;


3. 액션은 딱 1편 수준? 다만 초반이 잔잔했던 1편과는 달리 2편은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진격전, 시가전, 1:1 맞짱, 개싸움 등등...온갖 액션은 다 보여주네요. 그런데 솔직히 전 1편이 더 좋았어요. 헐크 혼자 날아다니는 거대 외계괴수 때려잡는 걸 가장 감명 깊게 봤던지라 이번 2편에서도 헐크랑 거대 아이언맨(?)이랑 묵직하게 맞짱 뜨는 액션이 가장 좋았습니다. 패싸움은 한명당 5초씩만 잡아도 1분 가량이 그냥 지나가버리니 번개불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다닥....;;


4.서울 찍은 거 제법 많이 나오긴 했는데 그냥 배경이 구려요; 우리가 사는 동네니까 신기하긴 한데 야경도 아니고 우중충한 아파트나 뒷골목 같은 곳만 나오다 보니 외국인이 보면 뭐야 이 촌동네는...싶은 배경이었습니다.  그냥 왠만하면 한국 배경으로 영화 찍지 않는 걸로....;;  


종합적으로 평을 내리자면 1편이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면 2편은 10점 만점에 7.5점 정도...?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 싶어요.

1편의 감동 기대하지 마시고 그냥 여름 블록버스터 액션 본다고 생각하고 가시면 될듯. 아니면 각 히어로 빠심으로 보던가;


아참, 질문 하나.

원래 호크아이랑 블랙위도우랑 썸타던 거 아니었나요? 왜 갑자기 쌩뚱맞게 헐크랑...거기다 호크아이는 이미 마누라에 애까지 둘이나 있었는데 1편에서 그 묘한 분위기는 도대체...; 윈터솔져에선 캡아랑도 밀당하고...이 여자 이거이거...;;


p.s

다른 사이트에서 본 글인데 어벤져스1편은 어벤져스1편을 위해 다른 영화들이 만들어진 느낌이라면 어벤져스2는 사이드 작품(시빌워 등등)과 어벤져스3편을 위한 발판 같은 영화라고....이게 진짜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네요. 떡밥용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