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4/18 03:25:34
Name 선형대수세이지
File #1 dodger_twit.png (564.7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그깟 공놀이.




"정말 이 녀석을 가지고 싶어."

"나무 쪼가리 치고는 꽤 비싼 돈을 지불하셔야 할 걸요."

"나무 쪼가리?"

"네, 뭐, 제 말은 이건 디마지오가 휘둘렀단 사실을 빼면 그냥 방망이일 뿐이잖아요."

"폴락이란 작자가 캔버스에 흩뿌려 놓은 건 수 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고?"

"캔버스에 흩뿌려요? 폴락의 작품을 감상하면 말이죠, 혼돈은 희미해져 사라지고 자기 수양을 할 수 있으며 속박과 포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어요."

"디마지오가 타석에 섰을 때 처럼 말이지."

"위대한 예술이 훨씬 더 의미가 있죠, 거기엔 시간과 장소, 감정이 녹아들어가 있어요."

"이 방망이는 역대 최장 연속 안타 기록을 세울 때 휘둘렀던 녀석이야. 같은 해에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지. 하루에 넷, 혹은 다섯 타석 동안 디마지오는 미국인들이 우리가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 주었어."

"......시간, 장소, 감정이군요."

"이 방망이, 이 공들, 이 깃발들이 이 나라가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붙잡아 준 거야. 지금도 그러고 있고. 우리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게 해주지. 만약 네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 펜스를 향해서 한 번 휘둘러 봐.

뭐든지 이루어 줄 테니."

=============================================================================

화이트 칼라의 시즌 3, 15 화 한 장면입니다.

이건 그깟 공놀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무엇을 담느냐, 무엇을 위해 공을 던지고 무엇을 위해 배트를 휘두르느냐, 누구를 위해 마운드 위에 올라가고 누구를 위해 타석에 서느냐에 따라 그 행위에는 본래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가 깃들게 되고, 야구라는 이름이 붙게 되며, 때로는 예술의 영역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말보다, 행동보다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한 시합에서는 일부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야구라는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했지만, 한 시합에서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바라는 메세지로 쓰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걸 통해 특정 구단을 비난하거나 되도 않는 우위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야구가, 스포츠가 단순히 말초적인 쾌락만을 위한, 작금의 상황에 오직 악영향만 끼치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얼마든지 긍정적인 영향, 그리고 경건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저 그가 호투하기를, 그리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이 깃들기를, 그리고 모두가 진심으로 바라던 일이 일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낭만토스
14/04/18 03:42
수정 아이콘
SEWOL 4.16.14
사티레브
14/04/18 03:47
수정 아이콘
삶의 그 자리에서 추도를.
레이미드
14/04/18 03:5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14/04/18 04:03
수정 아이콘
'그깟 공놀이에 행위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니요 절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축구든 야구든 말이죠,

몇몇 사람들은 공놀이를 그저 삶과 죽음의, 즉 삶의 일부일 분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더욱 중요한것이 공놀이 아니겠습니까?

'Some people believe football is a matter of life and death, I am very disappointed with that attitude. I can assure you it is much, much more important than that.' - Bill Shankly , Liverpool FC ,
(사람들은 축구가 그저 삶의 일부분이라 믿지만 나는 그런 모습에 매우실망스럽다, 내가 당신에게 단언컨데 이 공놀이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 빌 샹클리 , 리버풀 풋볼클럽 레전드)

축구는 인생과 같다 , 풋볼 휴머니즘 - v.serum , Liverpool FC supporter.

==============================================================================

그의 호투를 기원하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을수 있기를, 그리고 모두가 바라는 기적 또한 뒤따라 오리라 믿습니다.
선형대수세이지
14/04/18 04:07
수정 아이콘
민감했던 부분에 대해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난이미살쪄있다
14/04/18 06:43
수정 아이콘
정말로 원기옥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래서 모두가 힘을 모아 그들에게 힘을 줄수 있기를..
화잇밀크러버
14/04/18 08:17
수정 아이콘
이 글보고 불판 보고왔는데 잘 던졌군요.
류현진 선수가 더 멋있게 보였습니다.
안알랴쥼
14/04/18 09:12
수정 아이콘
그깟 공놀이일 뿐이죠.
우리는 그저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하듯 그 공놀이를 볼 뿐이니까요.
영원한초보
14/04/18 17:20
수정 아이콘
방어율 1.93 !!
정말 대단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118 [일반] 사고에 묻힌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시행한 굵직한 일들 [146] 곰주8003 14/04/18 8003 3
51117 [일반] 홍가혜 민간 잠수부 충격 인터뷰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했다" [93] 효연광팬세우실15236 14/04/18 15236 1
51116 [일반] KBO 주요 현역 선수들의 출신 고교별 정리 [38] Ayew9730 14/04/18 9730 1
51115 [일반] 경기도 지사가 사고 현장에 간 이유 [171] Duvet9300 14/04/18 9300 2
51114 [일반]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 가야만 하는 이유 [122] 꽃보다할배8015 14/04/18 8015 7
51112 [일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큰 죄를 졌습니다... [6] Neandertal5191 14/04/18 5191 7
51111 [일반] 풋볼 휴머니즘 01. 고맙습니다 . [2] V.serum3644 14/04/18 3644 1
51110 [일반] 그깟 공놀이. [9] 선형대수세이지5287 14/04/18 5287 10
51109 [일반] 래퍼 문수 [49] PYROS6396 14/04/18 6396 0
51108 [일반] 단원고 탁구부. 전국 탁구대회 종합 우승 [6] Leeka5387 14/04/18 5387 0
51107 [일반] 정부기관이 학부모측에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143] 애패는 엄마10538 14/04/18 10538 3
51106 [일반] 소위 "도망간 윗대가리" 담론에 대하여 [85] 기아트윈스9463 14/04/17 9463 24
51105 [일반] [해축] Make Us Dream까지 이제 네 걸음 [41] classic4893 14/04/17 4893 1
51104 [일반] 국회가 철도요금 인상에 동의했습니다. [48] Manchester United7407 14/04/17 7407 0
51103 [일반]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건 마지막 교신 내용 [25] Manchester United8238 14/04/17 8238 0
51101 [일반] 나만 힘든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4] 필더소울3875 14/04/17 3875 0
51100 [일반]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사고 현장 방문 - 수정 + 이윤석 의원 해명 기사 추가 [249] 황 간사10635 14/04/17 10635 2
51099 [일반] 롯데자이언츠, 20일까지 응원전 안한다. [39] Duvet7346 14/04/17 7346 2
51097 [일반] 이번 사건에서 가장 걱정되는 점 [117] Leeka13029 14/04/17 13029 23
51096 [일반] 나는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가 [30] eLeejah8224 14/04/17 8224 21
51095 [일반] 프로야구 개명 열풍, 누가 누구고 누가 누군가? [23] Ayew7015 14/04/17 7015 1
51094 [일반] 그냥 애도의 마음을 공감해보고자 몇 줄 적어봅니다. [1] chamchI3787 14/04/17 3787 0
51093 [일반] 살아라 [12] 네로울프5154 14/04/17 5154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