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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1 23:16:59
Name 허느님맙소사
Subject [일반] 갑자기 힘이 쭉 빠집니다.
빈둥빈둥 놀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토요일에 있을 시험 공부를 하려고 일어납니다.

제대로 이해도 안 되는 내용, 그래도 조금이라도 억지로 읽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가방을 싸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한 걸음에 이 생각, 또 한 걸음에 저 생각 하며 걷는데 주변이 점점 시끄러워져 옵니다.

아차, 오늘이 학교 축제날이었지요.

문득 도서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걸으면서 갑자기 음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2년 전의 나도 저렇게 젊은 함성을 지르며 이 순간을 즐기던 때가 있었지,

술 거나하게 취해 내 옆에 있는 동기들과 어깨동무하며 신나게 그저 신나게 이 순간을 즐기던 때가 있었지,

어딜 봐도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내게 웃어주는 것만 같았지, 하고요.


좌석에 앉아 책과 프린트를 펴고 공부하려 합니다.

쿵쾅쿵쾅, 밴드의 드럼 소리가 도서관 안까지 파고들어 불편한 생각을 깨웁니다.

빌어먹을.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제대하자마자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해 놓고 지금 넌 무얼 하고 있나?

약학전문대학원 시험 쳐보겠다고 말만 해놓고 정작 준비는 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신나게 놀아 두고선 무슨 자격으로 불안해하고 있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축제의 소리가 계속 제게 힐난하는 것 같아 30분도 못 있고 그대로 짐을 싸들고 나옵니다.


갑자기 방금 전부터 계속 폭발하는 감정들에 못 이겨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우울함일까요, 외로움일까요, 아니면 불안함일까요

최근 이런 적이 없었는데 괜히 PGR 자유게시판에 '우울'이란 검색어를 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나 글을 읽어내려갑니다.

뭐든지 위로가 될 만한 글귀를 찾아 지푸라기 잡듯 붙잡으려 애를 써 봅니다.

이전까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잘 덮어가며 지내왔는데 (어쩌면 애써 외면해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버텨주던 인내심이란 벽이 무너져 그대로 휩쓸려가는 기분입니다.

군생활 동안 꺾여버린 자존심과 잃어버린 자신감

항상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지만 이젠 술 한잔 하자고 부르기에도 어색해진 학교 동기들

뭘 해도 어설퍼져버린 내 모습과 불투명한 미래, 그리고 부모님의 믿음...

스스로에게 당당한, 남들 앞에서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너무 힘드네요. 제가 당당하지 못하니 자꾸 외톨이가 되어가는 기분이고요.

그냥 모든 걸 놓고 어디로든 헤매면 나아질까요.

맨정신에 취한 듯이 글을 쓰는 기분이네요. 내일이 되면 지워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이 글로 다 털어버리고 다시 마음 다잡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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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지마라
11/05/11 23:24
수정 아이콘
공감되네요.

축제기간되니 괜히 싱숭생숭해지고 참..

알고보면 축제란거 별거없는데 말이에요.
ChRh열혈팬
11/05/11 23:24
수정 아이콘
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젠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얘기죠. 그때처럼 살기엔 군대의 2년의 시간도 아깝고 지금의 시간도 아깝습니다. (물론 그렇게 논 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 가끔은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하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방식으로 저는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그런데 스타2는 못끊겠더라구요ㅠ
11/05/11 23:26
수정 아이콘
저는 일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대학교에서 음악소리, 폭죽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싱숭생숭 비슷한 마음도 안 드는 걸 보면 나이먹은 게 맞긴 맞나봅니다.
(축제에서 막걸리 먹고 대낮부터 뻗었던 게 20년 전 -_-)

그래도 학생시절이 좋지요. ^^
(저는 Pgr21을 끊어야 되는데... -_-)
Cazellnu
11/05/11 23:26
수정 아이콘
본문에 다 나와있네요
특히
"지금까지 신나게 놀아 두고선 무슨 자격으로 불안해하고 있나?"
독하게 맘먹으려면 불안할, 불평할 자격부터 갖추자라는 마음으로 정진하면 됩니다.

물론 학업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때즈음부터 자신의 주업을 대하는 태도가 그다음의 많은것을 대하는 자세의 기본이 된다고 봅니다.
알카즈네
11/05/11 23:27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기분에 자주 빠져들곤 합니다.

뭐.. 성격이 대범한 편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고민따위 하지도 않았을텐데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따라오는 숙명 같은 건가봐요..;;

처음에는 괜히 친구들한테 전화나 문자해서 투정도 부려보고 술먹자고 자꾸 불러내보고도 했는데 그래봐야 그 때 뿐..
결국 극복해야하는 것은 내 자신이네요.

생활에 활력소를 줄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던가, 여자친구를 사귀던가, 그냥 혼자 견디던가.. 등의 해결책이 있는데
전 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그냥 혼자 견디는 방법을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_-;;

아무튼 힘내세요!!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 무지 많거든요..^^;;
KoReaNaDa
11/05/11 23:28
수정 아이콘
현재 상황이.. 저랑 주변환경으로나 심적으로나 아주 많이 비슷하시네요..
하루하루 마음은 굳게 다잡고 있지만 몸은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복학할 때만해도 자신감이 넘쳐있었는데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더라구요
서로 힘내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봅시다..
블루마린
11/05/11 23:32
수정 아이콘
저도 방금까지 님하고 같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상황도 정말 비슷하네요. 준비하는 시험하며 모든게...
에효, 모든게 불안하고 예전엔 흘러넘치던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하늘이 내 노력과 정성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핍니다. 글자가 잘 읽히지 않더라도요.. 적어도 자기 자신한테 부끄러워지기는 정말 싫거든요. 나태한 생각, 우울한 생각이 드는 때가 하루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이 넘지만,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마음을 다잡습니다.
뿌지직
11/05/11 23:3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러네요.. 저도 그래서 글하나 쓰고 싶었는데, 글쓴분께서 써주셔서 감사하네요... 오늘 축제인데다가 날씨까지 흐리니 더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전 학교가 목표하던 학교가 아니라서 애초부터 학과생활을 안했습니다. 그냥 혼자 다녔죠.. 그래서 복학하고 나서는 정말 밥 한번 같이 먹을 친구도 없네요.. 그냥 다 형식적으로 만나는 관계 뿐, 정말 마음속 깊이 친해지는 친구가 없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도 다 흩어져있고, 다들 시험준비하느라, 만나기도 힘들구요... 그냥 정에 굶주려 있네요.. 안그래도 없는 살도 계속빠지는거 같고... 내가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아왔나 하는 후회도 많이 되구요..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야될까봐요...

그런데 저랑 고민하는 부분이 정말 똑같네요... 제가 딱 글쓴분 심정같아요.. 그래서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하네요..
11/05/11 23:42
수정 아이콘
조지아...아. 아니...그냥 힘 내세요~

니들도 나때 되면 울면서 축제 볼거다 생각하며 큭큭거리면서 책 보면 되죠 뭐 ^^;
왜이래요진짜
11/05/11 23:49
수정 아이콘
축제와 우울이라...
약 4년전에 축제 기간에 발표자료 만들께 있어서 라운지에서 공부하다가 창밖을 봤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자살 시도하는걸 봤었죠
담장 넘어 바로 실업계 고등학교가 붙어있는데 여자 아이가 옥상에서 멍하니 서있더니 사람들이 극구 말리는대도 떨어지더군요
아이의 생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수 없는 그 순간에도 약 200미터 떨어진데서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요

그 즐거운 행사들이 한순간에 잔인해보이더군요 축제에 대한 관심이나 노력들의 0.1%정도를 때서 그 소녀에게 주었다면 결과는 달랐을텐데 말입니다

모 우울할땐 우울함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리듬이 좋을 수는 없잖아요 센치함도 즐기고 노력하세요 다 추억이니깐요
네오크로우
11/05/12 00:0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이번만 극복한다고 해도 이런 일 아주 아주 자주 많이 생깁니다.

................... 아.. 이건 격려가 아닌건가...^^;;

내가 이것만 하면 진짜~~ 하고 어찌 저찌 불안함에 자신감은 결여되고 하면서도 구렁이 담넘어가듯 이루고 나면
또 넘어야 할게 있고 계속 반복이네요.

이걸 해야하는데 중도에 포기하면 하나 마나인데 그냥 하지말까.. 막 이러면서 시작도 못하고 어영 부영..
인간이란게 평생 이럴 운명인거 같습니다.

그 해야할것 해야될것들이 각기 차이는 있지만 끊임없이 퀘스트가 생기네요.


힘내세요~!!
라울리스타
11/05/12 01:01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의 대학생은 사춘기 시절이다....라는 저희학교 여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입시전쟁을 치르느라, 제대로 된 사춘기 시절을 못보낸다. 게다가 남자들은 사춘기가 늦게 올때쯤에 군대라는 또다른 타임머신에 들어간다. 전역하고 강해져서 올 줄 알았으나, 실제론 그 동안 미뤄놓은 사춘기를 몰아서 겪느라 더 고생한다. 학교선생, 학원강사가 해주는 대로 공부하느라 정작 혼자서 공부할줄은 모른다. 그렇게...그렇게 힘겹게 청춘을 보낸다. 그래서 알고보면 한국의 학생들에겐 고등학교보다 대학 시기가 더 중요하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네요.

저도 이번학기 군 복학생이구요. 요새들어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중간고사를 치렀지만, 무언가 허무한 생각이 자꾸 드네요.

지금 내가 잘 하고 있긴 하는건가....축제도 열심히 참여해보고 싶고, 학생때 아니면 언제 저렇게 자유분방하게 놀아보나...그렇다고 그런걸 포기할 정도로 과연 내가 공부에 뜻이 있는가...? 마지못해 지금 억지로 하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런 소소한 고민은 정상적인 사춘기를 보냈으면 이미 다 떼고 어른이 되어있어야할 20대 중반인데...

중간고사 끝난 후 한 2주 동안 손을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이럴 때 일수록 후회되지 않게 더 열심히 하는 일밖에 없다는 결론밖에 안나오네요. 그래서 지금도 도서관에서 있다가 이제 이 리플 남기고 자려고 합니다.

우린 아직 20대입니다. 뭐든지 열심히 해봅시다!! 싱숭생숭하고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면, 밖에서 풀고 올 수 있는 나이는 20대 밖에 없지요! 빈둥빈둥 거리지만 않는다면, 뭘해도 시간이 남는때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자구요!!!
PatternBlack
11/05/12 02:00
수정 아이콘
뜬금없지만 저 역시 대학생으로서, 밤 늦게 잠도 못자고 레포트쓰고 있으려니까 몸이 힘든것보다 뭔가... 지치네요. 하루하루가 수업, 과제, 수업, 과제의 반복이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놈의 학점 때문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힘들고... 그래도 언젠간 길이 보이겠죠? 힘냅시다 대학생 여러분들.
Fabolous
11/05/12 07:36
수정 아이콘
Peet준비하시는거면 제대로 하세요 제가 아는 여자애는 91년생이고 잘하는 애인데 미친듯이 열심히 합니다.작년 1회같은 요행은 이제 없어요 . [m]
11/05/12 10:05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방황기입니다.
2월에 전역하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주변에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여자친구와 cc였던 1학년때가
생각도 많이나고. 잘해보려는 여자사람과 잘 안되니까 자신감은 또 떨어지고..
휴...
11/05/12 10:14
수정 아이콘
군인 님// 3,4월 군번 이셨나봐요?? ; 저도 2월에 전역했는데..

저 역시도 글쓰신 분과 상황이 비슷해서 글을 읽는 동안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고, 또한 처해진 상황을 보자니,
지금의 저와 겹쳐지더군요. 축제는 뭐 그렇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만, 저 또한 알 수없는 우울함에 빠져서..
제 자신을 깎아 내리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가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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