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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08 16:31:13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등감
얼마 전 만난 후배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IT 지원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졌습니다.

"형, 지금 IT쪽, 그러니까 게임업체쪽 지원이 얼마나 작살났는지 아시죠?"
"다야 모르지만 중소기업 쪽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야 들어서 알고 있지."
"뭐 그거야 말해봐야 무엇하겠어요."

그러더니 대뜸 격앙된 목소리로 이리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오늘 세미나에서 문화부 관계자라는 사람이 와서 말을 하는데. 대충 말하는 골자를 들어 보니 '수출하는 게임업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야, 그거 눈가리고 아웅하겠다는 이야기 아냐? 퍼블리셔 못 만나서 묻히는 팔아먹을 만한 게임이 한둘이 아닌데 무슨 딴 소리야 것들은."

"형,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수출은 고사하고 작은 퍼블리셔조차도 만나지 못해 만들기만 하다 국내에서조차도 묻히는 게임이 한둘이 아닌데, 정부 관계자라는 사람은 "수출하는 게임업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와 같은 소리나 하니. 속이 안 터지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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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부가 우수 IT 인재를 육성하겠다면서 내놓은 'IT인력양성 중기 개편안'에 대한 기사를 보고 얼마 전 후배와 나눴던 위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사업답게 규모가 참 화려합니다. 'IT인력양성 중기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총 4011억원을 투입해 기업 맞춤형 기초인력 3만5000명과 IT 고급인력 4000명을 육성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융합 고급인력`도 2000명 양성한다고 합니다. 합쳐서 4만 명 이상의 IT 인력이 양성된다는 이야기이니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속내를 뜯어보니 이거 참 우스운 일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대학,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교육 사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참 화려합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연구소(일명 `미디어랩`)처럼 우수 인재에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하는 명품인재 양성사업"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과학영재학교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

"주요 전략산업과의 융합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IT융합 고급인력과정` 신설, 10대 융합분야의 석박사 인력 양성"

"대학원 지원사업의 비중을 현재 49%에서 오는 2013년까지 67%로 확대할 방침"


두말 않겠습니다. 지금 IT 사업에 대해 현실을 모르거나, '되는 놈들만 계속 키우겠다'. 둘 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언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어떤 정치집단에서 한때 캐치프레이즈로 "경제도 김연아처럼"이라는 쌍소리를 제정신으로 했던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 분들은 소위 말해 "되는 놈들"에게만 생색을 내고, 그 뒤에서 마치 자기가 그 성공을 이룬 양 묻어가는 데에 천재적이시거든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국가와 기업이 지원해주는 명문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일류 기업에 입사해서 지금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되었다면 혹시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그렇게 살았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IT와 새로운 콘텐츠 육성에 필요한 것은 자율성이고 창의성이고 실질적 지원이지 명문대 간판도 아니고 석박사 학위도 아니며 산학협력이라는 허울좋은 무언가도 아닙니다. 이러니 "학사 인력이 넘치고 석박사 인력이 부족한 IT 노동시장의 현실을 고려했다"는 대목에서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명문 대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원을 나오고 난 다음 그 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IT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할까요? 저처럼 '이걸 안 하면 내가 미쳐서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라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저같은 사람만 존재하지는 않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는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에 한때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팀들은 대부분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어떤 사업팀은 해체되고 어떤 사업부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IT와 콘텐츠 사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보고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그게 돈이 되니까'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것까지는 기업의 생리요 당연한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대기업의 '영감님'들이 원했던 것은 마치 굴뚝산업의 공장들처럼 '사 놓으면 두고두고 돈이 되어야 하는 무언가(캐쉬카우)' 였지,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때로는 실패도 하고 깨질 수도 있는 창의적인 무언가(콘텐츠)'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니 성공할 리가 없습니다. 좋은 기회를 겨우겨우 알아내 온다 해도 경영진들 보신지책에 때를 놓치고 좌초되고 '돈 안 쓰면서 돈 되게 하는 방법'같은 콘텐츠 업계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대기업이 하청업체 쥐어짜듯 하는 논리를 강요하는가 하면, '돈도 주고 시간도 주었는데 왜 이익이 안 나냐'는 식의, IT와 콘텐츠의 본질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말을 하다가 사업 자체를 뒤집어 엎어버리기 때문입니다. IT라는 것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이토록 병스럽다보니, 어떤 분께서 "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우리밖에 없다"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도 이젠 헛웃음만 들 뿐입니다.


저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등감을 이런 식으로 폭발시켜도 되는 것인지 정말 의문스럽습니다.

그 열등감 폭발로 자신만 다치면 상관이 없는데,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세금은 IT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특정한 대학, 특정한 기업의 기득권을 늘리고 배를 불리는 데에 쓰여질 확률이 높습니다.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지금의 이 계획에서는, 아무리 봐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무언가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버그 패치되지 않은 리치왕처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무언가를 내놓고 'IT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3월이 되고 봄과 여름이 온다 해도 저의 주변은 언제나 노스렌드일 듯 합니다.


- The xian -


P.S. 3040 정모후기는 오늘 밤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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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08 16:36
수정 아이콘
뭐;; 이번에 나름대로 저희 회사는 그 덕을 봤죠...
동남아쪽에 게임 퍼블리셔를 하는 지인이 있어서, 저희가 진행중인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는데,
바로 문화부쪽에서 지원금이 나오더라는;;; 결국은 갚아야 하는 PF 형식이긴 하지만요.
10/02/08 16:37
수정 아이콘
걍 이 나라 정부로부터 나오는 S/W에 대한 얘기는 안 봅니다...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는데 저도 일찍부터 험한길가고 싶지 않아서요..
나두미키
10/02/08 16:41
수정 아이콘
무임승차야 이정부가 워낙에 잘하시죠..
어진나라
10/02/08 16:46
수정 아이콘
AhnGoon님// 정부가 그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였군요....
10/02/08 16:52
수정 아이콘
어진나라님// 뭐, 회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담보로 초저리 내지는 무이자로 빌려주다시피 하는거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당장 돌릴 돈이 없어서 허덕이는 실정이니, 빌려주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은행 등에서는 담보가 없으면 안빌려주거나, 빌려주더라도 이자가 워낙 비싸서 언감생심이거든요...
무지개곰
10/02/08 16:58
수정 아이콘
이런 행태가 비단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대변하는것이 익숙하네요 ...
10/02/08 17:00
수정 아이콘
4000억원으로 건물 짓고, 11억원 지원할것 같네요....
라고 다음 댓글에 써있더군요.
10/02/08 17:24
수정 아이콘
이제 이런 뉴스를 봐도 어이없다거나 하지 않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오히려 '아, 우리 회사는 해외수출 하는구나. 좀 좋아지려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는 것이 무서울 정도고요.
난 애인이 없다
10/02/08 18:16
수정 아이콘
다음에 있던 모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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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과기부 정통부 해체... 그리고 IT 육성?
내용 : 차라리 고엽제 뿌린 밭에서 친환경 채소 만든다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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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인이 없다
10/02/08 19:27
수정 아이콘
http://bit.ly/c2HaND
열받는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본문에 언급된기사와 별반 다를 내용은 없습니다만,
매년 천만원씩 등록금 내고 졸업한 학사들을 정부나 기자가 B급으로 취급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기삽니다.
본문에 B급이라고 기자가 써놨지요.
10/02/08 19:41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있습니다만..그렇다면 나라에서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도와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될 놈만 되게 하는' 또는 '잘 될거같은(수출이 되는)'것에대한 지원의 기준이라는게 얼마나 나쁘고 안좋은것인지..

콘텐츠와 IT라는 것에 대해 4000억을 쓰면서, 본문에서 기재하신 창의성있고 자율성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쓴다는건 정부입장에선 세금을 기준없이(또는 구별없이)쓰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학벌'가지고 지원한다는게 비합리적인거아니냐!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긴 하지만, 정작 정부란 IT와 콘텐츠산업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의 세금또한 예산으로 편성해야하기에 저런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거든요. 돈을 전부 다 원하는 만큼 줄수는 없으니.. 일반 사람들에게 납득할만한 기준을 만들고 시행하는게 아닌가 싶거든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연구소(일명 `미디어랩`)처럼 우수 인재에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하는 명품인재 양성사업"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과학영재학교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

"주요 전략산업과의 융합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IT융합 고급인력과정` 신설, 10대 융합분야의 석박사 인력 양성"

"대학원 지원사업의 비중을 현재 49%에서 오는 2013년까지 67%로 확대할 방침"

이게 얼마나 안좋은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제 눈에는 안하는것보단 훨씬 나아보이는데..
게다가 스티븐잡스나 빌게이츠는 아예 처음부터 IT산업의 환경따위랑은 별 상관없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그냥 돌출된 천재, 낭중지추라고 해야하나.. 4000억을 저렇게 쓴다면 평균적인 IT산업 인력의 수준 자체는 확실히 높아지는거 아닌가요? '게임산업'뿐만아니라 여러 IT산업 전반에 걸쳐서요.. 어차피 컨텐츠라는건 게임산업이건 IT건 어떤 산업이건 독자적이지않고 연계와 응용에의해 수없이 변용되지만, 기술발달과 수준평준화 측면에선 나쁘지 않은거 아닌가 싶거든요. 리베이트나 부당이득 횡령등에 대해서 걱정한다면 음모론이 한도끝도없이 나오고요.. 스티븐잡스나 빌게이츠 같은 사람또는 구글같은 회사가 나오게 하려면 분명 훨씬 더 자유롭고 가치가 보장받는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금 당장에 어떤 정책적으로 이뤄질수있는일도 아닐뿐더러 사회정책과 시민의식, 사람들의 사고방향과 예산지원등이 전부 맞물려야 가능한 이야기인 만큼 아주 긴 장기적 플랜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건 또 집중육성이라고 하긴 힘드니까요.. 그야말로 IT,컨텐츠 산업을 주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회전반의 인식부터 바꿔야하는 상황인데..그건 정말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안건이니만큼 중재책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요는 투명성이겠지요.
snookiex
10/02/08 20:07
수정 아이콘
잡스나 빌게이츠 타령 전에 지금 교육 환경부터 바꿔야지요.
현재의 대학을 가기 위한 주입식 교육에서는 그런 천재들이 빛을 보기 힘들지요.
두 사람도 우리 나라였다면 공부 안하는 문제아로 낙인 찍혔을겁니다
이적집단초전
10/02/08 21:32
수정 아이콘
사실 가카나 이번정권만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20세기 굴뚝산업적 마인드로 성장했고 21세기에도 저 굴뚝산업, 심지어 IT에서조차 컨텐츠보다는 하드웨어 산업으로 세계와 경쟁하고 있거든요. 삼성은 핸드폰을 잘만드는 회사지 OS와 소프트를 잘만드는 회사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가증스럽긴 합니다. 저분들은 전자산업 관련 신문 기자들에게 'IT'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부탁하신 분들 아닙니까. IT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상징이라는 이유만으로요. 국가 IT경쟁력도 07년 3위에서 09년 16위까지 끌어내리신 자랑스러운 분들이시구요. 어쨌든 가카가 잘났던 아니던 잘 좀 합시다.
The xian
10/02/08 21:38
수정 아이콘
nickyo님//

저는 지금 저 지원방향이라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본문에 이미 말했습니다. "IT와 새로운 콘텐츠 육성에 필요한 것은 자율성이고 창의성이고 실질적 지원이지 명문대 간판도 아니고 석박사 학위도 아니며 산학협력이라는 허울좋은 무언가도 아닙니다."라고요. IT업계의 콘텐츠는 일정 시간 동안 노동, 자본, 기술을 집약시켜 갑자기 생산하는 굴뚝식 공장제 상품과는 본질이 다릅니다. IT라는 환경은 어떤 무엇보다 빠르고 다른 누구보다 변화 많은 사업 환경 속에서 한 해, 아니, 한 달, 그리고 때로는 주 단위, 일 단위로 새로운 직종과 회사가 생겨나고 또한 없어집니다. 그런 속에서 찰나의 타이밍과 트렌드를 잡아내고 사용자들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콘텐츠가 승리를 거머쥐는 환경이지요. 공장에서 뽑아내는 방식으로는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IT를 육성한다면서 집중육성방법을 택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기반을 닦아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고 생색을 내든 보여지는 무언가를 얻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나머지 IT업계에서 창의적인 콘텐츠가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것입니다. 집중육성이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 '제품을 뽑아내겠다'라는 식의 방식이지, '창조하겠다'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임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제가 예를 든 대기업의 게임업계 진출과 관련된 부분도 어떻게 보면 집중육성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리고 명문대니 석박사 학위니 이런 것. 있으면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소위 간판 가지고 IT나 콘텐츠 업계에서 승부하는 논리는 장사꾼의 논리지 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의 논리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석박사 간판이나 명문고 명문대 간판이 통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밖으로 나가면 콘텐츠 하나도 없는 주제에 석박사니 명문대니 이런 것 내세우면 속된 말로 뭐 인증하는 것밖에 안됩니다.(대한민국 대학들의 세계 경쟁력을 생각해보면 더 쉬워지죠.) 제가 구글에 대적할 만한 창의적인 무언가도 없으면서 "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우리밖에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발언을 어이없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 정책으로 평균적인 IT산업 인력의 수준 자체가 높아진다고 하시는데, - 이 정책으로 그럴 만한 인재가 나올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 e스포츠를 예로 들어, 누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부어 죽어라 연습시킨 괴물급 신인 열댓 명이 갑자기 나타나 그들만 승률 70%를 찍어댄다면 그것을 상향 평준화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그건 양극화라고 하여야 더 적절할 겁니다. 그런 식으로 '될 법한 누군가'만을 지원하는 식의 정책으로는 절대로 평준화가 되지 않습니다.(제가 '경제도 김연아처럼'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분노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IT에 맞는 기준이 아니라 학벌, 기업과 같은 기준을 멋대로 세워 놓고 그것에 세이프되지 않으면 그런 혜택을 볼 기회조차 없는 것 자체가 정부가 앞장서서 '양극화'를 양산하는 방식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돌출된 천재라고 하시는데, 그들이 천재인 건 맞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에게 님이 '처음부터 IT산업의 환경따위와는 별 상관없는 사람들 같다'라고 말하시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IT라는 직종의 특성과 유동성을 무시한, 매우 참담한 발언입니다. IT업계는 본래부터 '학력과 전공을 불문하고 성공 기회가 열린 곳'입니다. 아무나 진입할 수 있고 아무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학력, 경력, 연령 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중요하고 그것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IT입니다.

또한 '석박사 학위자가 IT업계에 없다면 석박사를 많이 만들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과거에 석박사가 정말 없던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과거에도 IT계의 우수 인재들이 구글 등의 다국적 IT기업의 직장생활을 부러워하면서, 기회가 되면 나가겠다고 대놓고 말하거나 그리 마음을 먹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환경 자체가 척박해졌는데 석박사를 많이 만들어 놔 봐야 뭐 하겠습니까? 잡스나 빌게이츠 운운하기 전에 지금의 IT 환경이 인재들이 오고 싶도록 실질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되는 일입니다. 더욱이 석박사가 오는 것은 그다지 IT업계의 발전에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석박사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나 굳이 비유하자면, 머리가 고목같이 굳은 석박사들보다 머리가 깨어 있는 고졸 지원자가 훨씬 나은 게 IT니까요.

마지막으로 '안하는 것보다는 나아보인다'라고 하시는데, 제가 지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인지, 이 행동을 아예 하지 말라고 거부하는 것인지 정도는 구분을 하시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멀면 벙커링
10/02/08 23:37
수정 아이콘
'투자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이거 진리 아닌가요?? 기업 CEO까지 했다는 양반이 수장인 정부인데 왜 그걸 모르는 걸까요??

nickyo님// 수십조 들어가는 사업에 예비타당성 평가조차 안한 정부가 이번일도 그렇게 합리적으로 처리한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10/02/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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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구분 꼭 하고 말씀드릴게요.
무서워서 댓글을 안다는게 나을 뻔 했군요.

IT와 컨텐츠를 모르는 입장에서 세금이 쓰인다면 기준도 모호한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르기위해 어떻게 돈을 써야할지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비판이면 저 '4000억'을 어떻게 써야 합당할지 궁금하네요. 우수한 학생인재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것이 어떻게 창의성과 자율성을 깍아내리는 일인지도 이해할 수 없군요. IT에서 필요한게 창의성과 자율성이라고 하셨는데, 그 창의성과 자율성도 충분한 지식과 성실함, 끈기없이는 절대 인정받는 컨텐츠로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면에서 '우수학생'이나 '우수업체'에게 지원을 더 하는게 어째서 '썅짓'이되는지 점점 이해가 안되네요. 머리가 고목같이 굳은 석박사들보다 머리가 깨어 있는 고졸 지원자라는건 오히려 편견 아닌가요? 석박사들=머리가 고목같은 자들이라고 말씀하시는게 더 어이없네요. 뭐 그저 이번 정부에 대해 X놈들 이라는 생각만가지고 뭐든 잡고 까기 시작하면 무한한 추측으로 까실 수 있겠지만요. 본문도 보면 대기업이 게임산업에서 철수한 이유도 결국 추측이고, 이 정부가 행하려는 4000억의 행방도 추측일 뿐이잖아요? 실제로 창의성이란 그저 머리가 깨어있는게 아니라, 수많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들의 조합을 통해 나온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고졸자 학생이 더 창의성이 있다는 식의 말은 완전히 어이없는 소리죠. 그건 그냥 특출난 개인의 예일 뿐입니다. 많이 배우고 알고 경험한 사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에 있어서도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올 가능성이 당연히 높고, 세금은 이러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아래서 쓰여야 합니다.


'좋은 것과 싫은 것', 그리고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 이들을 혐오하고, 그런 이들에게 안티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은 안티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합니다.

이라고 써 놓으신 것 치고는 사람말을 한마디도 제대로 읽으려고 하시는 것 같지는 않네요.

저도 이 정부에 매우 부정적인 한 사람입니다만,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정책에 대해서 모두 전부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적으로 바라본다면야 글쓴 분 말이 아주 옳으시겠군요.
10/02/09 00:16
수정 아이콘
덧붙여서, 4000억을 들인 기초지식이 탄탄한 몇만명의 IT인력이 나타난다면, '컨텐츠'분야는 어떨지 몰라도, IT업계 자체에는 확실히 상향적 평준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IT든 아니든간에, 그 업계의 기반지식이 튼튼한 사람이 많아진다는것은 더욱 현실가능성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영향을 끼칠 확률도 높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멀면 벙커링
10/02/09 00:22
수정 아이콘
nickyo님// 글쎄요. 지금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어서 정부가 그들의 의견을 안듣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The xian
10/02/09 00:45
수정 아이콘
nickyo님//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저하고 토론을 하자는 것인지 싸우자고 하시는 것인지 좀 분간이 안 가는군요. 왜냐하면 님은 제가 한 말을 상당히 왜곡하거나,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수한 학생인재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것이 어떻게 창의성과 자율성을 깍아내리는 일인지도 이해할 수 없군요.'라고 말하셨는데, 제가 본문이나 덧글에서 어디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좀 말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소수의 엘리트, 대학, 기업에게 지원하는 집중육성방식으로는 IT에서 원하는 인재나 원하는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삶이 대학이나 기업 등의 소위 이름 있는 코스를 밟아나간 것과는 전혀 다르고, IT업계의 인재상이 집중육성방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어도 '우수한 학생 인재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 것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깎아내리는 일이다'라는 식의 같은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제 말을 님의 방식으로 멋대로 가공하시는 것은 매우 곤란합니다.

다음으로, '머리가 고목같이 굳은 석박사들보다 머리가 깨어 있는 고졸 지원자라는건 오히려 편견 아닌가요'라고 하시는데, 제가 님의 말을 반론하면서 한 말은 이렇습니다. "더욱이 석박사가 오는 것은 그다지 IT업계의 발전에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석박사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나 굳이 비유하자면, 머리가 고목같이 굳은 석박사들보다 머리가 깨어 있는 고졸 지원자가 훨씬 나은 게 IT니까요.". 석박사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한 것은 물론이고, 앞서 간판보다는 콘텐츠가 우선이어야 IT업계의 콘텐츠 창조에도 유리하다는 뜻으로 "그리고 명문대니 석박사 학위니 이런 것. 있으면 좋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소위 간판 가지고 IT나 콘텐츠 업계에서 승부하는 논리는 장사꾼의 논리지 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의 논리가 아닙니다."라는 발언을 그 앞 대목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앞뒤 딱 잘라서 '석박사들=머리가 고목같은 자들이라고 말씀하시는게 더 어이없네요.' '고졸자 학생이 더 창의성이 있다는 식의 말은 어이없는 소리'라고 비유 부분만 따로 떼어 그것을 빌미 삼아 저에게 인신 공격하시는 것은 대체 무슨 의도입니까? 아니, 무슨 의도로 왜곡하는 겁니까?

다음으로, '본문도 보면 대기업이 게임산업에서 철수한 이유도 결국 추측이고'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미 공공연하게 PGR에서 제가 게임업계 종사자임을 밝혔습니다. 당연히, 대기업들이 게임사업부를 구성했다가 어떤 팀은 어째서 갈아엎어졌고 어떤 팀은 어떻게 해서 지금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말은 그런 과정을 알기 쉽게 축약하고 완곡하게 말한 것입니다. '추측'은 님이 하고 있는 것이지 제가 하고 있는 게 아니고 님이 한 추측은 추측이라고도 볼 수 없는 '억측'입니다.

님은 제가 머릿속의 추측을 가지고 이 정책을 비판한다고 생각하시나 본데요, 그 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멋대로 추측한다고 생각하는 그 태도가 참으로 기분나쁩니다. "'컨텐츠'분야는 어떨지 몰라도, IT업계 자체에는 확실히 상향적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라는 식으로 콘텐츠와 IT를 따로 떼 놓고 이야기하는 어이없는 사고방식과,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과 고의적인 왜곡을 행하며 그 직종에 있는 사람에게 오만방자한 소리를 하는 것을 제가 도대체 어찌 참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의 추측을 가지고 남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바로, nickyo님 당신입니다. 분명히 이야기합니다만,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함부로 머릿속에서 짜깁기하면서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행동입니다. 그러면서 '세금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아래서 쓰여야 합니다'라고요? 말은 좋습니다. 세금의 혜택을 받는 직종의 사람들조차 납득하지 못하고, 그 직종의 블로거들이 뉴스가 발표된 날 줄줄이 비웃는 포스팅을 할 정도의 졸속 정책에 대해 '납득' 운운하는 것만큼 납득 못 할 만한 일이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0/02/09 01:01
수정 아이콘
후아.
꽉 막힌 고목이 이런건가요.
완전히 서로 이야기하는 방향은 다르고 말꼬리 무는 싸움판이 되었네요.
그만할게요. 자존심 상하시거나 기분 나빠하진 마시구요 저랑은 보는 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그쪽 업계 종사자시니까 저랑은 아무래도 보는것도 다르고 느끼는것도 다르시겠죠. 죄송했습니다~
임개똥
10/02/09 09:48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에도 정부가 비판받을만한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닌듯 한데...
10/02/09 11:58
수정 아이콘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웹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고 해서 정부에서 학원비를 보조해주며 지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배운 프로그래머들이 시장에 쏟아지는 바람에
웹 프로그램 시장은 레드 오션으로 변해 해당 분야 전공자들이 우울한 시절은 보낸 적이 있습니다.
똑 같이 되지 않을까하네요....
The xian
10/02/10 10:40
수정 아이콘
nickyo님//

다른 사람이 사실과 경험에 근거해서 말한 것을 추측이라고 먼저 단정지어 놓고, 비유로 말한 것은 비유만 들어서 왜곡한 다음.
거기에 대해서 할 말도 뭣도 없으니 꽉 막혔네 말꼬리 무는 싸움판이네 말하고 끊어 버리면 다라고 생각하시나 보군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엘리트에게는 IT의 테두리를 벗어난 천재라는 식으로(물론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밖으로 버리듯 취급하면서, 이 정책으로 양산될 엘리트(?)들은 상향평준화를 시켜줄거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이중잣대입니다.

어쨌거나 님은 참 편하게 사시는 듯 합니다. 뭣도 모르면서, 말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그렇게 도망가면 되니까요.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IT라는 업종의 특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돼먹은 소리 한 것 잊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홍군님//

좀더 냉정하게 보자면, 레드오션이나 되면 다행입니다. 그것은 차라리 국내에 기술자가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저 정책은 양산형 기술자를 만드는 것 치고는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전문화된 엘리트를 만드는 것 치고는 겉치레와 허세만 너무 강합니다.

결국 이도저도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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