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3/07 13:40:52
Name 웃다.
Subject [일반] 미국 회사에서 일하기 : 업무 미팅 편.

아까 쓴 글 반응이 좋아 제가 겪었던 업무 미팅에 대해서 한 번 써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는 미국 정부에서 나오는 IT 관련 조달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주 고객은 미국 육군, 국무부, 국토안보국(DHS)입니다. 작년부터는 FBI 와 Intelligent Community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사업, 혹은 특정 조건의 중소기업들(여자가 Owner 이거나, 소수민족이 Owner 이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곳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 혹은 부상 당한 군대 전역자가 Owner 인 경우 등등등)을 꼭 참여 시켜야 하는 사업들이 있는데.. 저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과 연락하여 사업을 같이 진행하고, 그 사업의 지분에 대해서 협상을 하는 것과 좋은 중소기업들을 발굴하여 관리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저 같은 경우, 회의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얼굴을 직접 보고 하지 않는 Conference Call 같은 경우 더 힘듭니다.

하지만....

제가 사업의 기회를 물고 왔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제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습니다.
이렇게 외부 업체와 하는 미팅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면 끝이 납니다.

저는 다른 업체와 미팅을 할 때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보통 저를 만나러 오는 회사의 사장님들이나, 이사님들 같은 경우 저희 회사를 슈퍼맨으로 보고 한 시간 내내 자기 회사 자랑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미티잉 끝난 회사는 정말 특별한 것이 없으면 다음 미팅을 기약하지 않고 제 선에서 관계를 마무리 짓습니다 .

당연한 것이지만 미팅을 하기 전에 저는 상대방 회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해놓고 만납니다.
그 회사의 재정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DNBi Report 부터 그 전에 누구와  일을 했고 어떤 고객과 함께 일을 했었는지.
그리고 그 고객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그래서 한 시간 동안 하는 자기 자랑은 재미가 없어요. 진짜 궁금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것을 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절실함 혹은 자신감이예요.

한 편, 미팅이 시작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네 원하는게 무엇이예요?
 
그럼 저희는 저희 회사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 무엇이다 라고 말을 하면
그 후에서야 자신들의 소개를 하고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 회사의 역량을 말을 해줍니다.

이렇게 간지러운 곳만 긁어 주는 회사와는 다음 미팅시간을 잡고 NDA 를 보내고 계약을 채결하기 위해 제 상급자에게 보고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저희 회사와 계약을 하여 함께 입찰을 참여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무엇이 잘났는지만 말하는 관계는 정말 특별한 것이 없으면 관계가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도 없고 간지러운 것만 긁어주고 제가 싫어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줄 때
연애관계가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개발팀에 있을 때는 미팅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가 만나야 하는 외부 업체들도 많으면 여섯 업체를 하루에 만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프로젝트마다 독립적인 내부 미팅을 가졌습니다. 

회의가 많다보니 미팅을 지원하는 툴들이 많았고 그 것을 계획하기 Outlook의 Calendar 는 필수적이었습니다.

그 것 없이는 미팅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일정을 Calendar 에 입력하고 공유합니다.
개인 휴가나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에는 표시를 합니다.

오늘만 해도 저희 팀장은 아이를 유치원에서 픽업가야 해서 1시간 동안 자리 비운다고 Calendar로 보내왔네요.

미팅을 잡는 사람들은 New Appointment를 선택해서 참석자들을 추가하면 다른 사람들의 일정을 다 볼수 있고 미팅 장소의 스캐줄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간이 공통으로 가능한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굳이 언제 미팅이 가능한지 참석자들한테 일일히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Calendar를 보내면 대부분 바로 참석할건지, 안할건지, 모름을 바로 회신하기 때문에, 누가 참석 하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모두들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고 Calendar가 바로 바로 싱크가 되니, 회사 밖에 있어도 회의 시간이 되면 알람이 뜨고 컨퍼런스콜 접속번호와 패스워드를 확인해서 접속이 가능합니다. 우리 나라 회사들도 많이들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onference Call이 많다보니, 브릿지에 누가 접속해 있는지, 누가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회의 녹음도 가능해 미팅 끝난후에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문서를 보면서 진행해야 하는 회의의 경우에는 별도의 시스템이 있어서 참석자 모두가 같은 자료를 볼수 있고, 참석자 누구나가 자료를 컨트롤 할수 있습니다.

저는 이 걸 이용하다가, 한국 스터디 문화에 이런 부분들이 도입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미팅 분위기입니다.

제가 있었던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한 명이 주로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듣는 회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미팅만 하더라도 의견 교환이 정말로 활발합니다. 질문도 많이 하고.. 존재감을 보여줄 때는 말 자체는 공손하지만 말 속에 칼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저렇게 강하게 어필해도 되나 싶은 적도 있습니다.

한국과 큰 차이는 아니지만, 미팅 전에 미팅 아젠다를 보내고, 미팅 직후에 바로 미팅 노트와 Action Item 을 정리해서 보내느 것들이 다들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 잘한다고 칭찬 받는 친구들은 미팅중에 정리해서 미팅 끝나자마자, 어떤 때는 끝나기 전에 메일로 쏘는 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폴더에 정리를 해놓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 것을 철저히 이용했습니다. 제가 팀에 들어가니, 아무도 저에게 일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목요일 아침에 하는 팀 미팅에 들어가면 할 말도 없고.. 그저 하는 말은 고작 "Thirsty Thursday" 였습니다. 심심해서 저는 그 미팅 아젠다와 Action Item 을 들여다 보았고.. 거기에 팀장이 원하는 것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기획서를 써서 팀장에게 들고가, 니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해줄께 시간을 다오 했습니다.

팀장의 승인이 떨어지고.. 그 때서야, 팀 미팅에서 할 말이 생기고, 제가 하는 말을 들어주더군요.

아무튼 업무 미팅의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그들 만의 농담도 정말 많이 해서 그런 것들을 다 알아듣기 참 어렵습니다.
중-고등학교.. 그리고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군대나,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면 끝까지 완전히 동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비연회상
14/03/07 14:13
수정 아이콘
재미있습니다 좀더 길게 여러편 써주세요!
14/03/07 14: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천호동여신
14/03/07 14:14
수정 아이콘
아 밑에 글도 그렇고 진짜 흥미롭네요!! 연재 부탁드려요 크크
14/03/07 14:19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InSomNia
14/03/07 14:15
수정 아이콘
뭐랄까 위에 덧글에도 있지만 글이 참 재미있네요.
역시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 모르는 세상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나 봅니다^^
종종 글써주세요
14/03/07 14: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좀 더 재미난 이야기를 찾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흐르는 물
14/03/07 15:43
수정 아이콘
외국계 시절에는 저도 아웃룩 썼죠... 좋아요 아웃룩 ㅠㅠ
하지만 공유는 미국 친구들만 했다는거... 정작 한국에 있는 같은 사무실 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아웃룩에 자기 일정을 등록해두지 않고
초대를 보내도 이게 뭔가... 이러고 있고... 아오 ㅠㅠ
14/03/08 00:36
수정 아이콘
제가 일했던 회사도- 제가 아웃룩을 말하니 에버노트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커피보다홍차
14/03/07 15:48
수정 아이콘
아래글도 그렇고 이번 글도 참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스마트폰 이용이라... 생각을 한번 해 봐야 겠네요.
14/03/08 00:3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스마트폰 자체가..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서.. 업무의 노예로 만들기 위한 악덕 기기이죠.. 저는 핸드폰을 네개를 들고 다닙니다 ㅠ
Chaconne
14/03/07 16:28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가능하시면 아무얘기라도 좋으니 앞으로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14/03/08 00:38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푸우여친
14/03/07 18:02
수정 아이콘
전 어쩌다가 컨퍼런스 콜에 한두번 참석해봤는데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접속을 해서인지..
말이 한박자씩 늦어져서?! 정상적인 대화라는걸 하기가 매우 힘들더라구요;;;; 자꾸 동시에 말하게 되서;;
국내(여기서는 미국)에서 하는 경우에는 좀 상황이 낫기 때문에 미팅이 가능한거겠죠?
14/03/08 00:38
수정 아이콘
비슷한 상황인데..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2막3장
14/03/07 22:47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사실 액션아이템은.. 정부과제를 수행하는 저희 컨소시엄에서도 회의 끝나기전에 쏴주는지라.. 조금 익숙하기도 하고.. 정리도 잘 되고 하긴해요.
캘린더 사용법은 좀 익혀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여러모로 미국인들은 시스템이란걸 잘 만들고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14/03/08 00:40
수정 아이콘
그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지금 제가 신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14/03/08 00:44
수정 아이콘
아웃룩 같은 거는 케바케 인거 같습니다.
전에 있던 업체는 중견기업 수준의 기업이었는데
말씀 하신거 처럼 아웃룩 스마트폰을 잘 활용 했습니다.
생산직이 상당수인 제조회사 였는데 말이죠.
회의 같은거 잡으려면 바로 아웃룩 일정으로 일정 공유 들어오고 말이죠.

근데 지금 있는 회사는 비슷한 규모의 제조회사에 역시 같은 대기업에 주로 납품하는 일차 협력업체에
생산하는 물품만 다를 뿐인데 정말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웃룩 익스체인지 서버로 잘 쓰고 있다가 아웃룩 pop3만 연동되는 그룹웨어 시스템으로 회귀 하는 바람에
직원들 성화가 장난이 아닙니다.
pop3라도 아웃룩 연동 시켜서 사용 하게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더니 사장님이 돈들여서 만들어놓고 왜 아웃룩으로 가냐고
모라 하셔서 그냥 그룹웨어만 활용 중입니다 ;;

경영진 마인드 따라 주먹구구식이 되느냐 적극적으로 활용되느냐 인거 같네요.
미국 회사도 그렇지 않을까요....
14/03/08 10:01
수정 아이콘
미국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신 대로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라 활용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성장하면 표준화된 업무 방식을 가지게 됩니다. 정부 사업 같은 경우 특정 CMMI Level 의 Certificate 을 획득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한 회사들은 표준화 된 업무 방식을 가지게 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322 [일반] 아라타의 소소한 일상과 대딩딩, 그리고 디아블로3 [24] AraTa_Higgs4561 14/03/08 4561 0
50321 [일반] 금요일 밤 버스 이야기 [19] Naomi3945 14/03/08 3945 0
50320 [일반] 내가 가지고 있는 고대 유물(?) 혹은 추억 [2] 삼성그룹3384 14/03/08 3384 0
50319 [일반] 멍청한 성격 [10] 기차를 타고4354 14/03/07 4354 3
50318 [일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번호를 따였습니다..? [77] 뀨뀨10648 14/03/07 10648 42
50317 [일반]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28] 카라쿠라마을5774 14/03/07 5774 0
50316 [일반] 조선시대 왕 : 이걸 알면 사극이 더 재밌어진다 [31] 싸이킥6650 14/03/07 6650 2
50315 [일반]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무도회에의 권유" [5] 표절작곡가4469 14/03/07 4469 3
50314 [일반] 인류 문명은 왜 불평등하게 발전했을까? [34] 싸이킥5326 14/03/07 5326 3
50313 [일반] 참을 수 없는 서사의 역겨움 : MBC '집으로' [14] 헥스밤7669 14/03/07 7669 23
50312 [일반] 오늘은 불금..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14] k`3225 14/03/07 3225 0
50311 [일반] 야구계의 큰 은인이 졌습니다 [11] 아이지스6893 14/03/07 6893 0
50310 [일반] 어느 날벌레에 관하여 [32] 당근매니아5748 14/03/07 5748 21
50309 [일반]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습니다. [18] 삭제됨5705 14/03/07 5705 0
50308 [일반] 동반자살.. 자살? [48] 절름발이이리7428 14/03/07 7428 2
50307 [일반] 일본 회사에서 일하기 [31] 삭제됨7637 14/03/07 7637 4
50306 [일반] 미국 회사에서 일하기 : 업무 미팅 편. [18] 웃다.5379 14/03/07 5379 7
50304 [일반] EPL 구단 소재지의 지역 문장 [4] 요정 칼괴기7382 14/03/07 7382 0
50302 [일반] 소녀시대 후기(?) 노래들 [56] Duvet5634 14/03/07 5634 0
50301 [일반] 미국 회사에서 일하기 [66] 웃다.6686 14/03/07 6686 8
50300 [일반] 의사 집단 휴진관련 정부대응 [75] 삭제됨6246 14/03/07 6246 2
50299 [일반] 간만에 국정원 소식좀 [27] 순뎅순뎅5186 14/03/07 5186 4
50298 [일반] 철도 적자와 관련하여 떠오른 한가지 의문점. [3] 중년의 럴커3704 14/03/07 370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