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kimbilly님의 분향소 글
https://ppt21.com../?b=8&n=51298을 읽고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안산올림픽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영정 앞에 국화꽃 한송이를 내려놓아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안산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려 분향소로 올라가는 길에 교복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과 마주쳤습니다. 친구들의 비극과 마주해야했던 그들의 눈에 눈물이 한가득입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슬픔을 참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며 걸어오는 그들을 보니 내 마음도 털썩...
무거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 미안한 마음. 여러 감정들을 그대로 가지고 조문 행렬 뒤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조문 장소로 들어가는 현관에 희생당한 학생들의 학부모님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더군요. 눈동자는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충혈되고,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의 텅 빈 눈동자를 떠올리면 먹먹한 기분이 듭니다. 하루아침에 자녀를 잃은 기분은 어떠할까?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할까?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건내지 못했을텐데... 차가워진 주검으로 아들과 딸을 맞이해야했던 부모의 찢어지듯 아픈 심정은 세상의 무엇도 위로할 수 없을 겁니다.
분향소 내부로 들어가니 거기에는 꽃들로 가득 채워져있었습니다. 아직 못다핀 꽃들. 넓은 강당의 한쪽 벽이 온통 꽃처럼 빛나야 할 아이들의 사진으로 채워져있었습니다. 차마 이름 하나하나 읽어주지도 못할만큼 수많은 희생자들이 너무도 많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더 아픈 사실은 훨씬 더 많은 자리들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빈 공간은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차가운 깊은 바다 속 세월호에 남아있는 백명이 넘는 희생자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그 앞에 서서 묵념과 헌화를 한 후, 짧은 인삿말만을 포스트잇에 남긴 채 도망치듯 분향소를 빠져나왔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아이들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왜일까...
그들의 죽음에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자꾸만 죄책감이 듭니다. 왜일까...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미안한 이유, 죄책감이 드는 이유, 어린 아이들이 이유없이 죽었기에 오는 안타까움의 감정을 넘어서는 큰 울림이 나에게 파도치는 이유.
첫째, 미안한 이유는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내가 참어른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몸은 어느새 훌쩍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마음도 행동도 아직 성장하고 성숙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셋째, 울림이 나에게 파도치는 이유는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말하는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 행동하고 바꾸도록 요구하는 소리입니다. 내가 침몰하는 세월호 속에 있었다면 나는 '어른'답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을 위해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갑판 위에 올라서서 아직 안에 있는 친구들을 구하려고 다시 물 속으로 뛰어들었던 영웅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나는 다짐합니다. 최소한 나라도 그들의 희생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어른답지 못한 못난 어른들때문에 벌어진 이 끔찍한 참사의 결과가 하나의 밀알이 되어 적어도 내 가슴 속에서는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나를 돌아보자. 못난 어른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자. 훗날 만분에 하나라도 세월호의 유족들을 만나 그 아픈 심정을 들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