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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4 05:43:39
Name 루미큐브
Subject [일반] 그리피스
요새 자기전에 미우라 켄타로 선생의 베르세르크(Berserker)를
한 권씩 꺼내서 읽어보고 있는데, 몇 년만에 생각이 나서 다시 들춰본
내용은 처음 보고 팽개쳤던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군요
물론 바람의 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보면 정말로 재미있어요
베가본드, 시구루이나 무한의 주인과 같은 검객들의 이야기를 들춰보자는 것도
한 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지요.. 뭐 그건 다른 얘기들이니까 집어 치우고

한 가지 의문이 들더군요
그리피스가 "내 나라를 손에 넣겠다" 라고 했었는데
그 나라가 바로 미들랜드 이지요, 성공을 위한 밑받침으로
정략적으로 샬롯 공주에게 접근하고 공주의 마음을 한 눈에
빼앗아내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서
지금의 모든 원흉이 되고 말지요? 뭐 워낙 많이들 아시는 스토리인지라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지금 ing 인 부분도 그렇고 과연 그리피스는 샬롯 공주를
마음 속으로 사랑했을까요? 사랑하고 있을까요? 라는 의문입니다.

재생의 탑에서의 일전을 통해 매의 사도로의 현실화가 결과적으로
세계를 현실적으로 어둠으로 물들일 존재로의 각성을 하게 되지요?

무엇보다 매의 등장 이후 인간계의 싸움에 본격적으로 사도들이 그 엄청난 능력을
개입시키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재미를 위해서 불사신 조드와 같은 일부
사도들이 자신만의 만족과 유희를 위해 살았었다면 지금 전쟁은 앞 뒤 가리지 않죠

아무튼간에 뻔한 내용입니다만 과연 그리피스가 처음 샬롯 공주의 순결을
빼앗던 밤도 과연 사랑으로 해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군요, 의도된 접근도 아니었고
그 순간의 유혹에 기대고 만, 하지만 그것도 인과율이라면 너무나도 정확하고
허탈하기까지 한 결말이랄까요? 아마 제 생각이지만 샬롯 공주는 작품 속에서
훨씬 대단한 '용도'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캐스커의 일도 그렇지만
그리피스를 파멸시킬 유일한 키가 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도 말이죠

어찌 보면 그리피스가 광적인 집착을 보인 것은 그만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욕심이나
매의 단을 유지하겠다는 리더쉽 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광적인 집착을 보인 것은
한 순간의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공주를 쓰러뜨린 그 날의 밤과... 그리고 베헤리트가 아닌
바로 가츠였지요

"넌 나의 것이야!" 라는 운명의 대사, 아마 현재까지의~앞으로의 베르세르크를 통틀어봐도
모든 작품관을 주도하고 있는 대사라고 보여집니다.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소년 가츠가 쥔 대검의 날 위에 매처럼 날아 살포시 양발로 그의 힘을 억누른 채, 가츠의 목덜미에
세이버의 칼 끝을 가져다 댄 그 모습이 전 권을 통틀어 가장 명장면은 아닐지 모르겠네요

여전히 그리피스는 사도가 된 뒤에도 자신에게 검 끝을 겨눈 가츠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조드와 가츠가 잠시 휴전을 하고 쿠샨의 대갈통에
정타를 한 방 맥이는 모습도 정말로 색달랐다지요?

미우라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서운 인간의 집착이 만들어낸 악마들, 그리고 미들랜드의 중심에 자리잡은 재생의 탑, 재생의 탑에서
가장 깊은 곳에 틀어박힌 어둠과 외로움, 온갖 악몽과 욕망과 사치를 집어먹은 거대한 베헤리트의 모습까지
어찌 보면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최종장의 파편이 되어 조금씩 맞춰져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존경받던 백작이 있었지요, 그러나 이교의 흉상에 온갖욕정을 털어내던 부인에 대한
모멸감과 배신이 불러온 결과는 스스로를 사도화 하는 것이었지요, 부정한 부인을 제물로 바치고
사도가 되어버린 백작은 살육자가 되지만, 결국 그가 사랑했던 단 한 명 '딸' 은 건드리지 못했던
그는 죽음의 직전 베헤리트로 4인의 사도들을 불러내는 데 성공은 하지만
강마의 의식에서 그 딸만큼은 바치지 못하고 지옥으로 끌려들어가 버리지요...

또 샬롯 공주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고
모든 사건과 원흉을 만들어버린 미들랜드의 왕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씨의 작 '몬스터' 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날 괴물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이 세상이다" 라는, 결국 사도들도 대부분 최후의 순간에는
인간의 추한 모습으로 귀화하지요? 고드핸드들과 사도들도 원래는 인간이었다는 대사도 종종 나오고요

참고로 이해가 잘 안되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만
일반 베헤리트에서 빌드에서는 일반 양산형 사도가, 진홍의 베헤리트 빌드에서는 고드핸드들이
특별하게 제조되지요? 그 고드핸드들은 제물을 이용해 일반/고드핸드급 사도를 제조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지요, 제물의 양은 등급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추정), 그 외 균열을 통해
마도에서 마신들도 건너오고요~ 뭐 이정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내세워서 전장의 덧없는 희생양으로, 마물의 양산을 위한 제물로,
때로는 예언가로, 때로는 마법사로, 때로는 견습전사로..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나이가 들어차서 대가리가 굳어버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정말 그 그림체보다 훨씬
난해하고 어렵지요

에우레카 7 에서 코우라리언의 핵을 파괴하고 자신이 새로운 시대의 왕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홀랜드의 친형인 듀이 대령, 그가 특무기관을 넘겨받으면서 전쟁고아로 사방의 잔해에 버려진 아이들을
자신의 부관으로, 자신이 이끄는 함대의 오퍼레이터로, 작전관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전쟁의 소모품이지요 "아이들은 나를 잘 따른다, 명령을 철저히 엄수한다" 등등..
우습게도 그 특무기관의 프로젝트 명은 '오라토리엄' 이었지요(...)

물론 정말 비현실적인 내용이긴 합니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몸에 폭탄띠를 두르고 미군에게 자살돌격을 감행하게 하는
탈레반의 저항세력에 비한다면 그 작품 속의 아이들은 누군가에겐 인정받을 수 있었고, 잠시나마 행복했겠지요
비현실적인 일은 지금 어디서도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더 이상 이에 대해 왈타질타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찾아보면 간혹 작품 속에도 있더군요, 다만 얼핏 스쳐가면서 본 것들이 있는지라
세부적으로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무튼 꽤나 오랜 연재기간을 달려온 베르세르크입니다만, 크게 보면 매의 단 에피소드를 빼고나면
생각보다 범주나 시간의 흐름이 크게 길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백작 잡아먹고, 재생의 탑 무너뜨리고
날벌레 좀 잡으러 외도(?) 했다가... 파티원 모으고, 트롤하고 쌈질하다. 중간에 조드랑 크로스 해서
갓 에넬 면상 한 번 후려치고, 그러다가 배타고 원피스 찾으러 궈궈싱 하는(....)


간략하게 스토리를 던파식으로 말해보자면

1. 사도의 침공으로 피폐해진 아라드에
2. 귀수를 지배하기 위해 어떤 귀검사가 프렌지, 폭주를 배우고 금기된 갑주인 성케레스풀셋을 입지요( -_-)
3. G'S'D가 한 번씩 도와주는 가운데 정령왕을 잡으러 질병개가 떠도는 노스마이어도 가고
4. 언데드 괴물들을 때려잡으러 언더풋에도 가고, 그러다가 파티원들도 알아서 구성되고
5. 배좀 타고 정력왕(?)이 사는 천계 겐트로 갈라는데, 거기서 흑요정과 언데드가 먼 일인지 지네들끼리
툭탁거리는 거 좀 구경 하다가
6. 배 타고 겐트로 가는 도중에 괴이한 광신도들이 탄 도르니어를 보고 베히모스에 불시착했다는

뭐 그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던파 스토리야 워낙 짬뽕되어 있는게 많지만 은근 잔혹한 내용도 많고 그 세계관이 광범위한지라 적어봅니다.
애들게임 애들게임 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 총질하고 칼질하는 단순게임이 돈벌어 강화질하고
증폭질 하는게 정말로 재미있더군요(;;;;;;;;)?

강화질에 맛들려 피폐해진 누군가의 모습을 담은 TIG 원사운드님의 유명한 '12 유성락' 도 있으니 찾아보세요~


아무튼 근본적인 궁금증입니다. 꼭 답을 얻고자 하는건 아니지만
그리피스는 샬롯 공주를 마음 속으로 사랑했을까요? 사랑하고 있을까요? 라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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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년
10/08/24 05:45
수정 아이콘
베르세르크는 제대로못봤지만 고등학교때인가??? 애니메이션으로 본기억이나네요.
무슨의식을 통해서 동료들이전부 제물이되서 죽어버린 참보면서 충격도많이받았어요..;;
라꾸라꾸
10/08/24 06:21
수정 아이콘
베르세르크에서 완전무결한 존재로 나오는 그리피스에게 변화를 주는 인물은 오로지 가츠뿐이었습니다. 샬롯공주의 방에 들어가 그녀의 순결을 뺏은것도 가츠가 자신의 곁을 떠남에 대한 허탈감에서 나온 행위로 해석되구요. 단지 가츠를 잃은 상실감의 반작용으로 보였습니다. 이런저런 정황상 저는 그리피스가 가츠를 친구로서 우정이 아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피스가 알을 모태로 현세에 실존하는 인물로 나타나자마자 바로 찾아간 것이 가츠였고 가츠를 만난 뒤 처음 내뱉은 대사가 "이젠 아무렇지도 않군." 이라고 했는데 그건 자신의 전부였던 나라를 갖는 꿈조차 빛바래 퇴색시켜 보일만큼 소중한 존재였던 가츠가 다시 현세에 돌아왔을 때도 전생처럼 자신에게 똑같이 소중한 존재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가츠 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베르세르크를 이끌어가는 두 축이 가츠와 그리피스인만큼 앞으로의 그리피스의 흥망성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가츠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아, 그리고 1000년전 전 유럽을 통일한 카이저(맞나요?)황제로 추정되는 해골기사와 그리피스를 제외한 네명의 고드핸드와의 연결고리도 궁금하네요. 그들의 관계에 대해 대충 추측은 해볼 수 있겠지만 관련된 에피소드가 앞으로 한 번쯤은 반드시 등장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지옥의 연재속도로 미우라 선생님이 살아계신 동안에 여태껏 풀어놓은 수많톤 분량의 중요 떡밥들이 정리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정말 베르세르크..언제 끝날까요? 이제와서 오랜 팬심에서 걱정되는 것은 제발 용두사미의 결말만 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0/08/24 07:51
수정 아이콘
어이쿠.. 육상 선수 그리피스인 줄.... ^^;
Lady ATHENA
10/08/24 08:29
수정 아이콘
이거 예전부터 읽다가 말았는데 베르세르크 드립을 CJ 선수들이 독점하면서........정주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전 이게 정확히 무슨 스토리인지 또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피스는 여자(들)을 볼 때와 가츠를 볼 때 눈빛이 다르더군요. 제가 보면서 '그리피스는 게이냐?'라는 생각을 계속 했으니까요. 크크크크
산타아저씨
10/08/24 08:33
수정 아이콘
이하 그리피스의 대사입니다.
"널 원해"
"넌 나를 위해 싸워줘, 넌 내 거니까."
"내가 널 위해 뛰어드는데 하나하나 이유가 필요한가?"

고어성이 한 두단계만 낮았어도 동인녀와 동인지가 득실거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

그리피스의 샬롯에 대한 문제의 대쉬는.. 가츠를 잃고 자포자기 심정에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보단 자신의 꿈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닐까요?

맨날 꿈타령만 해대는 그리피스가 유일하게 모든 걸 잊게 해준 건 가츠였다고 작중 내내 말하니까요.

그리고 이 여자는 일국의 왕이 되었는데도 하녀와 소꿉놀이하며 그리피스 노래나 불러댔으니..
중요한 역활을 할 가망은 거의 없어보입니다..
논트루마
10/08/24 08:5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그리피스를 "자본주의의 집약체"처럼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베르세르크의 세계관 자체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기초한 세계관이기에 좀 더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 것이구요... 예를 들면 시체를 쌓아 성으로 올라가는 꿈이라던가, '희생이 두려우면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지'라는 대사, "희생"을 강조한 시나리오들 말입니다.
문정동김씨
10/08/24 09:31
수정 아이콘
글 잘쓰시네요. 오래간만에 다시 한번 들춰봐야겠습니다. [м]
노래하는몽상가
10/08/24 12:58
수정 아이콘
제 생각도 가츠를 잃은 상실감에 의한 행동으로 보입니다만,.
예상은 왠지 분명 샬롯공주는 나중에 그리피스를 위한 희생, 또는 그리피스가 눈 하나 깜짝않고 직접 죽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히로인은 이미 캐스커가 있는데다가 베르세르크 내용상(?) 오래 살기에는 너무 착한 인물인거 같아서요;
LegNa.schwaRz
10/08/24 14:06
수정 아이콘
David J. Griffiths 가 떠올랐네요. 아.... 이래서 전공이 무섭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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