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뭐랄까요, 가족여행은 [시간] 맞추는게 가장 힘들더라구요.
한달 전쯤에 4월 중순쯤으로 해서 5일 정도 다 함께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비행기 잡고 호텔 예약하고
첫 가족 여행을 해외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보통 혼자 여행 다녔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 같은건 가본적 없고
절대 갈 생각 없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명이서 다닌건 처음이네요.)
아무래도 가족 여행이다보니, 원하는대로 동선을 선택하기도 힘드고 부모님 체력 생각해서 일정 잡아야하고
쉽게 말해 돌아다니고 싶은대로, 보고 싶은대로 다 못보고 맞춰주는게 참 힘들더라구요. 또 외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부모님 챙기는것도 불편하구요. 그래서인지 휴양지로 잡아서 좋은 호텔에서 오래 머물렀던게 좋은
결정이었던것 같기도 하구요. 뭐 혼자 여행했으면 대충 아무대서나 자고 체력을 소모하는 여행을 했을테지만
이번에는 휴양 + 약간의 관광의 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첫 출국인데 정말 좋아하시는것 보니까 괜시리
뿌듯(?) 하더라구요. 저는 경비로 제 몫만 냈지만요. 크크크크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해외여행 평생 못 갈줄 알았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실정도로
좋아하셨습니다.
이번에 다녀온곳은 푸켓인데, 개인적으로 장소 자체는 굉장한(?) 실망을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필리핀에서 3개월
정도 거주한적이 있는데 어디서 주워듣기로 태국이 아시아적 특성이 대단히 많이 남아있어 서양인들이 로망을 갖는
나라다라고 주워 들은적이 있는데 막상 가보니 필리핀이랑 크게 다를게 없어요. 아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비슷한가봐
요라고 생각해봅니다. 가족 여행이 아니었으면 방콕가서 이것 저것 돌아봤을테지만 휴양지 온 이상 그러긴 힘들지요.
부모님이 투어 딱 하루 하셨는데 체력적으로 엄청 버거워 하시는것 보시니 방콕 안가길 잘한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제 동생......
정말 정말 완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이 놈 빼고는요.
여행가서 돈 한푼 안 쓴 유일한 녀석이(얘 빼고 경비 다 부담했습니다.), 여행 가기 직전에 갑자기 안가겠다고 땡깡을
부리더니 막상 가서는 제일 신나하면서도 계속 뭔가 짜증을 냈습니다.
우리 엄마가 가족티를 맞춰와서 입자고 한거 솔직히 저도 이런거 창피해서 같이 맞춰 입는거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기념으로
한번 입을 수 있잖아요. 이거 다 같이 입자니까 [나는 때려 죽여도 이거 입기 싫다. 여행 온게 엄마를 위한 여행이냐]라고 짜증
을 내고, 수영장가서는 수영복이 마음에 안든다면서 하루종일 짜증을 내고, 가족 여행와서 개인 행동하고 싶다고 나 혼자 돌아
다니겠다고 내내 고집을 부리고, 그래서 개인 행동하라고 보내주고 N시까지 어디에서 만나기로 했더니 이 놈이
N시에 안 왔어요. 누나랑 저는 '길 잃었나 보다.' 우리끼리 예정된 쇼핑하자 얘기했는데 어머니가 동생 걱정된다고
밤새도록 만나기로 한 장소에 있겠다네요. 어머니의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되긴 하는데, 아니 그렇게 극단적인 걱정은
호텔가서 밤 늦게까지 안 오면 그때 해도 되잖아요; 어쨋든 그래서 2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호텔에 계속 전화해서 동생과
통화해서 겨우 어머니와 같이 쇼핑하러 갔습니다. 그때 동생빼고 밥 먹을떄 우리 엄마 표정이 잊혀지지 않네요. 동생 빼고
밥 먹는게 미안하다고, 밥 먹는 내내 동생 얘기 하시는데..... 호텔에 돌아가니 동생은 자고 있고 동생에게 말 걸자 자기 졸리다고
좀 자면 안되냐고 사과 한마디 안하고 자는거 방해하지 말라고 짜증을....... (나중에는 전화 했었다고 거짓말까지;;)
양심적으로 상황이 그렇게 되면 어떻게 전화라도 한통 주던지, 카톡이라도 주던지요. 호텔에 계속 전화하면서 통화비 엄청
깨졌을겁니다. 로밍이었을텐데;;
그리고 자기 자신은 이게 굉장히 자랑스러운지 계속 얘기하더라구요. 혼자 길 잃었는데 호텔 돌아온 스토리라고;
(사실 이것 말고도 많긴한데 계속 적으면 동생 뒷담같은걸로 스압 만들것 같아서 여기까지 얘기할께요;)
아 잘 모르겠네요. 아마 앞으로 가족 [해외]여행은 다시는 안 갈것 같습니다. 사실 가족여행이라고 해서 포기하는 부분
이런거 저런거 다 수용가능한데 동생은 어떻게 용납이 안되네요. 어머니가 계속 동생 막내라고 감싸는거야 익숙하긴한데,
비싼돈 주고 시간들여가며 여행가서까지 엄마가 감싸는거 제가 같이 수용해 주기 힘드네요. 누나는 동생 '빼고' 가면 갔지
같이 못 돌아다니겠다고 하고 엄마는 어떻게 치사하게 동생만 빼고 가냐고 이야기 하는데, 깔끔하게 누나랑 엄마랑 둘이서
여자끼리 오붓하게 여행 다니는게 좋을것 같네요. 그것만 빼고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즐거워 하는거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아무래도 다음에 기회되면 가족 국내 여행 가보고, 그마저도 힘들면 가족여행은 땡......
ps. 동생은 20 + 1 살이에요. 성인입니다;
ps2. 동생이 집에서 이렇게 까부는건 엄마가 다 받아주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하는데, 전 못 고치겠네요.
솔직히 어떤 조언해주셔도 소용없을것 같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이런 저런 얘기 다 해봐도 엄마가 [막내]라고
진짜 다 받아주는데요. 심지어 저는 동생은 진짜 아들 저는 가짜 아들 소리까지 합니다.
먹을것 부터 입은것 등등 뭐 좋은거 있으면 동생 먼저 챙기고 동생만 챙기고 뭐 그러니까요. 그건 그려려니 합니다. 이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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