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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16 09:23:20
Name 빈 터
File #1 0000.jpg (122.2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10cm 1.0" - 아! 정말 찌질하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 앨범이 있다.
기다리던 10cm의 첫번째 정규 앨범 <10cm 1.0> 이다.
처음 들었을 땐 지난 번 EP 만큼의 큰 임팩트는 없었다.
지난 EP에서 '눈이 오네'와 'Good night'이 워낙 맘에 꽂혀서였겠지만.
하지만 자꾸 듣다보니 하루에 한번을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이번 앨범의 느낌은 한마디로 "찌질하다"
앨범 전체를 가득 메운 10cm 만의 찌질함을 보면서
주성치 영화 특유의 '찌질함 속에 담긴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스타킹을 보면 흥분된다는 변태적인 가사를 뽕짝 리듬에 실어 독특한 그들의 화법으로 풀어낸 'Kingstar'도 그렇고
친구가 돈만 갚으면 맨날 삼겹살 구워 먹으리라고 다짐하는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도 그렇고
3만 7천원을 떼어먹고 달아난 곱습머리 여친을 찾겠노라고 경찰서를 찾아간 '곱슬머리'도 그렇지만
찌질함의 절정을 보여준 노래는, 그리고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한 노래는
'그게 아니고'이다.


헤어진 여자 친구땜에 눈물을 흘리는 이 찌질한 주인공은
차마 여친 땜에 운다는 말을 하기가 싫어 둘러댄다는 것이 보일러가 고장 나서라 한다.
그냥 쿨하게 여친이 그립다 하면 될 것을 어줍잖게 둘러대는 것도 그렇지만
그 변명마저 하필이면 보일러 고장을 탓하냐규. ㅠ.ㅠ


그러나 이 찌질한 남자는 참으로 여리디 여린 감성을 가진 인간이라
밤길을 혼자 걷다 여친 생각에 울고,
이불 치우다가 여친 양말이 나오면 그걸 보고 울고,
책상 서랍에서 여친의 감기약이 나오면 혹시 또 아프지 않나 해서 울고,
밤에 혼자 술마시다가 여친이 준 목도리를 목에 두른채로 운다.


아... 사랑에 빠져본 인간 중에, 그리고 쓰라린 실연을 겪어 본 인간들 중에
이런 시츄에이션을 보고 같이 목메이지 않을 사람이 누구일런가?
절로 눈물이 고이는 시츄에이션이 10cm 특유의 목소리와 어울려 내 가슴을 에인다.


이 노래의 찌질함은 마지막에서 절정을 맞게 되는데
그토록 여친 땜에 우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기만하던 이 남자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엔 고백하고 만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아. 이 인간아. 잡아 뗄 거면 끝까지 잡아 뗄 것이지...
나까지 눈물 날라고 하잖야... 에이 썅...








그게 아니고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 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


예전에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이라 반말투임을 양해 바랍니다.

어제 스페이스 공감 10cm 공연이 있었습니다.
신청율이 장난 아니어서 당첨 안되었지만 게시판에서 구걸을 하여 가까스로 볼 수 있었네요 ^^;;
그랬다가 대박 났습니다.
자필 사인이 있는 시디를 딱 한사람에게만 선물로 줬는데 제가 낙점되었거든요.
와우~~~
윤철종씨랑 악수도 했습니다. 하하하...
딸아이랑 같이 갔었는데 이런 행운을 맞을 줄이야.
딸아이는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다고 싱글 벙글 ^^;;;

기쁜 마음에 자랑질 좀 하려고 글 올립니다. 하하...
아침부터 너무 염장인가요?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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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atos.OIOF7I
11/03/16 09:32
수정 아이콘
갑자기 급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네요. (써! 써! 써!)
'눈이 오네'는 정말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에, 싸인 시디까지.... 정말 부럽습니다ㅠ
GODFlash
11/03/16 09:41
수정 아이콘
처음 듣는 사람도 보컬에 확 끌려버린다는 10cm!!
지난 스케치북 방영분은 너무 좋았습니다~ㅠ ㅠ
시디 부럽네요 ! 흐흐
11/03/16 09:43
수정 아이콘
전 얘네가 너무싫어요..ㅠ.ㅠ

날차버렷던 여자가 10cm을 너무좋아햇던 기억때문에..크킄
11/03/16 09:52
수정 아이콘
와 축하드려요~
제가 10cm 처음 꽂혔던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처음 나왔을때였었는데...이때부터 줄기차게 10cm 듣고다니고 주변에 좋다고 알리고 다녔는데
이번에 1집을 가지고 스케치북에 나왓는데 역시나 너무 좋더라고요
그게아니고를 부르는데 뭔가 정말 울컥했는데 꾹 참으면서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얘기하는 절절함이 담겨있더라고요 몇번을 다시봤네요 크크
다음달에 나올 옥상달빛의 앨범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DuomoFirenze
11/03/16 09:56
수정 아이콘
요즘 데이브레이크와 함께 열심히 듣고 있는 10cm 군요..
아. 라이브 처음 들어봤는데.
좋은데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11/03/16 10:18
수정 아이콘
이 사람들의 장르는 본격 성인가요죠;; 흐흐
강동원
11/03/16 10:3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지나가다 귀에 꽂힌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가사에 감동 받아
이번 앨범 지르고는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글쓰신 분 말씀처럼 찌질하기 그지없는 가사들에 100만% 감동하고 있답니다 크크
11/03/16 10:41
수정 아이콘
몇일전에 술한잔하고 마을버스가 끊겨서 집에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mp3에서 그게아니고가 나오더군요.
그 알수없는 복잡미묘한 기분이란...
11/03/16 10:45
수정 아이콘
10cm 엄청 좋아했었는데
노래 몇곡이 '어 어디서 들어본거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어서
찾아보니 제가 듣기에 비슷한 곡 몇개가 있더더군요
인터넷에도 다른곡이랑 비슷하다는 글도 몇개있고
그 이후부터는 별로 정이 안가는 그런밴드....
설탕가루인형
11/03/16 10:59
수정 아이콘
브라운아이즈, 페퍼톤스,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쇼크를 저에게 선사한 그룹이군요. ^^

저도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 것 같아요.
로보트킹
11/03/16 11:13
수정 아이콘
제가 듣기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새벽 4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good night 요런 곡들이 좋더라구요
새벽에 고향친구랑 차타고 어딜 가다가 친구가 이노래 좋다면서 들려준 곡이 새벽 4시였는데 그때 꽂혀서 많이 들었었네요
보컬 목소리도 매력있는데다가 소절의 끝음들이 뭔가 애매하면서 특이하기도 하고 괜찮더군요 흐흐
스타카토
11/03/16 11:31
수정 아이콘
퇴근하고 집에가면..
와이프가 요리를 하면서 매일매일 한번도 빠지지 않고 흥얼거리는 노래..

"아메리카노 쪼아 쪼아 쪼아~~~~~"

처음엔 무슨 저런노래인가 했더니...
지금은 저도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11/03/16 11:36
수정 아이콘
오늘 EBS 공감 당첨되서 갑니다. 남성 둘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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