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자취요리가
자취요리로 쉽게 할 수 있을만한 요리임에도 지나친 오리지널 레시피와 조리법 고수로 인해
과연 자취요리인가의 논란을 불러오는 파문을 일으켰기에,
심심한 사과의 차원에서
이번엔 본디 요리 자체는 자취요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약간의 야매성을 더해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자취불고기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고기요리이다보니 자주 해 드시기에는 비용(한 끼 기준 재료비 만원 내외입니다)도 그렇고 무리이지만
이러다 몸 상하겠다 싶으실 때 가끔 해드실 수 있는 요리입니다.
얼마전 다른 분께서 쓰신 글에도 나오지만,
고기는 고래로 인류의 생명이자 구원이었기에
고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재료*
1. 냉동 등심 250g (1인분 기준)
불고기도 고기 요리이기에,
모든 고기 요리가 그렇듯이 원재료인 고기가 싱싱하고 맛있으면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갑니다.
당연하게도 불고기감이 등심일 때와 설도(소의 엉덩이 아래 허벅지 위 부위로, 보통 불고기감이라고 하면 이것입니다)일 때의 맛은 하늘과 땅 차이이므로, 비록 자취요리이지만 과감하게 등심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취요리에 거룩한 한우 생등심을 사용할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불고기 요리는 어차피 양념에 재워버리기 때문에 완성된 상태에선 냉장 등심과 냉동등심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냉동육은 얇게 균일하게 저미기가 유리하기에 불고기감으로 좋습니다.
따라서 수입산 냉동 등심육을 불고기용으로 얇게 저며서 판매하는 것을 사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략 100g 기준에 2000-3000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장 좋은 것은 동네 정육점에서 이런 것을 찾아보시는 것입니다만(의외로 마트에서는 냉장육 위주로만 유통되기에 냉동 등심은 구하기가 쉽지 않고, 동네 정육점에서 더 흔한 편입니다)
못 찾으시겠으면 인터넷에서도 흔하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용으로 링크 하나 걸겠습니다. 말 그대로 참고용이며 아래 링크 사이트에 대한 추천이 절대로 아니며,
저는 동네 정육점만 이용했던 터라 아래 사이트를 이용해본 적도 없기에
링크 사이트의 고기 품질에 대한 어떤 보장도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등심이라고 비싸다고 자취요리 아니라고 혼날까봐 쫄아서 다는겁니다)
http://meatoutlet.co.kr/front/shop/item.php?it_id=1313723552
미국소는 절대로 싫으신 분들은 호주산으로 하시면 되겠고,
맛은 미국산 프라임이 더 낫습니다.
이왕 고기 하시는 것 250g 정도 하셔서 푸짐하게 드시지요.
위 링크 고기 분량 사시면 13500원으로 두 번 정도 하실 수 있는 분량이 나옵니다.
2. 불고기 양념
불고기 조리의 귀차니즘의 끝판마왕 불고기양념은
가볍게 기성품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꼭 집어 제품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백설 소 불고기 양념입니다.
http://www.cj.co.kr/cj-kr/products/914#bookmark2
유사한 다른 제품들도 많습니다만
제가 자취하면서 이것저것 먹어본 결과 다른 제품들은 이것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하더군요.
저 CJ랑 아무 관련 없습니다.. ㅠ_ㅠ
참고로 같은 회사에서 사리원 불고기양념이라는 비슷한 목적의 제품이 나옵니다만,
가격만 더 비싸고 맛은 훨씬 떨어지므로-결정적으로 레디메이드 특유의 향이 너무 심해서 싸구려같은 맛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완전 비추합니다.
불고기양념은 개봉시 냉장고에 보관해도 얼마 가지 않기 때문에
자취생은 제일 작은 포장(290g)을 사시면 되겠습니다.
대략 2500원 정도의 가격이고 이 정도면 250g 단위로 했을 때 최소 3번은 해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사실 저는 이 양념에 다진 마늘을 1인분당 한 티스푼쯤 더 넣어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혹시 집에 다진 마늘이 있으신 경우에는 추가하시면 되겠습니다만
없으면 패스하셔도 괜찮습니다.
3. 참기름 1티스푼
참기름입니다. 설명이 필요한지?
없다면 60g 내외 용량의 제일 작은 걸 삽시다.
4. 양파 반 개, 파 1줄기, 다진마늘
양파와 파는 생각보다 잘 상하므로,
가능하면 작은 포장으로 사세요.
제일 좋은 건 마트가 아닌 동네 야채가게에서
애초에 적은 양으로 사는겁니다.
남은 양파 반개는 밀폐용기에 넣어서 냉장보관하세요.
다진마늘은 있으면 쓰시고 없으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5. 버섯, 취향껏.
불고기에는 표고 느타리 팽이 새송이 양송이 기타 어떤 생 버섯도,
그리고 심지어 능이버섯을 비롯한 불려서 사용하는 건조버섯들조차도
어떤 것이든 잘 어울립니다.
따라서 취향껏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팽이버섯이 아무래도 저렴하고 넣기 쉬우므로(한 봉 천원 내외) 자취요리에 권장할 만 하고,
저 개인적으로는 느타리버섯을 넣는 것을 선호합니다.
느타리버섯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손으로 죽죽 찢어 넣으시면 가장 맛있습니다.
6. 선택사항 - 상추 등 채소
고기에 곁들일 쌈야채류는
취향껏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
평소에 야채 자주 드시는 분 아니면 많이 사지 마세요. 금방 상합니다.
제가 자취할 땐 깻잎 500원어치 정도씩 사서 먹곤 했습니다.
*조리법*
냉동 불고기감은 먹기 전날 먹을 분량 정도만 냉장실로 미리 옮겨두시면 자연스레 해동됩니다.
불고기하는 디데이에 꺼내셔서,
자취방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라면 담아먹는 대접에 담습니다
양파 하나를 까서 반개를 잘랐을 때 반달모양으로 되도록 자른 후
반달모양으로 얇게 썰어줍니다.
파는 취향껏 적당한 크기로 썰어줍니다. 저는 초록색 부분은 좀 크게,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로 썹니다. 흰 부분은 잘게 채치구요.
고기 위에 썬 파와 양파를 올리고,
다진 마늘이 갖춰져 있으시고 마늘향을 좋아하시면 취향껏 한두 티스푼정도 떠 넣고 (없으시면 안 넣으셔도 됩니다)
불고기 양념을 부어줍니다.
불고기 양념장 설명에 보시면 고기 600g에 양념장 125g을 쓰라고 합니다만,
제 경험상으로는 양념장이 저것보다는 더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고기 250g 기준으로 70g 정도(그러니까 병 포장의 1/4)로 일단 해보시고,
양념이 너무 적다 싶으시면 한숟갈 정도 더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참기름을 티스푼으로 하나를 넣으시고,
손으로 고기+파+양파+양념을 주물주물 주물러줍니다.
깔끔떠실 분들은 요리용 비닐 장갑을 이용하시면 편리하시겠습니다만,
저는 김소희씨가 방송에서 난 비닐 끼고 요리 주무르고 있는 꼴 못본다고 그러면 맛없다고 사람 손이 가야 음식이 된다고 했을 때 환호한 사람이라
그냥 맨손으로 합니다.
물론 손은 요리 전 후로 잘 씼어야겠죠~
그렇게 오래 주물거릴 필요 없습니다.
한 1분이면 충분해요.
다 되었으면 라면 대접을 고기가 담긴 그 채로 랩으로 씌워서
냉장고에 넣고
이 레시피 보시느라 컴퓨터는 켜져 있을테니
솔로큐를 돌립시다.
한판은 섭섭하니 두 판 돌립시다.
다만 어느 고기나 그렇지만 불고기는 식으면 맛이 없고
고기가 얇아서 금방 식습니다.
따라서 불고기는 완성되자마자 먹어야 하고
그렇다면 불고기와 드실 밥은 당연히 미리 하셔야 하니 (없으면 햇반 돌려야죠)
솔로큐 돌리시기 전에 쿠쿠 눌러주시면 좋겠죠.
쌀 씻어서 물에 불려두고 한 판 돌리고,
쿠쿠 누르시고 한 판 돌리시면 퍼펙트합니다.
이제 냉장고에서 불고기 양념이 된 고기를 꺼내서,
거기에 버섯을 넣습니다.
버섯은 미리 넣어서 양념으로 퍼지게 하는 것보다
나중에 넣어서 식감을 살리는 게 좋은듯 해요.
느타리면 손으로 결대로 잘게 찢어서 넣고
팽이버섯이면 아래쪽을 칼로 잘라내서 그대로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손으로 주물러서 골고루 섞어줍시다.
그리고 밥상 위에 불고기와 밥과 먹을 밑반찬들을 미리 깔아서 세팅합니다.
이제 빈 프라이팬을 센불에 올립니다.
고기를 올리지 마시고 프라이팬을 완전히 달궈야해요.
정말 중요합니다. 프라이팬이 차가울 때 불고기 올리면
불고기에서 나온 양념+육수가 줄줄 흘러나와서
고기가 구워지질 않고 육수에 삶아지게 되기 때문에 완전히 맛없습니다.
불고기를 비롯해서 구운 고기요리가 맛있는 이유는 마이야르반응에 의해 향미가 활성화되기 때문인데
이 마이야르반응은 최소 155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육수가 미리 흘러나와서 삶아지게 되면
온도는 물의 끓는점인 100도를 넘지 못하고
또 고기도 육수가 줄줄 흘러나와서 퍽퍽해지게 되므로
완전히 불고기 요리가 망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프라이팬을 센 불에서 완전히 달궈야합니다.
무쇠 스킬렛같은 고기 굽는 전문 도구들 없어도 프라이팬만 잘 다뤄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전부 불판에 한 번에 올립니다.
라면 그릇 바닥에 남은 육수는 불판에 올리지 마시고
집게같은 걸로 고기 및 건더기들만 집어내서 불판에 올리세요.
올리자마자 치익 소리가 날텐데 (안난다면 불판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은겁니다)
스테이크 하듯이 고기를 가만히 두고 구우시면 양념이 바닥에 눌어붙어 다 타므로
방금 고기 불판에 올릴 때 쓴 집게를 이용해 두루 뒤적거려주면서 빠르게 익혀줍니다.
대충 봐서 붉은 기운이 안보인다 싶으면 (보통 1분 남짓, 최대 2분 정도면 이렇게 됩니다)
곧바로 접시에 바로 전부 덜어냅니다.
고기가 이미 얇게 저며진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지체해도 과도하게 구워져서 퍽퍽해져요.
붉은 기운만 안보이면 끝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이제 밥을 퍼서
아까 세팅한 밑반찬이랑
맛있게 얌냠 드시면 되겠습니다.
*요약*
1. 불고기감으로 얇게 저며진 냉동 등심육과 백설 소불고기 양념을 준비
2. 불고기+썬 양파 및 파+양념+참기름(+다진 마늘)을 넣고 잘 주물러 섞어줌
3. 랩으로 씌워 밀봉한 채 냉장고에 넣고 1시간 이상 기다림
4. 버섯을 추가해 다시 주물러 섞어줌
5. 불판을 바짝 달궈준 후 양념은 빼고 고기를 비롯한 건더기만 불판에 올려 센 불에서 빠른 시간에 뒤적거려 구운 후 바로 냠냠
재료비가 약간 들긴 합니다만,
학교 앞 어느 집보다 맛있는 불고기를 감히 보장합니다.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