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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20 07:08:36
Name Cand
Subject [일반] 당신이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던 그 날
 




설레는 기분. 처음으로 집 밖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 했었던 일. 한달이란 시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이곳.

떨리는 손끝.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척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내 노력을 인정받아 받게 된 돈.

어색한 웃음. 내색하기엔 아무래도 아마추어 같으니까. 프로답게. 한달이나 일한 프로답게. 쿨하게.

움켜쥔 봉투. 갖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번 돈으로 선물하고 싶었던 것들.



자. 당신이 받은 첫 월급은, 몇 살때 어떤 일을 하며 받았던 돈인가요. 그리고 그 돈을. 당신은 어떻게 사용했나요.

전 스무살때였습니다. 수능을 기분좋게 친 후 원하던 대학의 안 원하던 학과에 낸 원서가 무난하게 합격 통지를 받아왔던 봄날이었죠.

할일은 없고, 시간은 많고. 집에서 게임이나 하며 지새우기엔 젊음이 아깝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지요.


~ 중략 ~


그리고 처음 쥔 월급 봉투. 적은 돈이었지만, 새하얀 봉투와 그 안에 담겨있던 세종대왕님의 미소는, 아직도 그 빛남을 기억합니다.

그 봉투에서 딱 15만원을 빼놓고, 저는 그 돈을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소비직에서만 머물러온 아들 녀석을 키워오신 부모님께, 이렇게 당신 아들도 돈을 벌어올 나이가 되었고, 능력이 되었다고.


그때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셨을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도, 부모님에게 있어서도.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네. 당신은 처음으로 받았던 월급을 어디에 쓰셨나요.

그리고 지금은.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있나요.




-덧-
빼놓았던 15만원은 슬램덩크 완전판 사는데 썼습니다.
솔직히 그게 가지고 싶었는데 돈 타낼 거리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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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0 07:10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롯데월드 들어가서, 이벤트 팀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90만원 정도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나름 큰 돈이라 생각했지만, 부모님 조금 드리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술먹고 하니 불과 보름을 못가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돈을 쓸줄을 몰랐던 것이기에, 그렇게 허망하게 다 쓴것 같네요. 버는것 만큼 쓰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쓰는법은 잘 모르지만요^^
09/10/20 07:27
수정 아이콘
제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물건은, 첫 월급은 아니고 첫 논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허접한 논문이었지만 그때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일한 사람같았고 노력의 댓가가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죠. 한국에 계셨던 부모님께도 칼라프린트해서 택배로까지 보내드렸었으니, 그 당시에 제가 얼마나 흥분했었는지 알만 하죠.

6년동안 수없이 논문 억셉과 리젝을 반복하고 났더니 이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지더군요. 뭐든지 첫경험이 아른한 것은 마찬가지인가봅니다.
풍운재기
09/10/20 08:03
수정 아이콘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한달 반가량을 일해서 130만원을 벌었지요(02년...). 30만원은 일하면서 썼고, 60만원은 등록금 보태고, 나머지는 뭐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seotaiji
09/10/20 08:12
수정 아이콘
고3떄 2~30만원 가량의 돈을 월급으로 받은후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부모님 속옷을 사드렸습니다; 남은돈으로는 cdp를 샀군요;
Grateful Days~
09/10/20 08:49
수정 아이콘
우리집은 무조건 현금원칙이라 현금으로 드렸습니다. ㅠ.ㅠ
09/10/20 09:00
수정 아이콘
저는 고3 수능 마치고 다니던 학원에서 아르방 비슷하게 아이들을 한 달 정도 가르친게 처음이네요.
그때 10만원이 정말 컸는데 말입죠.. 먹고 싶은거 다 먹을 수 있었으니[?] 흐흐.

...그러나 그때 그 10만원은 미분[?]되어 각 친척들과 부모님에게로...
peoples elbow
09/10/20 09:01
수정 아이콘
그냥 회사에서 첫 월급 받아서 다 내가 하고 싶은데 쓴 사람은 저 뿐인가요...
Zakk Wylde
09/10/20 09:06
수정 아이콘
전 첫 월급 몽땅 부모님께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용돈 조금만씩만 드리고 -_ -+
평소에 사고 싶었던거 다 샀습니다..

후배랑 친구들한테 밥도 사고, 컴퓨터도 사고, 자전거도 사고.. 어흑 죄송합니다 부모님 ㅠ_ ㅠ
09/10/20 09:39
수정 아이콘
저... 어릴 때 한 신문배달도 해당 될까요?
그렇다면 국민학교 4학년 때 첫 월급을 받아서 ...

응? 내가 그 돈으로 뭐 했더라??
밀로비
09/10/20 09:42
수정 아이콘
할머니의 뜻에 따라...
전액 교회에 헌금했었습니다..
가정의 평화에 공헌했었죠
09/10/20 09:53
수정 아이콘
전 군대에서 받은 월급이 첫월급이였던........
자메이카
09/10/20 09:54
수정 아이콘
'돈을 처음 벌고 난뒤에 부모님께 첫 선물은 내의다!' 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로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 나머지의 액수는 저의 생활유지비로..지금 생각해보면
전 첫 월급 몽땅 부모님께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2)
이수철
09/10/20 09:59
수정 아이콘
전...현찰로 부모님께 좀 드리고 ...나머진 술값 올인이였는데...한심해보이네요...흑흑
09/10/20 10:07
수정 아이콘
우리 집은 결혼해 집에서 나가기까지 모든 월급은 엄마에게로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 원칙에 따라 우선 엄마에게 드렸고, 그 돈에서 엄마가 다시 주신 돈으로 삐삐를 샀습니다.
난생 처음 용산에 가봤던 기억이 있네요.
그 기억 때문에 한동안도 제 돈으로 처음 산 삐삐는 못 버렸었어요.
(여성 전용이라서 거울도 있고 예쁘게 빠진 기기였는데, 이름이 이브였던가...? 뭐 지금은 가물가물하네요.^^;;)
ComeAgain
09/10/20 10:18
수정 아이콘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월급을 처음 받아서, 부모님 필요한 걸 사드리고...
남은 돈은 집 보일러를 갈았습니다, 정말 보일러 놔드렸죠.

뭐 지금은 정규직이지만, 불과 몇달 전입니다. ;
항즐이
09/10/20 10:33
수정 아이콘
저도 따로 강의하거나 하면서 모아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첫 월급은 전액 송금했었습니다.
..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DuomoFirenze
09/10/20 10:35
수정 아이콘
전 월급을 처음부터 제가 관리했어서, 첫 월급도 부모님 속옷 사드리고, 외식하고 나머지는 제가 적금 넣고 했습니다.
BoSs_YiRuMa
09/10/20 10:37
수정 아이콘
첫 월급을 알바도 포함한다면, 월 120 받은걸 70은 부모님 빚 갚는데 드리고, 30을 저금하고 20으로 생활햇엇네요.
담배를 안피고,술을 안마시고,차를 안굴리니 20가지고도 오히려 남더군요.-_-);
태바리
09/10/20 10:43
수정 아이콘
15년전 제 첫월급이 50만원 정도 였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을 시큰둥하게 넘어가는 성격이라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버지께 관리 해주시기 바란다고 30만원 송금하고 동기들이랑 술마시러 갔을겁니다. 아마도...
그때는 20만원 남짓한 돈으로 자취하면서 잘 버텼는데 지금은 후...
풋사과
09/10/20 11:04
수정 아이콘
저는 고등학교때 수시 붙고 시작한 알바로 첫 월급을 받았을때, 가족들이랑 제가일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어요.
워낙 가족들이랑 외식을 안하는 편이라 데리고 가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가족수에 비하면 많이 나온건 아니지만
현금으로 두자리수 넘는 식사비는 처음 내봐서 손은 좀 덜덜 떨리더라구요;;
그래도 돈걱정없이 여유롭게 나오시는 아빠 모습은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_<
一切唯心造
09/10/20 11:32
수정 아이콘
패스트푸드 점에서 한 40만원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혼자 다 썼습니다.
친구들하고 노는데 쓴 건 아니고 책사고 통장에 모아두고 뭐 이런식으로요
09/10/20 11:35
수정 아이콘
17살때 아버지회사 체인점에서 일해서..대략 60만원 5만원남기고 엄마가 맡아준다고 가져갔는데 감감무소식
09/10/20 11:41
수정 아이콘
그냥 통장에 고이 모셔두고 모아서 학자금대출 갚는데 날렸군요..;
1년쯤 모아서 빚 다 갚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더랍니다..
켈로그김
09/10/20 12:55
수정 아이콘
첫 월급은 고1때 막노동 월급 120만원.. 생활비로 다 썼습니다..
첫 정규직장 월급은 고3때 룸싸롱 반주하면서 받았던 70만원.. 술값으로 다 썼습니다..;;
09/10/20 13:01
수정 아이콘
첫 월급 80만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봉투에 넣어둔채로 거진 한달을 책상서랍에 넣어뒀던 기억이 나네요;;
09/10/20 13:04
수정 아이콘
받자마자 빚잔치한저는 ㅜ_ㅜ
권보아
09/10/20 15:14
수정 아이콘
전 첫월급으로 맨날 말썽만 부리고 고장 잘나던 청소기를 손수 때려부시고....

새청소기를 장만했었죠..
wish burn
09/10/20 15:36
수정 아이콘
집에다 쓰시라고 100만원 드리고 나머진 통장으로 고고씽~
09/10/20 16:32
수정 아이콘
밀로비님// 우와~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첫 알바비로 받은 30만원 다 헌금했었거든요~ ^^
그 다음달 알바비는 부모님께로~~
지금도 하고 있는 알바비는 모두 제 생활비로 쓰고 있습니다.
22살부터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살고 있다는 걸 나름 제 인생에 있어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비는 부모님이 대주시고요~^^;)
09/10/20 16:53
수정 아이콘
다들 굉장히 값지게 쓰셨군요 -_-;
나이트 간 저는 막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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