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즐겨봤던 미드인 How I met your mother의 시즌1의
한 에피소드인 "Nothing Good Happens after 2 A.M."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주인공 Ted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나 "새벽 2시 이후에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시곤 했는데
새벽 2시 이후에 Ted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가씨인 Robin의 집에 갔다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나온다.
즉, 새벽 2시 이후에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감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 당시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크게 공감했었는데, 나 역시 새벽 2시가 넘어가면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고
다음날 후회할만한 일들을 많이 저지르곤 했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다음날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는데 베틀넷에서 개인전과 팀플 모두
계속해서 연패하는 바람에 승부에 대한 갈망은 극에 달했고 결국

"내 아이디의 명예를 걸고, 1승을 올리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소."

나즈막이 외치곤 새벽 4시까지 달려 겨우 1승을 올리고 잠들었으니 말 다했다.
다음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는 것만 생각날 뿐 잘 했는지,
실수는 안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가 하면 잠들려고 누워서  잠깐 보려고 튼 TV에서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재밌는 영화가 시작되면

"어머나 이건 꼭 봐야 해."

중얼거리며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를 들으며 미치도록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아...그냥 보지 말고 잘걸."

이러한 일 말고도 왠지 새벽엔 속마음도 잘 털어놓게 된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민이나 힘든 일,
평소엔 민망하고 오글오글 해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들도 술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새벽의 매력이랄까, 늦은 새벽이 되면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하면서
약간 술을 마신 기분이랄까, 자기 속마음도 쉽게 털어놓게 되고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되거나 쉽게 우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새벽 2시가 넘으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음에도
그 매력에 취한 이들이 잠도 잊은 채 새벽의 취기에 올라
다음 날 아침이면 후회할,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