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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01 23:43:45
Name AC/DC
Subject [일반] 모기를 보내며
다시 날이 추워집니다.
여름 늦은 밤 올라온 서울은 어느새 제법 날이 서 있습니다. 하다못해 추석에 본 보름달마저 홀쭉합니다.
사람 마음이 그새 푸짐했던 달마저 야박히 만든 탓이겠지요.

조용한 밤을 빌어 구태여 11월을 맞이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이번 해, 지난 10개월을 일일이 세지 않았음에도 이제와 11월을 챙기려는 속내는 아마도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열흘 남짓 달고 산 감기요, 둘째는 그간 정든 모기입니다.
상경 후 몸이 약해진 탓인지 이틀이면 나을 감기가 열흘이 넘게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어젯밤 기침에 넋이 나가 잠들었는데 그 유난스럽던 기침이 다음날 아침 본격적으로 딸국질을 업고 주인을 애먹입니다. 두시간을 넘게 투항하던 딸꾹질은 제가 욕보는게 영 안쓰러웠던지 이내 멈추었지만 이미 진이 쏙 빠진 채로 씁쓸히 웃으며 애꿎은 배만 어루만졌습니다.

올해는 결국 모기장을 사지 않았습니다. 모기의 해답은 모기장 뿐이라는 많은 분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참 꿋꿋이 참았습니다. 여름간 모기 탓에 남들 볼까 우스운 전쟁을 치뤘던 새벽이 족히 이틀에 한번 꼴입니다. 유독 모기에 야박한 터라 공생의 묘를 모르고 닥치는대로 싸워왔지만 그새 지치는건 결국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모기 덕에 하나 배운셈입니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모기는 모기요, 사람은 사람이니 모기의 입지를 그냥 둔 채 사람답게 모기장에 의지할까 합니다.

모쪼록 서울은 겨울을 맞고 살정 붙은 모기들은 어디론가  떠나갔습니다. 11월 1일, 모기없는 오늘도 사람은 걷고 자전거는 달리고 차들은 흘러갑니다. 날이 추워 감기 하나 떼어내지 못하는 신세지만 오늘은 왠지 모기를 쫓아낸 추위가 밉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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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소뿡이
12/11/02 00:28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오늘 모기 한 마리도 안 잡았네요
최근 하루에 20킬은 넘게 기록한 전자파리채도 이제 안녕이군요
전 모기에 물려도 금새 가라앉는 체질이라 옛다 물어라 하고 신경도 안쓰는데,
방에 모기 한 마리만 있어도 잠 못자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구요

날이 추워지고 마음이 허해질때는 붕어빵 한마리가 최고입니다!
김치찌개
12/11/02 00:40
수정 아이콘
아 모기 정말 싫다는..

오늘도 모기약 뿌리고 자야겠어요!
Langrisser
12/11/02 00:58
수정 아이콘
어디론가 떠나서 경남 사는 저는 오늘도 모기를 잡고 있습니다......ㅜㅜ
12/11/02 07:09
수정 아이콘
좋은 곳 사시네요. 경남하니 거제 외도가 생각나네요. 남쪽은 아직 모기가 기세 등등한가요 여긴 이제 여간 추운게 아니라 모기도 기를 못 펴나 봅니다.
12/11/02 08:28
수정 아이콘
모기장이 최고죠..

전 이사오니깐 올여름과 가을동안 모기 한마리 구경을 못했네요...
12/11/02 09:24
수정 아이콘
전 올해들어서 자취방 살면서 모기를 한번도 못봤네요-_-...
정말 한 여름에 가끔씩 한두마리 잡은게 끝이라니...

사람들이 자취방에 벌레 많을 거라고 했는데.. 2학기 들어서는 벌레도 안보이네요...??
참고로 전 남자입니다.. 가끔씩 느낌한번 올때마다 청소기 돌리는거 말고는 청소도 안하는데 말이죠-_-a
방과후티타임
12/11/02 10:17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는 이상하게 모기를 많이 못봤네요. 원룸에 전기모기향 꼬박꼬박 틀어놓고 있긴했지만, 자다가 물린건 한두번밖에 없는듯.....
PoeticWolf
12/11/02 11:02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는 별로 모기를 못 본거 같아요... 드디어 멸종했나 했는데, 아니었구만요;; 잘 읽었습니다~! 따듯하게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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