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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18 15:05:01
Name jjohny=쿠마
Subject [일반] 세월호의 '비단원고' 희생자들
지난 목요일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서 관련 행사도 많고 관련 글도 많이 보게 됩니다. 행사도 참석하고 글들도 보면서 마음을 새로 다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 참사와 그 희생자들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행사와 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은 곧잘 '아이들'이라는 호칭으로 획일화되어 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월호에는 '아이들'만 타고 있었던 게 아닌데 말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세월호 희생자들 중에는 30명이 넘는 비단원고 희생자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 중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또 상징적인 존재들이긴 합니다만, 가끔은 비단원고/성인 희생자들이 너무 소외되고 잊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저께 세월호 1주기 때, 문재인 대표의 추모사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라왔습니다.
(전문: http://m.blog.naver.com/moonjaein2/220332308003 )
유력 정치인으로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이렇게 추모하는 목소리를 내주는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유가족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도 세월호 사망자들은 계속 '아이들'로 불려집니다. 실종자들의 경우는 성인들까지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었는데, (물론 실종자의 특수성이 있지만) 그런 세심함으로 비단원고 희생자들을 생각해주지 못하는 건 좀 아쉽습니다.

어제 세월호 참사를 기억/기록하고 세계에 호소하기 위한 기네스 도전 행사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4160명 도전이었는데. 정식 참가자만 거의 45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가해주었고, 행사의 좋은 취지와 참가자들의 마음에 응답하듯, 기네스 등재는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행사 전반에 걸쳐서 비단원고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은 주최측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행사에서 그 분들만큼은 잊혀져 있었습니다. 행사에서의 레토릭은 온통 '아이들-부모' 구도 위주로 점철되어, 그 분들의 자리는 너무나 협소했습니다. 어제 행사가 좀 심하긴 했지만 어제 뿐만 아니라 세월호 관련 행사들에 참석할 때 자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304명의 희생자들, 모두 하나같이 우리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른으로부모의 마음으로..." 이런 식의 멘트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어색함을 눈치챌 수 있음에도, 현장에서 너무나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 더 동하게 할 수 있는 점도 있다는 점은 긍정하지만, 그러한 호소의 과정에서 또다른 소외를 만들어서는 안될 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글들과 행사들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귀한 흐름에서 비단원고 희생자 가족들도 잊혀지지 않고, 소외되지 않고 더욱더 함께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관련 행사 주최측에서 일부러라도 비단원고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일정량의 스포트라이트를 할애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참사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유가족 분들은 고통 가운데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유가족분들의 슬픔과 울분이 어서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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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따크
15/04/18 15:35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마침 글쓰신 분과 같은 생각을 했네요. 글 감사합니다.
하심군
15/04/18 15:37
수정 아이콘
사실 그래서 저도 추모글을 올릴 때 아이들이라고 무심결에 쓰려다가 그분들이라고 바꿨지요. 사실 그런 것도 저처럼 한발짝 물러나서 바라봤기 때문에 보이는 것인 걸지도 모릅니다.
누구도날막지모텔
15/04/18 15:59
수정 아이콘
1. 학생들이 다수였던 점이 제일 크고

2. '아직 못 다 핀 아이들의 죽음' 이 '어른들의 죽음'
보다 자극적이니까요.
15/04/18 16:04
수정 아이콘
윗분 말대로 아이들의 죽음을 강조하는게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 정치권쪽에서 더 부추기는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단원고 희상자 유족이지만 시위를 진행하는건 결국 다 정치하고 시위해오던 그 나물에 그 밥인 사람들이니까요.
단지날드
15/04/18 16:23
수정 아이콘
시위 진행하는건 단원고 유가족들이 주축이죠...;;
SCV처럼삽니다
15/04/18 16:26
수정 아이콘
시민단체들이 주축이죠. 유가족모임이 16일 광화문 광장 추모 행사를 나서서 준비한거라 보이진 않던데요. 주인공은 유가족이지만..
15/04/18 16:35
수정 아이콘
단원고 유가족 모임 맞는데요... http://416family.org/6689
15/04/19 13:12
수정 아이콘
유가족은 간판이고 시위는 야권 단체들이 주도하는거죠. 설마 유가족들이 다 자발적으로 트위터에 글올려서 사람 모으고 전단지 제작하고 시위 리드하고있는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Outstanding
15/04/18 16:34
수정 아이콘
오늘 낮에 서울시청 지나다보니 민주노총 누군가가 대회 개회사? 하고 있더라구요.. 신호걸려서 잠시 들어보니 그냥 세월호는 안건 끼워넣어 분위기 묻어가기
부평의K
15/04/18 16:50
수정 아이콘
같은걸 느낀지 한참 되었고, 그런 이유로 단원고 유가족들에게 피로감을 느낍니다.

희생된 수가 많은건 알겠지만 유가족은 단원고만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요.
카시우스.
15/04/18 17:10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이제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푸치노
15/04/18 17:48
수정 아이콘
처음엔 분명 어른들이 있었는데 어느순간 아이들만 이야기 하더라구요.
세월호에 어르신들도 타고 계셨는데..
보상금 이야기에조차 그분들은 못 본거같아요.

안산에서 행사할땐 안산이라 그런가 했는데..(어르신들은 인천분들도 있는걸로..)
서울에서 할때도 어린이들만 있네요.
아저게안죽네
15/04/19 01:25
수정 아이콘
보상금 이야기 할 때 처음 나온 뉴스에는 언급이 됐었습니다. 일반인 희생자 분들은 1억5천에서 8억의 보상금을 받는다고 말이죠.
그러다가 언론들이 단원고 희생자들의 보상금을 10억 근처로 뻥튀기 발표하면서 그 쪽으로만 집중되더라구요.
FastVulture
15/04/18 18:09
수정 아이콘
단원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보니,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란 느낌이 들긴 합니다.
함께 잊지 않아야겠지요
영원한초보
15/04/18 19:18
수정 아이콘
이런걸 이용해서 비단원고 희생자들을 반정부 시위를 부숴버리는 무기로 쓰는 사람들이 있지요.
PGR에도 그런 분들 있고요.
한국인 40% 중국인 60% 정도 사는 마을이 있으면 사람들이 차이나 타운이라고 부르니까요.
사람들이 대다수 부분을 집어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 남은 9명의 실종자는 딘원고 학생이 4명이라 인양 이야기를 할때 일반인 유족 인터뷰도 비교적 자주 보입니다.
그래도 단어사용에서 일반인 유족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때문에 이에대한 포용도 확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일도 줄어들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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