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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8 11:30:59
Name nickyo
Subject [일반] 효율, 경쟁, 카이스트, 신자유주의, 그리고..


현대사회는 효율의 사회입니다. 그 어떤것보다 효율의 가치는 중히 여겨지지요. 그 효율은 경쟁을 통해서 입증되는 것임을 현대 역사 내내 증명해오고 있는것이 지금의 인간입니다. 아직 전 세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 사회 체제의 근간인 '신자유주의'는 바로 이러한 경쟁에 대한 예찬의 정점에 있는 체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무한 경쟁의 사회는 인간을 더 합리적으로 만들고, 더 윤택하게 만들거라는 믿음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15위 사이에 드는 나라입니다. 동북아에서의 위치도 낮지 않으며, 전 세계를 따져봐도 분명히 중심축에 가까운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대한민국이 정말 살기힘들고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진짜 잘 사는 편입니다. 알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위치를 따졌을때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일반적인 대학서열로 따지자면 서울 안에 있는 4년제 대학 중 중위권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의미가 무엇이냐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국가, 사람을 상대로 경쟁하여 이겼다는 뜻입니다.


70만명의 수험생 중, 서울 안 4년제, 그리고 지방 국립 거점대학 및 서울 내 4년제 대학에 버금갈 경쟁력을 갖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수험생은 몇이나 될까요? 채 15만명이나 될까요? 약 상위 20%의 학생이 되겠군요. 상위 20%라, 이정도면 그 사람은 훌륭히 경쟁에서 싸워 이겨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20%중에서 카이스트의 위치를따지자면, 약 0.x%~1.x% 정도의 사이의 사람들이겠지요. 즉, 경쟁에 이겨온 '승자조'의 사람들 중에서도 최 정예의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카이스트에서는 올 한해에만 4명의 자살자가 나왔습니다. 흔히 경쟁과 효율, 인내를 중시하는 그리고 말하기 좋아하는 어른들은 그들을 '낙오자'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지금의 어른들은 전시, 혹은 독재를 지나 온 사람들이기에 지금의 청년들이 나약하게만 보일지도 모르겠지요. 그렇지만, 현재 청년들중에서 가장 인내가 강했고, 가진 바 총명함이 뛰어났으며, 노력을 게을리하고서는 밟아볼 수 없는 곳에 들어간 사람들 중 넷이 죽었습니다.


이쯤되면, 우리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경쟁은 , 효율은 인간에게 있어서 정답인 것인가. 경쟁은 끝이 없습니다. 저는 인간이 삶을 '버티는' 힘은 희망이 주고, 그것을 꺽는 것은 '상대적 절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있는것이 그 사람이 이룩하려 했던 이상, 꿈, 목표를 위해 자신을 갈고닦았던 '노력'의 시간이겠지요. '최선'을 다한다는 것, 경쟁은 때때로 그런 '최선'을 더욱 높은 곳까지 이끌고는 합니다. 그러나, 상대평가라는 것은 이러한 것을 너무나 잔혹하게 규명합니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옆 사람이 나보다 조금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즉, 우리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타인을 짓밟았을 때에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생존경쟁이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자'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감정에 충실하고, 힘에 충실하고, 약자를 죽이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그런 자연생태계의 법칙을 거부하기 위해 만든것이 '사회'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과연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카이스트 재학생 넷의 자살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줍니다.


그들의 사인은 '자살'-경동맥 압박에 의한 질식사 혹은 추락사 혹은 출혈과다 또는 약물중독 등 수많은 의학적이유-이라고 쓰여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있습니다. 그저 과학적으로 알아낼 수 없을 뿐, 그것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요. 타인을 짓밟기 위해 경쟁시키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절망을 맛보아야하며, 버티다 보니 희망을 잃게 되는 그런 곳. 징벌적 등록금제를 제창한 카이스트는 현대 인간사회의 축약판입니다. 지배계층은 높은 효율을 바라고, 노동자의 경쟁을 부추기며, 도태되는 자를 버립니다. 그곳에는 자신과의 싸움 같은건 없습니다. 오로지 '동료'인 사람들을 이기기위한 노력만이 있을 뿐이죠. 그 곳에는 배움의 기쁨같은게 있을 수 없습니다. 궁금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죠. 그건 그냥, 내 옆자리에서 책을 펴고 있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공부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건, 이러한 경쟁은 학교에서 끝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 부터의 레이스, 한국은 냉정하게 전 세계 약 200여 국가중에서 잘 사는 나라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혹독합니다. 경쟁은 끝이없고, 누군가를 도태시키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라고 하지만 사실은 남과의 싸움이며, 그것은 평생 당신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심지어 그 레이스는 출발선이 제각각이기도 하고, 때로는 부당한 것들에 의해 억울함을 얻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게 지금의 사회입니다.



징벌적등록금제는 상징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이면에 깊게 자리한 사회 전체의 합의를 보아야합니다. 당연한 듯이 이뤄지는 상대평가, 전 세계에서 더불어사는능력이 가장 낮다는 우리나라, 끝없는 경쟁과 비정규직의 순환, 빈부격차의 증대와 삶의 질 하락, 오로지 물질적 잣대와 성공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교육시장, 기초과학과 인문사회철학은 무시당한 채 모두들 자신의 취업, 생존을 위해 살아가야만 하길 강요당하는 세상. 이제 우리는 경쟁에 대해, 효율에 대해, 신자유주의에 대해 정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서 이미 '징벌적등록금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요. 제 생각에는, 이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인간이 사회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좋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배움에는 기쁨이, 삶에는 희망과 보람이, 인간에게는 그 나름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다시 모든것을 검토해야할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까지 현실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저렇게 계속 죽어나갈 것이고, 이제는 그게 학교와 교육기관이아닌, 우리가 살고있는 모든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게 될 겁니다. 그것마저 자연도태라고 한다면, 세상은 점점 그렇게 가속화되고 우리중 대부분은 그렇게 삶을 비극으로 끝내야만 하겠지요.


참 두서없는 이야기 입니다만...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조금 더 행복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우리 대부분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힘들고 각박하게 살아야 만 한다는 것에 의심을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이스트학교에는 란초다스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더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내 옆사람을 죽이지 않고서는 살수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식으로밖에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린 기나긴 역사동안 아무것도 이뤄놓은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도, 사회도, 교육도, 사람도 모두 바뀌어야합니다.
모두 다 살아야만 하는 이상론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지금 느끼는 그 비참함을 느끼지 않을 세상을 남겨놓는것이
사람으로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한마디 짧게 남겼습니다.


삶에 지쳐서 떠나간 새파란 청년들에게
그곳에서나마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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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서스
11/04/08 11:45
수정 아이콘
신자유주의는 대처 이후로 결점이 많아 수많은 비판을 받고있는 체제이고, 신자유주의의 절정이라 할수있는 미국에서도 비판받고있는 낡은 체제를 왜 지금 이시점의 대한민국에게 적용시키려 하는 높으신 분들의 의중을 알수가 없군요.
미드나잇
11/04/08 11:5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지금 대학에 다니는 많은 20대들은 앞으로 30대가 될 것이며 40대도 되겠죠.
서서히라도 <진정한> 발전이 있길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사실 우리나라 지금보다 더 잘될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절름발이이리
11/04/08 12:05
수정 아이콘
자살한 네분이 모두 경쟁과 효율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물론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라고 추론하는 것은 가능하며, 타당하기까지 합니다만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지요.
11/04/08 12:27
수정 아이콘
진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신자유주의를 배우고 있는 학도로써.. 상당히 공감되네요
리지^^
11/04/08 12:3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카이스트 문제와는 별개지만, 한국같은 경우 출발선부터 다르게 경쟁이 시작되는데, 서민들에게 " 다른 사람들이 덜하고, 니가 경쟁에서 밀렸으니 너희가 못사는 거야. 그러니 그건 너희 잘못~~" 이런 생각들을 정부, 언론등에서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경쟁의 목표는 효율성 달성으로 같이 잘 살자는 건데, 남들보다 앞서서 출발했던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앞서 간 사람만 보고 죽어라 따라가고, 그보다 뒤쳐진 사람들은 또 그사람만 보고 숨 쉴틈도 없이 따라가고,,, . 경쟁의 목적이 남들보다 잘하는게 되어버리니 끝이 없죠
포프의대모험
11/04/08 12:39
수정 아이콘
성숙해지는것 발전하는것 경쟁하는것이 행복에 대척점에 있는것처럼 보이는게 너무 슬픕니다
저는 조에족 이야기 보면서 행복해지는것과 만족하는것의 차이점때문에 너무 화가 났었는데 생각을 정리한 뒤엔 이 말밖에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츄츄호랑이
11/04/08 12: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지만 바로 이 글은 어그로를 끌지 못해서 댓글이 많이 달리진 않을 것 같군요!!
세이시로
11/04/08 13: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이런 고민을 다 같이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포프의대모험
11/04/08 13:16
수정 아이콘
네 인간은 발전 하겠죠.
여느 소설에 여느 영화에 나오는것처럼 모두가 영원히 행복해질수도 있을테죠.

제가 할 수 있는게 그냥 사는것 뿐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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