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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30 19:11:17
Name The xian
File #1 12121212.jpg (40.5 KB), Download : 64
Subject [일반] [잡담] The Named


* 이름값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모와 관련된 글의 덧글들에, 그리고 저 혹은 다른 분을 지칭하는 말에 '네임드'라는 말들이 많이 나와,

문득 키보드에 손을 얹어봅니다.


저와는 전혀 상관 없다고 느꼈던 '네임드'(Named)라는 호칭이나, 어떤 부류에, 과연 언제부터 저 혹은 저의 캐릭터(xian / The xian, 단목시진 등)가 들어가기 시작했는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그것에 있어 제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더더욱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례로 저는 작년에 PgR인들의 투표에 의해 '올해의 PgR인'이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에게 표를 던진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지, 제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에게도 공명심이라는 것이 있기에 이름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마다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즐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명성이든 악명이든, 이름이 알려지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저 자신에게는 매우매우 '난감한 상황입니다'.


알게 모르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됩니다. 여기에서 '제한된다'라는 말을 듣고, '아니, 경찰에서 잡아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옭아매는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제한이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의 부당한 법집행에 대해 '그러든 말든 내 하고 싶은 말 하겠다'라고 했던 제가 이제 와서는 엉뚱한 곳에서 딴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 말들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처지에서 그 경우들과 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속박은 꾸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몽둥이도 아닙니다. '알아서 기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 알아보는 사람 많으면, 아니, 설령 알아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추적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알아서 기는 일밖에 못 합니다. 어디가서 시원하게 욕지거리 한번 하고 싶어도 그렇게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더욱이 저 같이 "글을 길고 장황하고 독하고 열정적으로 쓰는 재주는 있어도 짧고 간결하고 유하고 편안하게 쓰는 재주는 부족한" 사람이 그랬다가는 더더욱 들통나기 쉽지요. 인터넷은 언뜻 보기엔 익명성이 잘 보장되는 곳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추적당하기 쉬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제 행동에 저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임의의 대표성이 부여됩니다. 제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이름을 빌든, 회사의 이름을 빌든, 어떤 업계의 이름을 빌든, 그런 부분과 별 상관이 없는 행동에도 '어디의 누군가'라는 식의, 마치 칭호처럼 무언가가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보면 PgR이라는 이름은 아마 저에게 있어 - 지금까지는 - 두 번째로 오래 따라다닌 칭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는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의'가 되겠죠.) 어찌되었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뭘 한다 해도, 그게 뭔가 꼬이거나 잘못되면 제 이름과 제 글 앞뒤에 커뮤니티나 회사, 게임 등에 대한 말까지 같이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작년의 '2008 StarCraft Award in PgR21 - 올해의 PgR인 수상 소감'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쓸 수밖에 없었다'라는 표현을 쓰느냐 하면, 이런 임의의 대표성은 제 자신이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제 자신의 힘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이 부여해 줘야 가능한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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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한 만큼 제 이름은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른 분들의 입에 더 오르내리게 될 것이고,
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그만큼 저를 아는 분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봅니다.
또한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의 행동이나 저의 말들은 은연중 PgR이라는 커뮤니티와의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즉, 그것은 제가 잘못 행동을 하고 잘못 말을 하게 되면 저 자신은 물론 PgR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 그런 것이 가시방석같은 부담스러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투표 때에도 다른 분을 추천한 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서 선정해 주신 만큼 저는 그 가시방석에 앉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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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 자신의 2009년을 돌아봤을 때, 제 행동에 있어 2008년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잘한 것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늘어가는 것은 흰머리와 WOW의 업적 점수와 과연 쓸모가 있을지 의심스러운 경력과 매달 혹은 어떤 때마다 쓰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원고와 자료와 스크린샷들,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네임드라는 말 속에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판, 가치, 명성 혹은 악명, 성격, 갖가지 힘 등등, 그래서 그런 말 혹은 칭호로 불릴 때마다 많은 번민을 합니다. '과연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 것인가?'라고요. 아마도, 저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네임드'혹은 그와 비슷한 말이 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될 때마다 저는 그런 번민을 계속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그런 부분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서 막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리 없이 짊어지고 살아야겠죠.


저는 게임 중에, 누군가가 귓말로 말을 걸어오면 제 자신이 누구인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제가 보고 들은 귓말이나 인사에 대해서는 답례를 해 드립니다. 하지만 인스턴스 던전 중에 있을 때에는 말을 듣지 못하거나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힐/딜 하느라 바쁜 상황에 키보드에 손을 얹어 답변 주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제가 그 동안 WOW를 하면서 놓친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실생활에서도 저는, 굳이 성격이나 성향 때문이 아니더라도 만나는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그다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시쳇말로 뭐에 홀리듯이 '꽂힌' 사람 이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내일 뵙게 될 많은 분들 중 제가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을 때 기억하게 될 사람이 몇 명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8조의 분들이나 다 기억하면 정말 성공적일 것입니다. 그저, 미리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보면, 저에 대한 원한은 몰라도, 환상을 품으실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불판에 소개글은 써놓았지만,
그런 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저 The xian은 그저 나이보다 좀더 나이들어보이는, 어느덧 중년을 향해 가는 괴퍅한 아저씨일 뿐입니다.

아무런 선입견도 무엇도 가지지 않도록, 백지 상태로 제 자신을 비워 가면서 내일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가져주시는 걱정, 과분한 관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일. 만나러 가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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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성
09/10/30 19:17
수정 아이콘
좋네요 좋은글입니다 이런글은 pgr에서만 볼수있어서좋네요

다른곳도 모든 온라인상에서 모든분들이 다 좋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지율
09/10/30 19:26
수정 아이콘
모두 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공감이 가네요..:D

저 역시 한때 모든 사이트에서 동일한 이름을 쓴 탓에 혹시 피지알의...?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네, 그런데요.. 라고 말한다음에 대체 나를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 거야!? 하고 난감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시안님은 멋진 글도 쓰시고 공명정대하신데 반해 저는 뭐 그냥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게이머 좋아했고 쓰잘데 없는 잡담이나 하던 사람인데 어째서 저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지 참. 피지알이라는 사이트가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커서 놀랐다고 할까요. 음음..-_-; 결국 닉네임도 바꾸고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이 이름을 쓰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했고 저도 이젠 뭐 듣보잡 회원 A가 되었으니(그렇다고 예전엔 네임드였다던지 그런건 아니고.;;;) 어디가서 피지알의? 이런 이야기는 안듣고 살아요. 호호.('' )

그래서 결론은 뭐.. 헛소리 죄송합니다.(;)
Who am I?
09/10/30 19:27
수정 아이콘
...뭔가 사랑고백같...(으응?)

정모에 못가는 저는 삐뚤어지렵니다! 아흑!
09/10/30 20:03
수정 아이콘
네임드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동종업계 선배로, 내일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게임개발업체에 종사합니다. 다만 프로그래머가 아니고 기획일 뿐...)

내일 꼭 뵙고싶은 분이 같은 조까지 되서 더욱 반갑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
09/10/30 20:18
수정 아이콘
네임드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희망)동종업계 선배로, 내일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
저도 게임개발업체에 종사하고 싶습니다! 입신양명의 길을 전수해주십사..[굽신]
자유로운영혼
09/10/30 20:35
수정 아이콘
pgr은 가입을 하지 않아도 눈팅이 가능한곳이어서
굳이 가입은 하지 않았는데
가입을 하게 된 이유중 하나가
The xian 님의 멋진 글들에 댓글을 달고 싶어서였죠
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말이 꼬여서
자가당착이 되고 마는데
어쩜 이리도 말씀을 잘하시는지 부럽습니다.......
그럼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스카이_워커
09/10/31 00:03
수정 아이콘
아직 한번도 그런적은 없었지만, 웹상의 어디선가 같은 아이디를 만나게 된다면 저도 '혹시 pgr의 *** 님 아니신가요?' 하고 물어볼 것 같아요.
'The named' - 번역하면 '잘 알려진' 정도일까요? '튀지말고 항상 중간만 가자'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뜻하지 않은 주위의 기대나 시선에 우쭐해지는 저같은 소시민에게는 어딘가 웅장한 느낌이군요.

The xian 이라는 분은 pgr의 The named user 가 맞을 겁니다. '2008 StarCraft Award in PgR21 - 올해의 PgR인'에 뽑혔기 때문도 아니고, 무언가 '쾅' 하고 임팩트가 강한 업적을 pgr에 남겼기 때문도 아니죠. The xian 님의 글이, 생각이, 주장이, 응원이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 스며들면서 어느샌가 pgr의 유명인이 되어버리시더라구요.

술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댓글로 쓰려다가 정리가 안되어서 짧게(?) 줄여야겠습니다. The xian님, 항상 pgr에 올리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사람인 이상, 남기시는 글이 많아질수록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 수 있고, 명성이 높아질수록 님과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지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님의 글을 즐겁게, 혹은 유익하게 읽으며 작은 기쁨을 가진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pgr의 the named user 들을 때론 불미스러운 일로, 때론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pgr에서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때마다 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를 전학보낼때 마냥 허전한 기분이랍니다.
다른 수많은 The named 유저들과 함께 The xian님과 The xian님의 글은 오래도록 pgr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여하튼 재미있는 곳입니다. 아니, 대체 얼굴한번 못보고 목소리 한번 못본 사람이, - 게임개발 관련일을 하고, 이윤열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고, 혼자 밥먹고 고기먹는 것에 익숙하며, 나는 한번도 해본적 없는 와우를 하고 있고, 노무현대통령을 좋아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인터넷에 올린 글로 경찰수사를 받았으며, 필력이 뛰어나다는 걸, - 제가 왜 알고 있는 겁니까? 그것도... '남자사람'인데 말이죠.

The named... 자꾸 쓰다보니 웅장하기보다는 이제 좀 친밀하게 느껴지는 군요. 이 글에 제 위로 댓글남기신 분이 6명인데, 그 중 두분은 저에게 'The named'이고, 두 분은 웬지 낯이 익고 반가운 아이디이며, 두 분은 다른 글에서 보게 된다면 반가울 아이디가 되버렸습니다. 좋은 글 남겨주신 The xian님과, 좋은 글에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여섯분 모두 저한테는 The named 죠 뭐. 크-.

괜히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는 것이, 음주 인터넷 사용도 법으로 금지해야겠군요. 여튼 다들 즐거운 정모,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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