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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06 22:46:05
Name 엘에스디
Subject [일반] [스압] 교토의 봄밤

교토에 저녁이 드리웁니다.


한국 관광객 분들 중 많은 수가 교토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오사카에 숙소를 잡고 전철을 이용해 왕복하며 관광합니다.
교토의 숙박비용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음식과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오사카 쪽이 더 나으니까요.
대부분의 사찰이 오후 네시 반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다섯시쯤 오사카로 이동해서 밤을 즐기는 코스를 많이들 이용하시는 듯합니다.
사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시는 분들께는 합리적인 코스이기도 하고... ^^

하지만 교토의 밤 얼굴 또한 한 번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도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남아있는 밤거리, 어둠 속에 우람하게 앉아있는 고찰, 저녁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온의 아가씨들...
그저 밤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교토만의 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니까요.

올해 봄,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수도... 있지만, 왠지 사소한 차이점 하나하나에도 민감해지는 것은 여행자 신분이기 때문이겠죠 ^^;;




3월 26일 도지(東寺) 밤벚꽃 라이트업입니다.


벚꽃 개화 D-1일이었네요. 반쯤 핀 꽂봉오리도 있고, 벌써 활짝 핀 꽂도 있고...
아직 벚꽃이 다 피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이 적은 편이라 나름 괜찮았습니다. 벚꽃철에는 줄서서 구경한다는 얘기가...



교토의 랜드마크인 도지 오층목탑입니다. 에도시대에 다시 지은 건물이라지요.


본존 천수여래를 모시고 있는 금당입니다.
어스름 속에서 보는 부처님의 포스가 압도적입니다.
양 옆에 앉아있는 분들은 절도 및 사진촬영 감시관 분들입니다 =_=;;;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전체샷 한 장.



3월 27일, 고다이지(高台寺) 라이트업 가는 길입니다.
고다이지는 봄 가을로 라이트업 행사를 하는데, 양쪽 다 볼만하다고 하네요.



고다이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기타노만도코로, 즉 네네가 죽은 남편의 보리사로 세운 곳입니다. 물론 이에야스의 도움을 받아서...
기타노만도코로는 현명하고 공정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여인으로, 이에야스도 깊이 존경을 표하고 흠모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오사카 여름의 진에서 목숨을 잃은 요도도노와 히데요리와는 달리, 남편을 기리며 안온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별로 넓지는 않은 공간이지만, 어둠 속에서 일방통행인 진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하나의 요소가 겹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낮에 보는 것보다 몇 배는 넓어 보이더군요.


근데 이건 좀 아닌듯... 가레이산스이와 가라몬으로 미묘한 취향의 라이트쇼를!
말은 그렇게 해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크크



조명과 물과 건물이 어우러져 꿈속에 온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가기 이틀전에 비가 와서 =_=;;; 그 앞뒤로는 색색 종이우산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하는데, 그걸 못본게 아쉽네요.


야트막한 언덕 꼭대기에는 조촐한 정자와 다실이 있고, 그곳에서 내려오다보면 길이 대숲으로 이어집니다.


넓지는 않지만 정갈합니다.


고다이지에서 바로 길 건너편에는 네네가 말년을 보냈던 엔도쿠인(圓德院)이 있습니다.
화려한 정원과 산수가 눈에 띄는 남편의 보리사와는 달리, 조용하고 호젓한 사원입니다. 라이트업도 그리 화려하지는 않네요.


낮에는 여기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텅 빈 툇마루에 혼자 앉아 정원이나 실컷 구경하다 왔습니다.


사진만 올리기는 멋적으니 제 개인적인 교토여행 팁을 몇 가지 덧붙이자면,

1. 관광도시라 그런지 영어가 엄청 잘 통합니다. 버스기사나 패스트푸드점 직원까지도 관광객 대응이 능숙합니다.
 반면 해설을 따라 이동해야 하고, 영어 해설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 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입장을 꺼리는 듯합니다... 만,
 못 들어가게 막는 건 아니므로 강력하게 의사 표현을 하시면 됩니다. 
 (또는 알아듣는 척 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일본인 은둔형 덕후로 착각하고 들여보내줍... 아니 뭐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

2. 버스노선이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버스기사도 친절하고, 안전과 손님의 서비스를 우선하는 운행을 합니다.
 다만 특정 노선(교토역에서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100, 101번 등)의 경우 시간대에 따라 한국을 방불케하는 헬오브지옥이 펼쳐집니다.
 이럴 때는 망설이지 마시고, 역 하나 정도 걸어간 다음 다른 노선을 탑승하시면 놀랍도록 편안하게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_=;;;
 구글맵 필수입니다. 단 버스정류장의 위치 자체는 부정확한 경우가 많으니 어림짐작을 애용하셔야 합니다.

3. 사실 어느 관광지에나 해당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교토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볼 것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미리 어느정도 관심사에 따른 예비조사를 하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사찰 3대장이라 할 수 있는 청수사, 은각사, 금각사는 제각기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명세 따라 하루 원샷 계획을 짜시면
 이동+인파에 치여서 빠르게 탈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동양미술이나 동양사학 전공이신 분들은 무슨 천국에라도 오신 양 파워풀하게 돌아다니시는데 =_=;;; 
 저같은 양민에 속하는 분이라면,  미리 자신의 관심 대상에 속하는 사찰과 볼거리를 확인해 놓으신 다음, 근처의 유명 관광지 한두 개와 엮어서 계획을 짜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저는 전국시대쪽을 좋아하는지라 다이도쿠지를 재미나게 구경했는데, 여기는 금각사와 가까워서 하루 일정으로 엮어서 가기 좋더군요.
 



꿈같은 4박 5일이었습니다.
환율이 계속해서 죽어라 떨어지고 있으니, 이 기회에 교토 한 번씩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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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6 22:52
수정 아이콘
오사카로 여행을 가서 교토를 1일 일정으로 두고 금각사-은각사-청수사-기온거리 등을 돌아다녔었는데, 일정자체도 빡쎈데 교토의 7월 더위는 진짜....
교토 다녀오고 여행 페이스가 뚝 떨어져서 하루에 두개 정도만 봤던 기억이 있네요.
엘에스디
15/05/06 22:58
수정 아이콘
여름이 끔찍하다고 하더라고요. 더위 자체도 대구급인데 모기도 많고...
봄 가을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벚꽃/단풍 인파가 엄청나게 몰린다고는 하는데... =_=
이 분이 제 어머
15/05/06 22:54
수정 아이콘
스마미... 아니 스미마셍인데요...
어떤 카메라를 쓰시나요??

분명 같은 여행지를 다녀왔는데 내 사진만 발로 찍혀나오는 현상에 고민중인 1人입니다.
엘에스디
15/05/06 22:55
수정 아이콘
소니 미러리스 알파 6000입니당 흐흐
큰맘먹고 사서 이번 여행에 처음 사용해 봤네요
이 분이 제 어머
15/05/06 22:59
수정 아이콘
삼각대를 들고 다니시는거죠?

주간은 구도잡는 기술이 나지완 타격수준이라 그런다쳐도,,
야간사진은 삼각대 없으면 노이즈없이 찍기가 불가능하더군요.
(작년에 eos-m 대란때 구입해서 출사 5번쯤 한 초보입니다 ㅠ)
엘에스디
15/05/06 23:01
수정 아이콘
아뇽 전부 핸드헬드로 찍었어요. 저도 초보라서 평형도 못맞추고, 사실 엄청나게 떨려서 버린 사진도 많아요... ㅠㅠ
이 분이 제 어머
15/05/06 23:16
수정 아이콘
넵. 저는 해외여행갈때 고민이 생겨버렸네요.
미러리스를 카메라가방에 가이드북과 함께 넣고 여행다니면서 가이드북, 썬글라스, 미러리스 무작위로 꺼내는것도 일인데,,
삼각대도 백팩에 넣어서 밤마다 놓고찍기가 좀 부담되서 놓고다니자니 야경찍을때 아쉬운순간이 자주 나오더군요.
미러리스도 무게가 꽤 되다보니 똑딱이로 바꿀까 고민되고,, 흐흐
엘에스디
15/05/06 23:20
수정 아이콘
저는 저질체력이라 삼각대는 너무 무거워서... 또 교토는 삼각대 못쓰게 하는 곳도 많더라고요.
으 저도 사진 좀 잘 찍고 싶네요 =_=;;; 야경 너무 어려운것같아요 손떨림도 심하고
세이슌
15/05/06 23:15
수정 아이콘
삼각대 놓고 찍은 듯이, 사진이 이뿌게 잘 나왔네요.
요즘 일본여행관련 글이 계속 올라와서 나도 한번 가볼까 생각이 드네요
엘에스디
15/05/06 23:22
수정 아이콘
저는 3월하순에 오사카-히로시마-오카야마-교토-오사카로 한바퀴 돌고 왔는데, 한군데도 빼놓을 데 없이 전부 좋았습니다 흐흐
15/05/06 23:16
수정 아이콘
교토는 정말 숙박비의 압박만 없다면 최소 2주 정도는 머무르고 싶은 곳이죠.
엘에스디
15/05/06 23:29
수정 아이콘
봄 가을 찾아올 때마다 가고 싶습니다 흐흐
내일은
15/05/06 23:22
수정 아이콘
일본은 숙박비가 압박이기는 한데 대신 한인도 많이 살기 때문에 꼭 호텔을 고집하지 않으신다면 민박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민박이란게 아무리 같은 한인이 한다고 해도 그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게 마련인지라 일본 민박은 한국의 그 민박을 생각 안하셔도 됩니다. 장기 체류 한다면 청소나 이런거 안해도 되니 가격 흥정도 되고요. 무엇보다 주택가 안쪽에 있는 민박들은 말그대로 일본의 생활문화를 간접 체험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래봐야 관광의 한계라는게 있습니다만.
저도 10년 다되갑니다만 교토 벚꽃 보겠다고 시즌에 며칠이나 교토에 체류하면서 매일ㅐ밤마다 각 절 야간 개장 구경하러 다녔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엘에스디
15/05/06 23:28
수정 아이콘
저는 비즈니스 료칸정도 급수의 여행자 대상 료칸에서 묵었는데, 1박에 1인당 4-5만원 정도 하더라구요.
근데 뭐 넓고 깨끗하긴 해서 =_=;;; 일단은 만족스럽게 묵고 왔습니다. 양키들도 많이 보고... =_=

그리고 민박은... 몇년전에 오사카 민박 폭행사건 이후로는 좀 꺼려지더라고요. 극히 특수한 경우였겠지만요 =_=
15/05/07 00:09
수정 아이콘
거긴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제가 갔을때는 주인분도 친절하시고 맥주도 얻어먹고 잘 지내다 와서 홍보 포스팅도 쓰고 친구한테도 추천해줬는데 당황스럽더군요. 크크 물론 서비스업하기엔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보이긴 했지만...
15/05/06 23:59
수정 아이콘
비슷할때 다녀온거 같네요 교토는 진짜 오래머물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15/05/07 00:02
수정 아이콘
사진에서 고즈넉함이 느껴지네요...
교토, 나라, 오사카 이렇게 여행하고 싶은게 목표 중 하나인데 꼭 가보고 싶습니다.
윤하손파이
15/05/07 00:07
수정 아이콘
저번 구정연휴떄 오사카 3박4일 다녀왔었는데... 또 가고 싶어지네요...ㅠㅠ 8월에 갈것같긴한데... 그전에 한번 다녀올까...
여자친구
15/05/07 00:32
수정 아이콘
아 같은.시기에.있었네요..^^신기하다
엘에스디
15/05/07 09:56
수정 아이콘
비슷한 시기에 피쟐분들 많이 다녀오신 것 같네요. 교토 어디선가 스쳐지나갔을수도...
프로페서
15/05/07 00:33
수정 아이콘
여기가 내가 가봤던 교토가 맞는가.......
페르디난트 3세
15/05/07 07:32
수정 아이콘
우와......색감 너무좋네요.제가 올린 사진이랑 비교하면 완전ㅠㅠ
매번 여행갈때 짐이 될까봐 카메라를 안들고 폰카로 찍는데 이런사진보면 부럽습니다.
엘에스디
15/05/07 09:5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스푼 카스텔
15/05/07 09:08
수정 아이콘
작년 여름에 한달간 교토대병원 연수 다녀왔었는데 봄 교토는 더 아름답네요.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죠.시간이 넉넉하고 가지고 다닐 짐만 없다면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신세계에서
15/05/07 09:11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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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둑
15/05/07 09:13
수정 아이콘
교토는 정말 좋더군요. 비와도 운치있고.. 하아..
사랑해미니야
15/05/07 13:38
수정 아이콘
교토의 밤이라해서 기온시조역 근처에서의 경험담이 나올줄 알았는데....뭔가 전 망가져있는건가요..
근데 간사이는 많이들 가시네요. 좀 여유있으신 분들은 홋카이도도 괜찮아요. 전 올해도 가는데, 음식은 젤 낫지않나싶습니다.
삿포로역 다이마루지하 디저트코너에서 팝콘먹으며 서성대고있는 중년남성을 보신다면 아마 저일지도..
15/05/07 22:22
수정 아이콘
아... 삿포로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황홀한 디저트들의 광경에 한동안 넋을 잃을 뻔 했어요. 삿포로의 디저트들이 왜 최고라는지 알겠더라구요.
15/05/07 22:19
수정 아이콘
저는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꼭 보고 싶어서 거기 먼저 갔다가 청수사 보고나니 오후 3시쯤 이었어요. 다른 사찰에는 관심이 안 생기기도 하고 너무 이동거리가 멀어서 교토 시내 한바퀴돌고 아라시야마로 이동해서 배타고 놀고 대나숲 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교토 사찰 쪽은 중국과 현지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휩쓸리며 다녀서 기억이 좋지 않구요. 아라시야마 쪽이 훨씬 좋았네요. 아리시야마 추천합니다.
엘에스디
15/05/07 22:48
수정 아이콘
네 사실 교토 인근은 볼거리가 워낙 다양하게 많아서, 취향 따라 관광하는게 최고인 것 같아요 ^^
굳이 관광객 많은 곳으로 휩쓸려 다니지 않아도 즐겁게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15/05/08 16:46
수정 아이콘
고다이지 낮에 잠시 다녀왔었는데 밤엔 또 저런 걸 하네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명 사찰 3종세트(?)도 좋기는 했지만 기요미즈데라는 마침 대공사 중이였고(...) 긴카쿠지 모래는 참 이쁘더군요.
엘에스디
15/05/08 21:00
수정 아이콘
히가시혼간지랑 지온인도 공사중이죠 ㅠㅠ 2018년까지는 여기저기 공사가 많은가봐요. 시모가모신사도 식년천궁 공사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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