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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30 11:32:21
Name Artemis
Subject [일반] 2010년 9월 29일 준플 광경_준플 직관 초짜의 관람기


어제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 1차전을 직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 경기 관람은 처음이었는데, 뭐랄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온 기분입니다.
한마디로 "포스트 시즌은 이런 것이다!"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요?

일단 경기 시작 시간도 다릅니다.
정규라면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이지만, 포스트시즌은 평일은 저녁 6시, 주말은 토요일 2시에 시작하지요.
그래서 저같이 6시에 끝나는 직장인은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뭔가 이상한(?) 핑계를 대고 30분 일찍 회사를 나서서 2회 말부터는 제대로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는 지하철에서 먼저 간 누군가가 문자를 보내주는데, 이건 정규 시즌 때 "지금 우리 무사에 가르시아 타석이야"라고 받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정규 시즌 때라면 이런 문자 받으면 "가르시아 홈런 기원~! 크크"라고 놀 텐데, 때가 때이다 보니 "홈런은 바라지도 않고 2루타만 쳐줘도 감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아, 다른 건 몰라도 병살은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돌아갑니다.
(단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 다음에 날아드는 문자가.....................OTL)

종합운동장역에 내릴 때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전철문 앞에서 대기 타는 사람이 많네요?
DMB로 야구를 챙겨보고 있는 넥타이 부대도 꽤 됩니다.
딱 도착해서 전철문이 열리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립니다.
정규 시즌 때에는 이 정도로 한꺼번에 사람이 전철에서 내리는 광경을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뭐 그것도 제가 늦게 가서라면 할 말은 없지만^^;;)

개찰구를 지나 야구장 쪽 출입구로 향하는데, 이건 뭐 암표상들이 표부터 들이밀고 봅니다.
가격 얼마, 어디에 자리 있어요~라고 말하지도 않아요.
이미 1회가 시작된 마당이니 그 사람들도 마음이 급하죠.
지나가는 사람한테 표부터 들이밀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그 표의 좌석을 보고 사기도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니, 이 분들은 이 표를 대체 어디서 이렇게들 구한 거야? 난 외야 두 장 잡는 것도 힘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억울한 마음에 티 안 나게 한 번 째려봐줍니다.

출입구 밖으로 나오니 입이 딱 벌어져 말도 안 나옵니다.
야구장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물건 팔랴, 물건 살랴, 여전히 암표상은 극성이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 시선이 가는 곳마다 사람투성이 입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나옵니다.
"아, 이게 준플레이오프구나."

제 자리는 외야입니다.
사직 말고 잠실에서 외야는 처음입니다.
외야 출입구부터 그야말로 난리통입니다.
먹을 거 사려는 사람과 파는 사람, 줄 서 있는 사람, 들어가는 사람, 나오는 사람, 전화해서 자리 물어보는 사람 등등등.
출입구를 통과해서 바로 보이는 편의점 또한 장난 아닙니다.
뭐 여기저기서 주문하는 통에 주문받는 사람도 힘들고 주문하는 사람도 힘들고, 평소라면 1분 내에 주문하고 지불이 끝날 일이 5분은 그냥 넘어갑니다.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외야에 잡아놓은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건 통로고 계단이고 사람들로 빡빡합니다.
평소라면 직진해갈 수 있는 자리를 돌아서가는 것도 힘겨운데 그 많은 사람을 헤치고 가려니 배로 힘들고 시간이 걸립니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라는 말을 스무 번도 넘게 한 것 같네요.
외야 상단으로 올라가니 돗자리 깔고 소풍오신 가족이 보이고, 클럽에 온 것마냥 한 손에 담배, 한 손에 맥주 들고 응원가에 맞춰 라임 타는 분도 여럿 보이시네요.
"아니, 왜 여기서 담배를 피우고들 난리야!"라고 짜증낼 겨를조차 없습니다.

자리에 도착해서 야구장을 한 번 돌아봅니다.
역시 두산의 홈경기답게 여기저기 새로 건 현수막이 보입니다.
'허슬두 2010년'이라든가 'V4'를 기원하는 문구라든가.
게다가 기수들이 대형 깃발을 휘두르는 게 꽤나 장관이더군요.

응원단도 평소와 다릅니다.
롯데의 경우는 조지훈 단장은 평소와는 다른 두루마기를 입고 오셨고, 4명 정도 되던 치어리더가 6명인가 8명으로 늘었습니다.
대형 현수막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응원 앰프 소리는 진짜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크게 들리더군요.

"아,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거구나" 새삼 깨답습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걸 처음 경험하는 초짜는, 단순히 관중일 뿐인데도 그 기세에 압도됩니다.
그런데 선수들은 오죽할까요.
6시에 시작해도 10시에 끝나는 경기 시간이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정말이지 모든 게 정규 시즌과는 달라요.
관중의 호흡과 응원, 야구장에 감도는 기운과 분위기가 새롭고 낯섭니다.
이래서 가을 야구, 가을 야구 하나 봅니다.

그러면서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런 느낌을 조금 더 가져보고 싶다"고.

이제 1차전이 끝났습니다.
저는 오늘은 직관 안 가고, 주말에 부산에 내려갈 예정입니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한 경기는 날려먹을지 모르겠고, 또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서 한 경기를 보게 될지, 두 경기를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직의 준플 분위기는 어떨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두근두근합니다.
아무쪼록 올 가을만큼은 우리 선수들도 우리 팬들도 좀 더 가을의 기분을 더 만끽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이거든요.
선수에게나 팬들에게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런 의미로 오늘도 자이언츠, 승리를 향해 고고싱~!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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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
10/09/30 11:34
수정 아이콘
오잉? 진짜 포스트시즌 첫 직관이셨어요??? 가을야구 정말 좋죠..

전 언제 유광점퍼 사서 입고 야구보러 갈 수 있을련지. 하하하 -
The HUSE
10/09/30 11:36
수정 아이콘
롯데의 승리 축하합니다.
타 팀 팬들이 보기에도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멋진 경기 나오길 기대합니다.
RealWorlD
10/09/30 11:59
수정 아이콘
경찰들 사복으로 야구장입구근처에서 암표상들 검거하면안되나요? 왜 매년있는일인데 발전이없지
최강희남편
10/09/30 12:07
수정 아이콘
어제는 유독 '두산 같지 않은 모습'이 많이 나오더군요.. 미세한 수비 미스.. 주루 미스..
어찌보면 평소 모습과 종이 한 장 차이였을지 모르지만.. 경기 결과적으로는 꽤나 두꺼운 종이 한 장이 되버렸습니다..
두산팬으로서는 그러한 부분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오늘은 심기일전 해서 멋진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10/09/30 12:23
수정 아이콘
저 타워팰리스 근처 개포동에 살고있는데..잠실운동장에서 응원가가 집까지들리더군요..깜짝놀랐습니다.
홍성흔 선수 응원가가 들리길래 TV보는 친구한테 지금 홍성흔 나왔냐고 물으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던....
아무튼 대단했습니다.
월드컵시즌때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거리응원하는 소리도 얼핏들렸었는데 잠실운동장 소리가 들릴줄은..
사직운동장 옆에살면 어떨까 살짝 궁금하기도하네요
와룡선생
10/09/30 12:41
수정 아이콘
아.. 난 하필이면 이럴때 대전 출장중이라..
서울이었으면 잠실 갔을텐데..ㅜㅜ
주말에 서울가는데 주말은 사직이고..

롯데 투수중에 이모선수가 친구의 친구라 몇번 봤는데 이번에 나올지는 의문이네요..
제발 대구 가자!!
10/09/30 12:56
수정 아이콘
중계불판에 아르님 댓글이 없길래 직관 가셨나했더니 역시나였군요. 흐흐

저는 중계를 보면 롯데가 자꾸 지길래 어제 안보다가 궁금해서 불판에 들어가보니 9회초 전준우 역전 홈런!ㅜㅠ

그나저나 오늘 사도스키인데 득점지원 좀 잘 해줬으면 좋겠네요ㅜ
실제 여고생이 참나
10/09/30 13:20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한국시리즈 직관갔을때 참 재밌었는데... 정규시즌 때랑 공기가 다르긴 하더군요...
2005년에 친구가 구해준 표로 삼성 자리 앉아서 남의 잔치 구경할때는 참 씁쓸했었는데...
10롯데우승
10/09/30 14:41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_+ 저도 가고싶습니다..
10/09/30 22:48
수정 아이콘
우리 어젯밤 외야 어딘가에서 마주쳤을지 모르겠군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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