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나온 FTA 이후 농업 향방에 관련된 글을 읽다보니 과수작물의 국내 생산량이 천억 단위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있더군요. 실제로 한-칠레 FTA 이후 포도, 복숭아 등의 농가들이 대량 폐업신청을 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칠레 FTA와 한/미 FTA에서 농업 부문은 같은 듯 하면서도 좀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가격은 [ 농부의 인건비 + 농기계의 감가상각비 + 농기계 연료비 + 비료/농약 비용 - 정부 보조금 + 물류/창고비 + 유통마진 ] / 수확량 으로 결정됩니다.

미국에서 재배하는 식량 작물의 경우 저 뒤에 붙는 정부보조금이 무지막지 한데다가 (나라 전체적으로 백억$ 오버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식량작물의 대부분이 농기계를 이용한 대량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부의 인건비도 저렴하게 먹힙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밀이나 옥수수에 비해 훨씬 싸게 공급이 가능하죠.

  그런데 사과, 배, 포도, 귤 같은 과일은 기계로 수확하다가는 상품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에 사람히 일일히 수확해야 되는데 한 나라의 인건비는 1인당 GDP에 비례하기 때문에 간단히 한국의 2배 이상의 인건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밀과는 달리 수확 후 상온 유통 조건에서 신선도가 유지되는 기간이 2~3개월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물류비와 창고비도 비싸게 들어갑니다. 이런 문제가 없었다면 한국산 과일은 진작에 식성이 비슷한 일본에 수출되어 폭풍 시장 점유를 했을 겁니다. [1]

  한국의 경우 축산농가를 제외한 농민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2] 농기계에는 농업용 면세유를 쓰는데, 같은 용량이면 마트에서 파는  생수보다 쌉니다. 그리고 농민의 대부분이 자경농이므로 토지에 대한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딱히 미국에 비해서 불리한 조건이 아니죠. 아니 되려 유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미국의 과일 가격은 상당히 비쌉니다.

  http://corwin.egloos.com/4267611

의 일부분을 인용하면 (무단 전재한 점 글쓴 분께 사과드립니다)

  " 과일이 먹고 싶어 마트에 갔다. 한국 사과의 2/3 크기 가량 되는, 맛도 별로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리고 실제로도 맛이 없었던 사과는 일찌감치 제외. 귤 같은 거나 있나 하고 봤더니, 한국의 귤보다 작은 놈들이, 한국 같으면 3000원에 살 수 있는 양이 6.99불을 요구하고 있었다. 도저히 그렇게 주고는 살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살펴봐도 영 먹을 만한게 없어서 플로리타 탠저린 4개(4개에 2불이다.)를 집어 들었다. "

  라고 되어있습니다.

저는 식량 안보야 말로 군대를 통한 안보보다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 관련 토론에서는 대부분 농민의 입장을 지지하며, 따라서 농업 관련 예산을 늘리자는 정책을 지지합니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농업이 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퉁쳐서 생각하는 것 보다는 하나하나 냉정하게 손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식량 안보에 대한 글을 쓰다가 FTA를 해도 과일 가격이 내릴 것인가 생각을 해보니 과일 가격이 내릴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아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 환영합니다.

  [1] 실제로 한/일간 농축산물 관세율이 높아 한국산 과일이 싸더라도 일본에 수출할 경우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2] 고소득 농민에 대해서 과세할 계획은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