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이 지구상에 덩치가 큰 거대 동물들이 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뭐 매머드나 마스토돈도 그렇고 거대한 나무늘보 종류들도 있었고 유대목 동물들도 아주 큰 놈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초식 동물들인 경우 이렇게 덩치가 커지면 좋은 점이 일단 포식자들에게 먹힐 가능성이 아주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생존에 유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도 아프리카 코끼리나 하마는 비록 초식동물들이지만 덩치가 워낙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서 사자도 건드리지 못하는 놈들이지요. 물론 본인들이 한 성질 하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이러한 사이즈 키우기 전략도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빠른 주기로 많은 번식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현재의 코끼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코끼리는 쌍둥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없으며 임신 기간이 22개월이나 되고 아기 코끼리가 청소년기에 이르기 전까지 어미는 다시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번식률이나 번식 사이클이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절대적으로 몸집을 불려놓으면 포식자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고대시대의 덩치 큰 동물들도 다 이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게임의 규칙"이 바뀌기 전까지는 말이죠. 고대시대의 덩치 큰 동물들의 멸종을 놓고는 크게 두 가지 견해들이 제시되어 왔었습니다. 첫째 의견으로는 기후가 따듯해 지면서 침엽수의 삼림이 낙엽성 산림으로 바뀌면서 거대 초식동물들의 먹이가 부족하게 된 결과 이러한 거대동물들이 멸종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의견으로는 이들이 살던 곳에 인간이 들어오면서 멸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오신 피지알회원님들이라면 굳이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을 부르지 않더라도 이쯤에서 제가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려는 지 눈치를 채셨을 것입니다. 문제는 주장의 근거였는데 의외로 피지알의 영원한 추천 주제인 [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거대 초식동물들도 먹고 나면 엄청난 양의 똥을 거하게 싸질렀는데 그 똥에는 스포로미엘라(Sporormiella)라고 하는 곰팡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곰팡이는 생명력이 매우 질긴 놈이어서 이 곰팡이들의 포자는 수 만년 동안 퇴적된 퇴적층에서도 발견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어떤 지층에서 이 곰팡이들의 포자가 발견된다는 것은 그 시기에 그곳에 초식동물들의 똥이 있었다는 것이고 초식동물들의 똥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것을 싸지른 초식동물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약 5만년 전의 지층에서는 이 스포로미엘라 포자들을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약 4만 1천 년 전 지층에서부터는 이 곰팡이의 포자들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바로 거대 초식동물들이 그 때를 기점으로 해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대체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으로 호주로 들어온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하나 제시된 것이지요.
아무리 호모 사피엔스가 이 거대초식동물들을 사냥 좀 했기로서니 그렇게 갑자기 이들이 멸종할 수 있냐고 의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거대 초식동물들은 워낙 번식률이 낮고 번식 주기가 길어서 한 해 한 해 조금씩만 사냥이 벌어져도 그런 기간이 어느 정도 쌓이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바로 "게임의 규칙"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사이즈가 커져서 포식자를 피하게 되니 그 동안은 번식이 좀 늦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 종자들은 사냥하는 데 사냥감의 사이즈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족속들이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거대 초식동물들은 생존에 있어서 장점이던 특징이 바로 단점으로 바뀌게 되면서 이중으로 치명타 크리를 맞게 되어서 속절없이 지구라는 무대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규칙 안에서라면 어찌어찌 버텨 보겠는데 규칙 자체를 아예 바꿔 버리니 포기할 수 밖에요...이런 일들이 호주뿐만 아니라 북미나 남미 지역 그리고 타즈매니아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섬 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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