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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22 15:33:22
Name 첸 스톰스타우트
Subject [일반] (스포有) 모노가타리 시리즈-판타지를 빌려 현실을 이야기하는 판타지.
개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입니다. 경어체를 쓰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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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가타리 시리즈는 일본 기담에 등장하는 '괴이'라는 오컬트 요소를 빌려 등장인물들이 부모, 동급생, 선생님 등에게서 받은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원작자의 입을 빌리자면 성장물이다. 다소 높은 수위의 섹슈얼 코메디, 중2병, 츤데레, 얀데레, 오컬트, 하렘 등 라노벨 및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모두 들어가있지만 초반 2~3화 정도만 참고 보면 판타지스런 요소들을 모두 커버해버릴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그 흡인력의 정체는 아마도 판타지를 빌려 현실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센죠가하라를 예로 들어보자. 그녀의 엄마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정을 버렸고, 또 그건 어린 딸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되었다. 다름아닌 친엄마에게 본인을 부정당한 딸은 본인 스스로 존재가치를 잃었고, 그때 만난 게 형상의 괴이에게 신체의 질량을 잃었다. 물론 게 형상의 괴이에게 신체의 질량을 빼앗겨 몸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신체의 질량을 자아로 치환하면 어떨까. 친엄마에게 존재가치를 부정당한 어린아이가 자아의 질량을 포기했다라고 생각하면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 아닐까.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괴이 또한 그러하다. 실제 작품 내에서도 센죠가하라는 괴이에게 습격당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괴이를 본인에게 불러들인 형태이다. 아니, 괴이를 만들어냈다는 쪽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이걸 현실적 이야기로 바꾼다면, 게 형상의 괴이는 센죠가하라가 자아를 포기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상상 속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려 물리력을 행사할수 있는 게 형상의 괴이가 센죠가하라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은 "전문가", 즉 '정신과 전문의'인 오시노 메메가 제시해준다. 하지만 그가 할수 있는것은 답을 제시해주는것 뿐, 결국 해결은 본인 손으로 직접 할 수밖에 없다. 그걸 옆에서 도와주는것이 '백마 탄 왕자님'인 코요미의 역할이고.

하네카와는 더 나아가서, 사와리네코와 방화범 호랑이를 본인의 동생이자 본인에게서 잉태된, 즉 떨어져 나간 부정적인 인격이라고 인정한다. 노골적이다 못해 직접적이다. 양친이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 탓에 엄마와 아빠가 몇번씩 바뀌었고, 아빠를 따라서 본인의 성 또한 몇번씩 바뀌었으며, 양부모와 한 지붕에서 살지만 그 집에 있는 방 6개중에 본인의 방은 없고 비록 양부모이지만 부모들과 밥도 같이 먹지 못한다. 이런 극단적인 성장환경은 하네카와를 '착한 아이 컴플렉스'환자로 만들었으며, 본인의 부정적인 면-슬픔, 눈물, 분노 등-을 남에게 철저히 감추기 위해 아예 본인의 인격에서 떼어내버렸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면들은 결국 각각의 인격이 되어 하네카와의 감정을 마음껏 배설하는 창구, 또 하나의 인격이 되었다. 또한 센죠가하라와 마찬가지로, 하네카와는 코요미와 그의 반려인 시노부-오시노 메메의 지식을 전수받은-에게 도움을 받아 본인이 떼어냈던 부정적인 면들을 다시 받아들이며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극복하게 된다. 또한 칸바루와 나데코 역시 환경에 의해 비틀린 자기자신의 내면에서 기인한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었고 괴이는 그것을 촉발시키는 매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시말해 '괴이'라는 판타지스런 매개체를 빌려서 등장인물의 뒤틀려진 내면과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에겐 너무도 가혹했던 주변환경(정확히 말하면 어른 및 주변사람들), 즉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형태인 것이다.

물론 초반부 이후에는 위에 기술한 것과는 상관없는 다분히 정통 판타지스런 내용전개가 되기 때문에, 모노가타리 시리즈를 히로인들 정신병 치료하는 옴니버스식 구성물로 정의할 순 없다. 다만 괴이라는 소재와 하렘으로 지탱되는 다소 무책임하고 뻔뻔하다고 할 수도 있는(뭐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내면과 인격이 뒤틀리는 경험을 했던 여고생 여중생들에게 코요미가 백마 탄 왕자님으로 비춰지는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판타지를, 그것도 긴 호흡의 판타지를 가지고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음운을 이용한 말장난이나 다소 진부한 서술트릭같은 기교 이외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판타지를 빌려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참신함으로 초반부에 독자들을 빨아들인 뒤 다시 긴 호흡의 정통 판타지를 전개하는 법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것을 가지고 초반부의 흡인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진다고 평할 수도 있지만, 판타지를 빌려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초중반부의 참신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긴 호흡의 정통 판타지를 아무렇지 않게 정주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그 정도의 흡인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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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2 15:37
수정 아이콘
책은 안보고 애니로 봤는데 바케모노까진 좀 재밌게 보다가 이후부터 너무 뽕빨성이 심해져서... 접었네요
단지날드
15/04/22 19:47
수정 아이콘
니세가 좀 그렇죠...대충의 스토리만 찾아보시고 시즌2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저 신경쓰여요
15/04/22 15:42
수정 아이콘
사실 처음에는 '그 나름대로' 현실 세계에서 놀다가 갈수록 대놓고 이능물로 들어가는 건 작가의 지난 장편인 헛소리 시리즈에서도 나온 패턴이죠 흐흐

물론 이야기 시리즈의 가치는... 센조가하라님... 토레...
에리x미오x히타기
15/04/22 17:59
수정 아이콘
히타기는 토레죠! 모에의 상위 단계!
llAnotherll
15/04/22 15:47
수정 아이콘
만담으로 정의될 기나긴 대화가 이야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구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만도 한 구조이나
재미있게 봤었기는 한데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복잡한 길을 택한다 싶었습니다. 제대로 완결나면 끝까지 보고싶은 맘은 있네요
솔로10년차
15/04/22 15:59
수정 아이콘
일본 출판물이 대부분 그렇지만, 바케모노가타리가 나온 이후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면서 시리즈가 된 것이여서 바케모노가타리와 나머지와의 격차가 꽤 느껴집니다. 일단,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첫 권임에도 바케모노가타리는 다섯개의 이야기를 두 권에 담았는데, 그 이후로는 한 권에 한 이야기죠.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져요.

일단 장르는 대놓고 하렘물인데, 제가 느끼기엔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을 모두 여성화해서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정을 사랑으로 치환해서 하렘물로 만들어 놓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표현상으로는 여동생과의 근친이 내여귀보다도 직접적인데, 내여귀와는 다른 느낌이죠. 진짜 사랑이란 느낌이 없어요.
첸 스톰스타우트
15/04/23 13:37
수정 아이콘
하렘물은 하렘물인데.. 니세코이 같은 정통 하렘물이라기보단 등장인물들이 내면에 입은 상처들을 전부 아라라기 군에게 쏟아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라라기군을 좋아하는데 집중하면서 본인 내면의 문제를 외면한다고나 할까요. 흡사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가 의사에게 사랑에 빠지는 그런 현상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뭐 아라라기군은 의사, 즉 전문가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일 뿐이지만요. 물론 센죠가하라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센죠가하라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플래그만 꼽아놓은 채 아라라기군과 연결될 수 없는 거고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렘물이란 점은 변함이 없지만요 크크크
솔로10년차
15/04/23 13:40
수정 아이콘
작품 내적으로 보면 그렇고...
외적으로 접근하자면, 작가가 하렘물의 탈을 씌웠다고 봅니다. 크크.
꼬라박
15/04/22 16:21
수정 아이콘
출판사나 샤프트가 결코 시리즈를 끝내게 해주지 않겠죠.

사실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어 보이는데 넥스트 시즌이니 떡밥 나오는 것 보면..
히라사와 유이
15/04/22 16:25
수정 아이콘
영원히 고통받는 아라라라라기군...
에리x미오x히타기
15/04/22 17:58
수정 아이콘
두 글자가 더 많습니다?
히라사와 유이
15/04/22 18:15
수정 아이콘
실례. (키보드를) 깨물었습니다.
하얀마녀
15/04/22 17:16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 보입니다.
처음 : 아.. 이런 식으로 현실문제를 다루다니... 이 작품은 천재가 만든 것이 분명하다.... 스바라시...
끝 : 헠헠 센죠가하라 헠헠 나데코 Dayo!!! 하치구치는 합법입니다 합법로리 빠세요!
첸 스톰스타우트
15/04/22 17:24
수정 아이콘
!!

그럼 저는 로리하네카와를..
술마시면동네개
15/04/22 18:01
수정 아이콘
여타 일본애니들이 그렇지만 좀 과하게 들어간 섹슈얼요소를 뺀다면 재밌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랬다면 이렇게 인기는 없었겠죠...
아리마스
15/04/22 18:26
수정 아이콘
아무튼 센조히가라는 손에 꼽는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에리x미오x히타기
15/04/22 19:27
수정 아이콘
센죠가하라입니닷!
사유라
15/04/22 18:50
수정 아이콘
키즈모랑 바케모노가타리 이후작들은 퀄리티가 영 떨어지더군요.
단지날드
15/04/22 19:43
수정 아이콘
바케모노가타리 정말 재밌게보고 니세는 좀 별로였고 시즌2도 정말 재밌게 봤네요
리듬파워근성
15/04/23 12:29
수정 아이콘
이거 뭔가 재밌어 보여서 구글에 쳐봤더니 양치질 시켜주는 장면 동영상을 봤는데 .... 이거 맞나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5/04/23 13:13
수정 아이콘
네 맞아요..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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