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로 SK와 SK C&C의 합병 공시가 떴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런 엉망진창의 합병비율을 받아들고 보니 SK 주주로서 대단히 허무하네요.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순 자산이 지배주주 기준으로 10조, 비지배지분까지 합치면 무려 35조가 넘는 명실상부한 SK그룹의 사령탑입니다.


2. 그런데 놀랍게도 최태원 회장의 보유 수량은 고작 1만주, 시가로 17억원 어치에 불과합니다.


3. 그러면 왜 최 모가 회장인가? 바로 SK C&C라는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가 전체 SK 주식의 30%정도를 들고 있는 대주주이기 때문이지요. 최 모시기는 SK C&C 주식의 33%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 모시기-->SK C&C --> SK --> 나머지 SK그룹회사들 이라는 긴 지배구조가 발생합니다.


4. 국내법상 [지주회사]요건을 충족시켜서 정식 지주회사가 된 건 SK로, 씨엔씨는 원래 저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흔히 [옥상옥]구조라고 부르고, 언젠가 반드시 해소되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SK는 규모에 걸맞는 위풍당당한 거대 지주사인데 반해 씨엔씨는 자신이 보유한 30%의 SK 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빈껍데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5. 따라서, 양사가 정상적인 비율로 합병을 하게 된다면 SK의 가치가 못해도 씨엔씨보다 세 배는 더 높게 평가받아야 맞습니다만, 이렇게 될 경우 최 모시기라는 작자의 전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 뻔합니다. 통합 SK의 10%가 될까말까한 지분만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6. 그래서 이 양반이 [주가조작]을 시도합니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합병 시에는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상당히 객관적인 자료들을 평가해야하는 반면, 상장법인간의 합병 시에는 그냥 합병 결의 시점의 주가가 기준이 된다는 걸 악용해서, 먼저 씨엔씨를 상장시킨 뒤 가능한한 모든 수를 써서 강제로 씨엔씨 주가를 퍼올렸습니다. 일감몰아주기, 언플, 기타 등등이 동원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주가 퍼올리기가 가능했던 건 [공모자들] 덕분이었습니다. 최 모의 이런 검은 속내를 투자자라면 모를 리 없었고, 그래서 최모의 주가조작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받아먹기 위해 너도나도 씨엔씨에 달라붙게 되었지요. 그렇게 해서 가진 거라고는 SK주식 30%, 약 3조원 어치 자산 외에는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한 씨엔씨는 무려 시가총액 13조 짜리 거품덩어리로 돌변합니다. 말이 안돼요. SK의 시가총액이 8조인데 [0.3 * SK]나 마찬가지인 씨엔씨의 기업가치가 13조라구요?


7. 감옥에 앉아서 나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최 모 및 감옥 밖의 공범들은 이 버블버블을 보고는 이제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우려로 인해 SK의 주가는 발목을 잡혀있고 그에 반해 씨엔씨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려는 기관과 개미들이 달라붙어서 버블버블을 만들어둔 시점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 러쉬를 감행합니다. 그게 어제 아침에 발표난 전격 합병 공시입니다.


8. 이 공시는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해서 씨엔씨 1 : 0.75 SK 라는 소도 웃을 비율을 발표했습니다. 씨엔씨가 SK를 흡수합병하되 SK 주주들은 그 보상으로 1주당 씨엔씨 0.75주를 주겠다는 겁니다. 씨엔씨가 SK보다 더 큰 걸로 인정해버린거지요. 씨엔씨가 사실상 0.3 * SK임을 감안하면, 원래대로라면 SK 1주당 씨엔씨 주식 3주를 주어도 모자랄 판임에도 불구하구요.


9. 이러한 주가조작을 통해 최태원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득을 보게 됩니다. 적정 비율로 합병시와 비교해보면 수조원을 공짜로 먹게 되었습니다.


10. 하지만 아직 합병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닙니다. 합병을 막을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으니, 그것은 바로 [매수청구권 행사]입니다. 기존 주주 및 오늘 장 마감 전까지 SK 혹은 씨엔씨를 매수한 주주는 양사의 합병에 반대할 권리가 생깁니다. 이 권리는 회사에 [매수청구]라는 걸 요구함으로써 행사할 수 있는데, 한 마디로 [난 합병에 반대하니 합병할 거면 회삿돈으로 내 주식 사가시오]라고 선언하는 거지요. SK의 경우 매수청구가는 17만 1853원으로 책정되어있으며 현재 주가는 17만 4천원입니다. 이 권리는 6월 중에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권리를 행사한 이들의 총액이 1조원을 넘지 않는다면 합병은 이대로 진행될 것이요, 만약 1조원을 넘긴다면 합병은 높은 확률로 취소되게 됩니다.



이제 두 가지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향후 2개월간

10-1. 주가가 하락해서 매수청구가 이하에 형성될 경우: 기존 개미들 및 국민연금은 그냥 17만 1853원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될겁니다. 그 편이 이득이니까요. 이렇게 되면 매수청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양사는 높은 확률로 합병을 취소할 것이요, 양아치짓이 통하지 않는 다는 걸 확인한 투자자들의 이탈로 씨엔씨의 거품은 꺼지고 반대로 합병 이슈에 눌려 있던 SK의 주가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겁니다. 아마 2배 이상 상승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SK 주가가 날아가버림으로 인해, 최태원은 아마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벌이지 못하게 될 겁니다. 가장 통쾌한 응징이 될겁니다.

10-2. 주가 상승시: 합병은 예정대로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제가 아는 몇 분이 배임 등으로 최태원 및 SK 이사회를 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성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매우 부조리하긴 하지만, 최 모시기라는 작자 및 그 공모자들이 SK 주주들 및 법인 SK로부터 한탕 거하게 해쳐먹는 꼴을 보고 분을 삼킬 수 밖에 없겠지요. 배드 엔딩이 될 겁니다.





결론:

최태원이 사실상의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을 해먹느냐 마느냐가 이제 향후 2개월 안에 결판나게 됩니다. 경제정의를 위해서라도 결코 성공하도록 용납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여러분이 기름 넣고 통신료로 낸 돈 수조원은 법인 SK의 것이어야하고, 그 법인 SK가 국민에게 재투자해야하는 그런 돈입니다. 그게 가장 부조리한 방법으로 최태원이라는 한 개인의 주머니에 쑤셔들어가서는 안됩니다.]

SK와 씨엔씨의 주가가 앞으로 수개월간 하락하도록 기도해주세요.

언플이 끝 없이 이어질 겁니다. 앞으로 무수히 쏟아질 합병 찬양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어주세요. 무슨 시너지가 어쩌구... 다 개소리입니다.

욕해주세요. 지금 진행되는 양사의 합병은 (아마도) 이재용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삼성 그룹을 삼킨 경제범죄 이후 최대규모의 양아치짓입니다. 행여나 누군가가 회원님께 "야 어디랑 거기랑 합병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라고 묻거들랑 "양아치들이 주가 조작해서 사기치는거야" 라고 이야기해주세요. 한 톨 한 톨의 비판여론도 모두 도움이 될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