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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3 23:08:55
Name sinfire
Subject [일반] 이공계 대학원생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님들께 드리는 글을 가장한 그냥 한 대학원생의 푸념[응?]
...훼이크 제대로 넣은 제목대로 속이 답답해서 푸념이나 좀 늘어놓으려고 합니다.

혹시 이공계 대학원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대학원생활을 할때 참고사항이 될만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네요.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계산화학을 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화합물의 구조를 찾거나 모의실험을 하거나 하는 일을 하고 있죠.

이런 시뮬레이션 기법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는데 저희 교수님은 게중에서 파인만의 경로 적분법(Feynman's Path Integral)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저것과 전혀 다른 분야인 양자 계산이나 분자동역학 계산을 하고 있고요.

여기서부터 정신이 아득해지시는 분들이 있으실텐데...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교수님이 잘 쓰시는 이론과는 전혀 다른 이론을 이용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예전에 Orbef님이 쓰신 '이공계 후배들을 위한 글'에서도 읽은 적이 있지만 대학원에 오게되면 딱히 자기가 할일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같은건 있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만약에 있다면 그 연구는 별로 impact가 없는 연구가 됩니다.

학부 때야 주어진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모법답안이 있지만 대학원 생활에서 하는 연구는 이 모법답안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교수님이 궁금해 하시는 문제에 대해서 교수님이나 연구실 사수에게 익숙한 방법론을 배워서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간혹 멋도 모르고 [저처럼] 객기를 부리게 되면 교수님 분야와 전혀 동떨어져 있고, 연구실 내에 사수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분야를 자기가 연구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다른 사람한테 배워서 새로운 걸 연구하는것도 빡센데 그 방법도 제가 알아서 찾아서 배워야되는 그러한 상황이죠. 이를테면 스타에서 보자면 pgtour B 급이 가르쳐주는 사부가 있는 상태에서 pgtour A를 어떻게 한판 이기려고 연습하는 상황이랑 전략시뮬레이션 생전 안해본 플레이어가 선생님도 없이 pgtour A를 어떻게 한판 이기려고 연습하는 상황을 비교하면 될까요..?

뭐 여하간에 제가 운이 좋아서건, 아니면 교수님이 일을 잘 물어[?]오신거건 간에 4학기 까지 2nd 내지는 3rd Author인 SCI-논문은 3편을 냈습니다. 화학과 석사치고는 많이 낸 편이긴 하죠.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단 제가 논문을 많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연구실에 공동연구를 했기 때문인거고 아마 여기서 제가 주도하에 제1저자로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는 과정이랑 타 연구실에서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과정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석사생은 내공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모법답안이라는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애초에 안되는 연구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교수님 입장에서는 학생의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온다고 해서 그럼 이거 빨리 접고 다른거 하자라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어떻게든 결과를 내보자라는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쓴 논문으로 제 주도로 1st author를 낼 수 있는 연구를 진행을 하다가 이게 내가 계산을 한거로는 너무 자명한 결과가 나오고 더 깊게 파고들려면 너무 문제가 어려워져서 빠져나올수없는 수렁에 빠지게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저희 교수님도 그러셨고, 대부분의 교수님이 취하는 태도는 어떻게든 더 깊게 파고들어서 논문거리를 만들게 하는 것입니다. 가장 현명한 판단은 학생 스스로가 이건 안되는 겁니다라고 설득을 하는 것인데 이러기 위해서 내공이 쌓여야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박사와 석사의 차이는 다른게 아니라 이게 좀 안된다 싶은 연구면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게 또 첫번째 문제랑 또 연결이 되는데 지도교수님이 익숙한 분야가 아닌 경우에  교수님이 이런 판단을 내리는데 조언을 주는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여하간 우여곡절 끝에 저는 프로젝트 두 개를 오만 쌩쇼를 하다가 중간에 접었고, 하나는 어떻게 어떻게 삽질을 해가며 지금 진행중입니다.

자, 아까 제 상황이 전략시뮬레이션 생전 안해본 플레이어가 선생님도 없이 pgtour A를 어떻게 한판 이기려고 연습하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이게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만 존재할까요? 다른 측면으로는 한계점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부가 있고 없고는 최종적으로 도달할 수는 있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죠. 사부가 있으면 pg A까지 갈 가능성이 존재하지면 혼자하면 아무리 해도 pg B에 머무를 확율이 클 수 있다는 겁니다.

이쯤에서 제 상황에 대해서 푸념을 좀 해보겠습니다.

교수님이 올해 안식년[연구년]이셔서 현재 미국에 visiting professor로 제가 다루는 분야를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연구실에 가 계십니다.[이 연구실 교수님은 물리학과 출신이시죠] 그쪽 연구실에서 마침 본인들이 개발한 방법으로 계산한 결과와 교수님이 계산하는 것을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쪽 교수님이 우리 교수님께 혹시 학생 한 명 데리고 올꺼냐고 물어보셔서 저를 데리고 가려고 계획중이십니다.

문제는 그쪽 연구실은 이미 제가 다루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실과 공동연구를 통해서 해결을 보고 있고, 오히려 우리 지도교수님이 하시는 방법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죠. 아마 내심 학생도 우리 교수님 방법을 쓰는 학생을 데리고 오기를 원했을겁니다.

편의를 위해서 그쪽 연구실과 제가 하는 걸 D 방법, 우리 교수님 방법을 P방법이라고 하면, 제가 우리 연구실에서 아무리 D 방법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고 해서 그 D 방법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실하고는 게임이 안됩니다. 마침 그쪽 연구실은 이미 D 방법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실하고는 공동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라는 존재는 별 필요가 없는 상황이죠.

뭐 여튼 제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것에 대해서 공동연구를 하고 싶다고 proposal을 해서 그쪽 교수님 의향을 여쭤봤는데 무엇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미치겠는건 정작 우리 교수님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제가 낸 결과들을 잘 정리해서 저쪽 교수님이 interest을 느낄만한 주제를 뽑아보랍니다....

지금 당장 해외연수 지원금 받기 위해서는 연구보고서를 써야되는 상황인데 공동 연구 주제도 안 잡히는 상황인거죠. 저는 내는 proposal마다 그쪽 교수님이 관심이 없다라는 태도니 의욕도 안생기고요.. 애초에 제가 오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인데 내가 굳이 무리해서 가야되는가 하는 상황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지원금으로 비행기표를 끊었으니 가긴 가야되고...

뭐 그래서 내일 인터넷 전화로 랩미팅이 있는데 이런 글이나 쓰고 있습니다. 으하하하하하....

아무쪼록 후배님들께는 '이러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이런 길은 왠만하면 피해라'라는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고, 선배님들께는 위로나 질책을 좀 받고 싶습니다.

..사실 뭐 저도 답은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글 쓸 시간에 정신차리고 교수님이 기대하시는 바를 충족시켜라가 답이 되겠죠...

그럼 모두 즐거운 밤 되시기 바랍니다. 으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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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10/05/13 23:41
수정 아이콘
뭔지 잘 모르겠지만 죽을맛인거 같다 라는건 알아먹겠네요...
부엉이
10/05/13 23:50
수정 아이콘
종종드는 의문인데... 제가 실제로 아는 대학원생들중 몇몇은 자기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쩌는데, 이공계대학원생들은 왜 그런분보기가 힘들죠?
10/05/14 00:29
수정 아이콘
양자 계산이나 분자동역학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제 주위에는 좀 있는데, 그쪽에는 별로 없나 보군요;
10/05/14 00:32
수정 아이콘
전 다행히도 교수님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다..다행인가?
거북거북
10/05/14 00:49
수정 아이콘
전 교수님이랑 전혀 다른 분야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이 연구실에 왔습니다.
학생 연구 분야에 전혀 터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
10/05/14 01:12
수정 아이콘
몇가지 의견을 드리자면,

1. < 미국의 해당분야 대가랩은 나보다 당연히 월등한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할거야 >
절대로 착각입니다. 그 교수님 (+ 그 교수님이 대가가 되는 계기가 되었던 학생) 이 대가인 것이지 그 밑에 학생들이 잘난 것이 아니죠. 더군다나 미국처럼 사수 부사수 개념이 희박한 곳에서는 바로 옆자리 사람이 노벨상을 타도 나는 1점짜리 논문 하나도 못쓰는 일이 허다합니다.

2. Visiting professor 와 같이 반년 ~ 일년의 시간을 Sith lord / apprentice 처럼 사는 것은, 일도 많이 배우고, 교수님 덕에 네트웍도 늘고, 교수님과의 사이도 좋아지는, 그야말로 1석3조라고 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sinfire 님의 지도교수님은 학문적 성취가 상당히 높으신 분으로 알고있는데, 그러니 더더욱 좋지요. 저라면 간과 쓸개를 쏟고 죽는 한이 있어도 갑니다!

3. 이미 본인도 느끼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거기 가서 뭘 새로 배우기에는 교환학생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따라서 가면 무엇을 할 지를 확실하게 미리 계획을 세워서 가시구요, 실험쪽이 아니니 적응 기간은 거의 필요 없는 것은 좋은 상황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세미나 많이 다니세요. 한국에서 일년에 한두번 볼까 말까한 '해외석학 세미나' 가 여기서는 교내 학생 대상으로 매주 있으니까 말입니다 :)

그럼 준비 잘 하셔서 유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건승하세요.
Dr.faust
10/05/14 01:18
수정 아이콘
같은 계산화학 전공자로써 반갑네요 ^^
우선 교수님이 잘 모르시는 걸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저도 첫 3~4년 동안 교수님께서 잘 모르시는 분야를 하느라 꽤나 애먹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몇 년 고생하다보니 이제 좀 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우선 써놓으신 푸념에 대해 한말씀 드리자면 sinfire님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신듯하지만 교수님이 하시는 분야를 내가 연구하는 것과 내가 첨부터 혼자하는 것에는 productivity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고생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고생스럽지만 스스로 주제를 잡아서 한 편의 논문까지 연결시키는 경험을 쌓으신다면 이것은 나중에 포닥이나 교수가 되는데 있어서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 OrBef님이 아주 잘 써주셨지만 '스스로' "새로운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는 역량이 job market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이죠. 늘 교수님이 주제를 정해주고 연구 방법도 정해준대로 따라하다보면 진도는 빨리 나갈 수 있지만 졸업후에 지도교수님이 안 계시고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sinfire님께서는 아직 4학기 밖에 안지나셨으니 지금이라도 교수님이 잘 아시는 path integral QM으로 새로 연구 주제를
"하나 더" 잡아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 지금하는 걸 접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 ) 다시 시작할려면 막막하기도 하겠지만 교수님이 도와주신다면 금방 익히실겁니다. Expert의 오랜 경험이라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거든요.

마지막으로 미국에는 기회가 되면 꼭! 가세요 ^^ 무엇이 되었던지 간에 한국에서 배울 수 없은 것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방법론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proposal을 system에 중점적으로 하시는게 어떨까요? 그러니까 내가 다루었던 system이 다른 실험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impact가 있는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아마 D 방법은 dynamics를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그 교수님께 이런 system을 dynamics를 이용해서 연구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어떨까요?

여튼 다음에 대한화학회에서 뵙죠~ 흐흐 MC Kim 포스터에 꼭 찾아가겠습니다. 심교수님 발표는 여러번 들었는데 이해는 잘 안되더군요 ^^;; 그럼 수고하세요~ 제 신분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흐흐
10/05/14 02:04
수정 아이콘
다음 대한화학회 때 pgr 계산화학전공 분들이랑 정모할 기세...네요 크크

일단 여기에 소인배님도 이쪽이었던거 같고..
I.O.S_Lucy
10/05/14 02:52
수정 아이콘
아이고... 심 교수님 어디 가셨나 했더니만...

제가 생각하고 있던 분야가 양자화학이거든요... 아무래도 실험은 어째 제 타입이 아닌 듯하고,
수학하고 화학을 잘 엮어볼만한 곳이 물리화학과다 보니...; (고미2 복소평면 부분은 그냥 독학했습니다-_-)
그런데 역시나 쉬운 일이 없군요. 하기사 쉬운 일이 있으면 안되죠.

전 학부 3학년이다 보니-_-
솔직히 학부 때 배운 걸 까먹지 않을 자신이 있고,
MO 및 원자구조 시뮬레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그쪽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요,
아는 것도 정보도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_-;
요즘 수업시간에 하고 있는 게 Variational Method 등을 이용해서 다전자 원자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 근사를 하는 건데...
이런 걸 연구해보려고 하면 어느 교수님이 좋을까요?
(무기화학 최 교수님은 제외요-_- 최근에 졸다가 찍혀서;)

대학원에 들어갈 시기도 이제 한 1년 반밖에 안 남았는데 이런 글 보면 솔직히 무섭습니다. 덜덜.
고등학교 때 대학교 가서 어떻게 될까, 뭘 해야 하나 하고 걱정하던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Minkypapa
10/05/14 03:19
수정 아이콘
유기화학이 이론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나요... 노가다를 우대한다고 보면 어떨런가 싶네요.
미국에는 꼭 나오시고, 되든 안되든 해보는게 중요할 때입니다. 미국교수도 석사과정에 큰걸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visiting professor에게 뭔가를 기대하는것이겠죠. 도제 제도의 중요함을 배울 절호의 찬스입니다.
이번 기회에 교수님 밑천을 거덜내고, 박사로 고고 하면 되겠습니다. 제다이가 아닌 Sith 체제가 맞습니다.
점점더 파워는 쌓이지만, 암울하고 어둡죠.
10/05/14 03:20
수정 아이콘
문득 Orbef 님의 그 유명한 글을 처음부터 정독하고 싶어지는군요
10/05/14 04:53
수정 아이콘
와 화학과 분들 많으시네요
저는 p모 공대에 다니는 화학과 학생입니다
공부와 거리가 멀어서 군대도 갔다오고
벌써 입학한지는 7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학부 3학년이네요
이런 글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하
화학이 재미있는 학문인건 분명한데 저는 물리화학이 도무지 적성에 맞지가 않더라구요
10/05/14 06:29
수정 아이콘
화학과 모임을 하면 너무 많으니, 분과별로 모일 기세네요... -0- ;;

으음... 합성하다 보면 왠지 "아, 이거 어떻게 컴퓨터로 계산하면 최적의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환상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여튼 그... 뭐랄까 아무리 불리한 싸움이어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이기면 좋고 져도 좋은 무조건 이기는 게임인데요.
10/05/14 06:57
수정 아이콘
의도치 않게 일찍 일어나서 Orbef님 글을 쭉 읽었는데... 예전에 읽을 때랑 느낌이 다르네요 ;; ㅠㅠ
고요함
10/05/14 09:00
수정 아이콘
아직 박사 4년차 공대생으로써 말하자면....
지금 상황이 꼭 공대생들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누구나 연구주제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공대인 스스로가 공대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패배주의를 없애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연구자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공학도로써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무엇이라 정의 할 수 없지만 공학은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BestOfBest
10/05/14 09:13
수정 아이콘
저는 전자 전공하고 있는 꼬꼬마 학부생인데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군대를 갔다와서 석사하는것도 주위에서 자꾸 의미 없다그래가지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10/05/14 09:14
수정 아이콘
화학과 출신 여기 한명 추가요~
하지만 딴짓 하고 있으니, 학교 다닐때 공부쫌 할껄...
소인배
10/05/14 09:59
수정 아이콘
아아, 어째 마음이 안정되는군요...
10/05/14 10:50
수정 아이콘
2년전 OrBef2 님글 읽고 석사 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생활해야겠다고 마음먹은게 엊그제 같은데 현실은 시망이네요.

매일 아침 8시에서 12시가 다되서 퇴근하면서 하는거라곤 제안서, 결과보고서, 발표자료, 기타 잡다한거 뿐이고,
연구주제도 없고, 그냥 중소기업이에요. 돈벌려고 제안서 만 미친듯이 밤새워가듯이 2년동안 시켜되더니 , 졸업할때 되니까
니가 한게 뭐있냐고하고, 개발도 안시키고 있다가 이제와서 그것도 안하고 무능하다고하고, 개인적으로 공부 며칠 하고 있으면
바로 문서작업 시킨게 누구인데, 매일 욕하고 집어던지고 솔직히 인내심하고, 업무처리하는거 빼곤 남은게 없어요, 그렇다고
등록금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들어오기 전 공백기간과 등록금이 아까워서 쭉 버텼는데 교수님들 컨택이 가장 중요할 거 같습니다.
혹시라도 석사하시려는 분들은 진짜 중요합니다. 제 밑으로 들어오는 애들이 불쌍하고, 혹시라도 들어오려는 사람들 말리고 싶지만,

어이 없는게 신입생 유치하라고 4학년학생들에게 하나하나 문자랑 전화시키는거 제가 텔레마케터도 아니고 진짜, 그리고 논문 쓴적도 없지만 논문 뭐 실험도 하나도 안하고 결과치 거짓말로 해서 뭐 논문을 일주일이면 쓰는 줄 알아요. 세미나도 같은거 한적 없어요, 말로는 하고 하라는데 매일 12시가 넘도록 일시키면서 당장 내일까지 하라고 하고 욕짓거리하는데 새벽 5시까지 일해도 8시까지는 와야 하고 아침 7시에 모닝콜 해서 욕짓거리 해주는 사람입니다. 우리교수가 박사형들도 우리 바쁘고 자신들도 바쁘니까 관리도 안해주고

저는 그나마 성실이 해서 덜한데 졸업한 선배들 박사과정 안한다고 하면 매일 불러서 욕하고 갈구고 졸업안시킨다고 협박하고, 신입생도 나간다고 하면 딴데 못가게 한다고 협박하고,
쓰다보니 열받아서 두서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암튼 연구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10/05/14 11:57
수정 아이콘
게임개발을 하려고 원래 관심분야였던 그래픽스를 하려고 연구실에 들어갔는데 정작 그 연구실의 주분야는 멀티미디어 압축이었습니다.
나름 잘나가는 분야이긴 하지만 애초에 염두에도 안두었던 연구분야 하느라 2년 동안 시키는 것만 대충 하고 논 기억밖에.. T.T
어찌보면 다른 연구분야를 스스로 개척하시는 sinfire님이 부럽습니다..?!
예비석사분들은 연구실 고를 때 저처럼 헛다리 짚지 마시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랑 연구실에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걸 잘 따져보고 선택하세요.
티나크래커
10/05/14 12:12
수정 아이콘
아마도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중에 화학과에 가장 먼저 입학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배로써 조언을 드리자면 자기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 시키키 위해서 하는 학문은 그만큼 댓가가 따릅니다.

그것의 대부분은 교수이긴 하지만 그러 사람을 택한것도 책임이라고 할수 있겠죠

대학원생이라고 해서 해야 할일이 항상 모호 한것은 아니고 교수님의 주류 주제를 한다고 해서 비젼이 없는것도 아닙니다.

전 합성 전공이고 팀장급의 사람으로 요즘 뽑는 대학원생들을 보면 합성에 대한 자기 주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요즘은 워낙 디비가 잘되어 있어서 생각보다는 찾는것이 쉬울수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내비게이션에 너무 길들여져 내비게이션이 고장나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지금의 학교는 문제가 매우 많아요..교수들이 너무 아카데믹한것들 논문..새로운것에만 몰두하여 대학원생들을 망치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정작 우수하다는 학생들-논문 몇편을 냈다고 하는 학생들-조차도 수준 이하의 학생들이 많더군요..

정말 한 우물만 파는것이 아카데믹한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글쓰신분에게 드리고 싶은말은 고행이 결코 손해가 아닐겁니다. 적어도 10년 저도 후를 본다면 말이죠..

천천히 힘들게 가는 사람이 이길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나크래커
10/05/14 13:37
수정 아이콘
Snoopy 님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곤란합니다..죄송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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