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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6 22:54:37
Name EndLEss_MAy
Subject [일반] <K리그>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처음 축구장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전주 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지는 K리그 경기들을 가끔씩 보러 다녔죠.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과는 달리 경기가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습니다.
당시 전북에 있었던 김도훈 선수를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를 무작정 시도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몰라요.

고2, 고3에 올라가서도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운동을 빼먹고 가기도 했습니다.
제 기억에 당시 고등학생 입장료는 2000원이었지요. 요즘은 초대권 한 장도 보기가 힘들지만
저 당시에는 가격도 쌌고 우연히 초대권을 구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올라가면서, 운동에 흥미를 잃고 술과 이성에 흥미를 느끼면서
축구장을 찾는 발길은 끊어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축구장을 찾은 것은 스물 세 살 때이던 2006년이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군입대 문제, 여자친구 문제, 기울어가는 집안 형편 등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해 2월에 당한 부상으로 운동은 거의 접은 상태였구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저는 또 무작정 축구장을 찾았습니다.
6월 3일, 광주와의 하우젠컵 경기였어요.

그날 경기는 (제 기억에) 2대 1로 승리를 거두었고,
그 이후 저는 홈경기는 개근을 하게 됩니다.

모든 고통이 축구를 직관하는 순간에는 사라졌어요.
어떤 걱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다만 이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2007년 6월 군에 입대한 후에도, 축구는 군생활을 지속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다른 스포츠는 룰도 모르는 사람들이
축구 중계가 있으면 리그를 가리지 않고 TV앞에 모여들었고
연대에서 작업 많기로 유명했던 우리 통신중대였지만 일과 끝나면 무조건 옷갈아입고 축구,
주말에도 근무시간 조정해서 축구, 또는 중계 시청,
해가 지면 조명 켜놓고 축구(연대장님이 축구광이셔서 가능했죠.), 야간에는 몰래 해외리그 시청,
일과시간에 벤치에 앉아 축구이야기하기......

후임이 사온 이론서와 전술서를 돌려 보며 2년동안 축구에 미쳐 살았습니다.

전역해서도 마찬가지였지요.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부상을 염려해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K리그, 리그컵, FA컵, 아챔 등 모든 홈경기에 개근했고 몇번은 원정도 갔었습니다.
친구들도 거의 모두가 축구팬이고 모여서 하는 게임도 축구 게임입니다.
주말에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날이 번개모임날이었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승부조작이 있었다니요.

사실 수사가 완료된 단계도 아니고 해서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야겠지만
일단 두 명의 선수가 자백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두렵습니다.

이번 사건이 아니어도 K리그를 비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들앞에 놓인 먹이감이 되어버린 우리 리그의 현실이 두렵습니다.

저는 우리 전북 선수들은 그런 더러운 일에 손대지 않았을거라 확신하지만,
저보다 더 우리 리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텐데
그리고 지금 보도되는 해당팀의 팬 숫자만 해도 얼만데
제가 아닌 그 사람들이 느낄 실망감의 크기가 두렵습니다.



그 분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니다.
단 한 경기를 보며 우리 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수백 키로를 달려서 갔는데,
그날의 그 고통스러웠던 패배의 이면에는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아니면 너무도 기쁘던 그 득점과 승리의 뒤에는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금 그 선수(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XX들)들은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있을까요.

부디 발본색원하여 확실하고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길 빕니다.







덧) 그건 그렇고 스포츠조선은 무슨 물만난 고기마냥 증거도 없는 추측기사를 써갈기고 있습니다. 무려 어제는 '국장' 이름으로
허정무 감독과 유병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기사를 올리더니 그새 내렸군요.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이미 사실이
되었겠지요.

덧2) 사설 토토업체들을 싸그리 쓸어버릴만한 묘안이 없는지요. 일단은 축구에서 사건이 터졌지만, 사설 업체들을 그대로 둘 경우 다른 스포츠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생각까지 하니 정말 소름이 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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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6 23:03
수정 아이콘
불법사설토토는 스포츠토토에 신고하면 포상금이 나와서 신고율은 좋을텐데(저도 대충 신고 한 10여건 했는데 다 이미 신고 접수된 업체)
해외서버에 자주 옮겨다니는지 신고해도 잡기는 어려운가 보더군요.
가입했던 곳에 핸폰번호 제대로 입력한 3군데 정도에서는.. 일주일에 1-2번씩 수사망을 피하는 듯한 점검과 계좌변경을 하고..
입금한 적 한번도 없는데 하루에 문자가 3군데에서 6통정도 오는 것보면.. 돈 꽤 잘 버나봐요 -_-
11/05/26 23:11
수정 아이콘
참담하군요.... 이참에 축구판에 회의를 느끼고 통일교가 발을 빼기를...
Amunt_ValenciaCF
11/05/26 23:19
수정 아이콘
http://basset.egloos.com/1902735

이글루스 바셋님이 좋은 글을 올려주셨으니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설 업체를 쓸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설 업체들이 하는 방법을 공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셋님은 잉글랜드, 스페인을 성공사례로 드셨는데 여기에 홍콩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콩도 사설 배팅으로 전멸할 분위기였다가 당국이 배팅한도를 아얘 풀어버리자 사설업체들이 적어도 자국리그는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죠.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을 아얘 해체해야 한다...자기들이 그러겠다면 할 말 없지만, 과연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팬은 아니지만 늘 대전시티즌 경기 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대전 선수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지만 팀 해체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11/05/26 23:23
수정 아이콘
그 조작에 실패했다고 휴가갔다가 맞고 온 선수는 누군가요? 김정우선수 지금 2군 가있던데...
Monde Grano
11/05/26 23:40
수정 아이콘
Amunt_ValenciaCF 님// 사설 도박의 근절은 바람직하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공인된 스포츠토토의 배당을 놓고 벌어진 일이라서 이러한 사건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레몬카라멜
11/05/27 00:24
수정 아이콘
정말 참담합니다.. 이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다리기
11/05/27 00:30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대구 대 서울 경기.. 후반전 중간에 한 10분 본 것 같은데
경기 참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K리그 경기가 그렇게 빠르고 공격적인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언제 한번 피지알에 관련글이 올라오면 댓글 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파문이 ㅠㅠ
Alexandre
11/05/27 00:44
수정 아이콘
http://news.sportsseoul.com/read/soccer/942990.htm

검찰은 26일 새벽 1차 조사는 마친 김동현을 부대로 복귀시켰고, 차후 필요할 경우 추가로 불러들여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군인 신분이어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군법원에 기소해야 하지만 창원지검에서 조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10명 조사 등의 내용은 소설이다"라며 "김동현이 폭력배에게 맞았다는 내용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다. 수사내용도 아니고 검찰측에서 밝힌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붉은악마
11/05/27 01:01
수정 아이콘
SBS 보도를 보니, 김동현 선수외에 또 다른 현직 국가대표 A씨도 중간브로커 역할 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네요...
급파 라는 표현을 쓴거 보니 지방구단 확률이 높겠고..현직 국대라면...
한창 최고 주가 올리다가, 게으르다 라는 이유만으로 얼마전에 2군에 내려간 B선수가 생각나네요..

에공...;;
11/05/27 14:07
수정 아이콘
진짜 갑갑하네요.
작년에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에 이어 올해는 K리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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