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없음(!!!)을 밝힙니다.





[여러분들은 극 중 '진수'의 입장이 되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상황 1.

'철수'와 '영희'는 대학 새내기 입니다.
서로 다른 과 학생이지만 학교 편집부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철수는 동아리 환영식 첫만남에 영희에게 마음을 뺏겨 버리지만,
영희는 이미 또 다른 과의 1살 연상 남친인 '진수'가 있는 상황입니다.

영희와 진수는 2년을 사귀었고, 진수는 대학원까지 마친 뒤 입대에 대해 고려하는 상황입니다.
철수는 아직 구체적인 입대계획은 없으나, 2학년까지는 학교를 마치고 다시 생각하려 합니다.

철수는 영희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영희에게 진수라는 남친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남친이 있는 걸 알자 마음속으로는 약간 벽을 두게 되지만,
쉽사리 그 벽이 더 높아지지는 않고 오히려 점점 벽을 깨고 싶은 생각이 마음를 지배하게 됩니다.

공대를 다니는 진수는 오후 늦게까지 실습을 하는 동안 철수와 영희는 학보제작으로 인해 더 늦게까지 같이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동갑친구인 철수와 점점 친하게 되고, 전보다 더 가까워졌음을 철수는 느끼게 됩니다.

이런 영희의 행동에 철수는 흔들립니다.
자기가 이런 마음을 갖는게 진수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건 진수의 입장일 뿐입니다.
진수도 자기 입장이었다면 자기처럼 마음먹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한 영희의 요즘 행동으로 봤을 땐 철수도 더 굳은 다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상황 2.

요즘 진수는 너무 바쁩니다.
과제제출과 1학년때와는 다른 2학년의 실습상황이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하여 영희와의 시간을 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자기의 처지를 잘 이해해주는 영희가 고맙지만,
한편으론 주말에만 만나게 되는 자기들의 처지를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영희가 보채도 변명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대학원 진학을 염두해둔 터라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며 교수님과 조교님의 박자에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영희에게 미안하지만 이해해주는 영희가 고맙고 성공하여 나중에 잘되면 반드시 영희에게 보답하리라 굳은 다짐을 합니다.

영희도 철수의 마음이 처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낍니다.
그러나 영희의 생각과 마음은 아직 진수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으며, 철수에 대한 감정은 오로지 친구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영희도 자기 마음을 잘 모릅니다.
너무 바빠 자주 만날 수 없고 주말조차 어떨 땐 혼자 보내게 만드는 남친과
그에 비해 요즘 부쩍 자기에게 잘 해주고 부족함 없는 철수를 두고,
한 번 두 번 생각해 보지만 언제까지나 결론은 진수입니다.
현재 남친이기 때문이고 도덕적으로도 자기의 흔들림은 남친에게 아주 미안한 행동이기에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진수라는 결론을 이미 지어두고 철수를 생각을 해보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철수는 그동안 영희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져 자기만의 벽을 1미터도 남기지 않고 다 허물어 버렸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희가 평일에 혼자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자기가 영희를 외롭지 않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진수라는 남자에게는 오히려 화가 납니다.
언듯 생각하기에 영희와 진수가 요즘 좀 소원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마치 주말부부처럼 주말에만 영희를 뺏어가는 진수가 밉습니다.
잘해주지 못할거면 놓아주라고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면서 진수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비난하면서,
영희의 도서관 자리를 아침마다 대신 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황 3.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동아리 엠티를 가게 되면서 철수는 영희에게 고백을 할 마음을 준비합니다.
영희도 자기가 싫지않은 눈치인걸 이미 스스로의 기준으로 알아차렸고,
저번에 영희에게 들은 진수에 대한 불만(심심한 평일)이 더더욱 고백에 힘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영희는 흔들립니다.
진수가 다른 여자가 있거나, 음주가무 때문이거나, 지병이 있거나, 도박에 빠졌거나 등등의 이유가 아닌
오직 대학원 진학을 염두해둔 학업에 빠져 자기에게 소홀함을 아는데,
자기의 대학생활에서 남친과의 추억이 너무 없다고 느끼며, 그에 반해 자유로운 철수와 자꾸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에서의 죄책감은 마음에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흔들립니다.

철수는 엠티에서 손수 적은 5장 남짓의 편지와 그동안 영희가 자기에게 이노래좋다, 저노래좋다 라고 말한 노래들을 다 기억하여
평소 갖고 싶다던 아이팟 미니에 담아 건네주면서 편지부터 읽어보라고 전합니다.
순간 영희는 그동안 진수에게 아이팟 갖고싶다고 보채던 때를 떠올리며 약간 감동을 받습니다.

엠티에서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약간의 술기운으로 둘 사이의 벽은 30cm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철수는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 것을 직감하고 영희의 손을 잡아버립니다.
순간 깜짝놀란 영희는 손을 뿌리쳐보지만, 꽉 잡은 철수가 손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사귀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학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진수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일일 것이며,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자기를 옆에서 보아오며 자기도 많이 힘들었다면서,
그런 자기를 매일매일 웃게만들어 주고 싶고 그 안에서 자기도 같이 웃고 싶다면서 마음을 녹이는 얘기들을 합니다.

영희는 술기운 때문인지 원래 마음이 있었는지 분간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잡고있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진수가 있어 더 가까이하지 못한 철수였기에 진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지금의 생각과 상상 역시 결론은 철수라고 지어둔 채 하는 헛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영희는 오랫만에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점점 영희도 진수와 헤어지고 철수와 시작한다면 새로이 있을 일들을 상상해봅니다.
어느새 둘은 아이팟 이어폰을 나눠끼고 서로 기대어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나 아직 영희에게서 확답을 듣진 못했습니다.

철수는 90%의 성공을 생각하며 진수에게 미안하지만 학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자기를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새벽 늦게까지 영희와 기대어 노래를 듣던 중 뭔가를 적던 영희에게서 한 장의 쪽지를 받습니다.
자기가 전해준 편지의 뒷장입니다.
영희는 철수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받아줍니다.




상황 4.

엠티에서 돌아온 그들은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를 하며 점심을 먹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진작 연인처럼 지내오던 그들에게서 생활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단지 더욱 문자와 통화가 많아졌다는 것을 빼곤.

영희는 바쁘다고 내일 보자던 진수와 밤 9시에 만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철수때문이라는 말은 안하고 진수때문에 힘들어 하는 자신을 변호하고 이젠 자기를 이해해달라 요구합니다.
그리곤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전하고 9시 20분에 커피숖을 나옵니다.


진수는 이래선 안된다 생각하곤, 다음날 아침 영희의 동아리로 찾아갑니다.
아직 편집부 동아리실엔 아무도 없음을 알고는 계단을 내려오는데 철수와 손을 잡고오는 영희를 만나게 됩니다.
순간 진수는 아무말도 안하고 그들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젠 더이상 무의미한 연락과 무의미한 생각은 안합니다.

그러나 점점 그들에게서 느껴져오는 배신감은 어쩔 수 없이 커져만 갑니다.

자신 때문에 떠났음을 알지만 일방적인 이별통보와 같은 학교 학생때문에 자기를 버렸다는 걸 알고나니,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젠 끝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끝.




자, 여러분.


남친이 있음을 알고 있는 남자와 남친이 있으면서 넘어간 여자.

그리고 그 사이 끼어버린 남친.

내가 이 남친(진수)라면 남자(철수)와 여자(영희) 중 누구에게 더 열받을까요.


내가 있음을 알면서 내 여자에게 감동주고 마음을 주어 결국 자기여자로 만든 남자.
내가 있으면서도 자기에게 잘해주고 감동주고 선물사줬다고 넘어간 여자.



내가 진수였다면 누구를 더 비난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희에게 더 화가납니다.
그동안 철수를 만나오면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숨기고 결국은 철수에게 가버린 영희가 더 밉네요.
영희70%, 철수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