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글을 쓰다가 빼먹은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PGR21에 감사를 드리는 일이죠. 인문서가 출간되면 보통 라디오나 TV에서 연락이 오고, 강연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잘 나가는 작가한테나 해당되는 일이고, 저와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짐이 좋네요. 라디오에서 두 차례 소개가 되었고, 와우북에서도 강연을 했고, 경기 지역이 모 고등학교에서도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제천 여고에 다녀왔습니다. 지방이고, 강연료가 적은 편이긴 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꺼이 응했습니다.

일단 제천은 몹시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십분쯤 걸어가니까 여고가 보이더군요. 생각보다 커서 당황했고, 들어가니까 정말 여학생들 밖에 없어서 또 당황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작가와 편집자가 꿈인 친구들이 모여서인지 강연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먼 길 오셨다면서 짬뽕을 대접해주셨습니다. 음, 짬뽕면이 낙지와 돼지갈비와 홍합과 오징어와 쭈꾸미에 깔려서 보이지 않더군요. 면도 쫄깃했고 국물도 맛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강연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작가들에게 일종의 활력소나 다름 없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책이 한 권 더 출간되긴 했지만 제가 가장 기뻐했던 일은 바로 조선백성실록의 후속편인 고려백성실록의 집필 의뢰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직 백 퍼센트 확정은 아니고 기획안과 여러가지 자료를 보여주고 검토를 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후속작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있었고, 저에게 의향을 물었다는 것 자체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제와 오늘 서문을 쓰면서 문득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