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오스트리아인 셰프와 결혼한 친구가 출산을 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부부 사이에 출산에 관련하여 의견충돌이 생겼습니다.

바로 '산후조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남편은 산후조리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이나 영미권에서는 없는 개념이라고 하네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일반화되어 있지만, 산모가 출산 후 타인의 수발을 받으며 몸을 추스린다는게 낯선 일이랍니다.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출산은 큰 일이지만 출산후 산모가 차를 몰고 귀가(...)하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다네요.

그래서 친구 남편은 '그럼 내가 산후조리를 해주마'라고 이야기했지만,

친구는 그걸 받아들이기 참 어려웠답니다.


더불어 해외에서 보기 힘든 음식이 바로 '미역국'입니다.

미역은 동양권에서도 한국 외에는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이나 다시마는 그렇지도 않은데...)

다른 나라에는 특별히 산후에 먹는 음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습니다만,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한국의 산모들은 미역국을 지겹도록 먹게 됩니다.

미역이 피를 맑게 해주고 산후회복에 좋다, 고래들도 새끼를 낳은 후 미역을 먹는다, 하는 이야기는 널리 퍼져있습니다만

정작 미역국을 먹는 한국인 산모들의 회복이 눈에 띄게 빠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유가 넘쳐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호주인 여성은 산후조리 음식으로 수제버거나 샌드위치를 즐겨먹더군요.


요즘은 그래도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가 널리 알려져서,

서양인들 사이에서도 아침에 행오버 푸드나 무겁지 않은 수프로 미역국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는 합니다만,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이 영유아와 외출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이다가,

무슨 시커먼 것을 먹인다며 아동학대-_-로 신고를 당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아직은 낯선 음식입니다.


사견으로는 이런 차이가 한국인과 서구인의 생활습관에서 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에선 보편적으로 운동보다 음식으로 몸을 챙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골국물에 포함된 영양소의 대부분은 사실 지방이고 칼슘은 우유한잔보다 적습니다만,

사골국물보다 우유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봅니다.

또한 남성들은 보통 일부러 하지 않더라도 취미로 구기종목 등의 운동을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은 운동을 좋아하더라고 관람차원이지, 실제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에 일본이나 중국만하더라도 청소년기부터 여성이 생활체육을 접하는 경우가 흔하고,

서구인들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합니다. 심지어 관광지에서도 조깅하는 사람들보는게 드물지 않죠.

그렇다보니 평소 운동량이나 근육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의 차이가,

산후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후조리와 미역국...어떻게 생각들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