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10/02 00:39:17
Name
Subject [일반] 죽었던 기억 두번째 이야기.
(피지알러 의사분들께 꽤나 꾸지람 들을 내용인데;;)

내 오른쪽 눈은 피멍이 들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김현우선수보다 훨씬 심각했다. 눈은 아예 뜰 수가 없었으며
한쪽눈 아래부터 위까지 피멍은 물론 코를 넘어서 다른쪽 코 옆에 있는 부분까지 피멍이 있었으니까.
그리고는 내 눈을 보시는데. 일단 내 눈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부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만약 안구파열이나 망막손상이 있었으면 바로 수술을 받고 했겠지만.

'지금 안정을 취하셔야하고 저희가 잠시후에 뵙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동식 침대에 있는 내 심정은 평안 그 자체였지만 왜 거기 왔는지 스스로 짜증이 날 뿐이었다.

후에 알아봤지만 과다출혈로 1.5리터 이상의 피를 쏟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한다.
또 안와골절 광대뼈골절 안구함몰 광대뼈함몰 등 이상이 와도 아주 큰 문제가 있다고 하네.

의사분과 간호사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한 분이 오셨다.
곧 응급실로 오셔서 치료 검진비가 과할 수 있지만 현재 287000원으로 입원을 권유하셨다.

또 계속해서 보호자의 전화번호를 요구한다. 그건 필수사항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지금 내 상태는 안경도 없고 지갑도 없고 신발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열쇠도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우리 부모님 연락처를 모르는건 말도 안된다.

'없어요. 제가 사고를 당해서 이렇게 왔네요.'

겁이 났다. 내가 어떻게 되기 보다는 내 상태와 내가 사는 집 상태를 보고 우리 부모님께서
쇼크를 받으실까봐. 그다지 먼 곳은 아니지만 자식이 그런 상태로 응급실에 누워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 부모님 마음은 어떠실까...

그리고 내가 쏟았던 피는 턱에서 났던 피였고 한마디로 넘어진 거였다.
눈 검사하기 이전에 간호사분께서 거즈로 거길 덮어주셨고 피를 손수 닦아 주신거였지.
만약 그때 자고나서 이후로도 피가 계속 나왔다면 난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내 몸 안의 것들이 죽어라 싸워서 그걸 정리를 하고 그 전에 피를 멈추게 했었던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치료 거부를 하고 나는 나왔다. 아직 술이 깨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지인들한테 이야기를 했지만 응급실 가서 치료거부한건 처음 봤다고.

응급실 대기실 의자에 누워서 좀 있었다. 지독하게 졸렸으니까.
거기 전화받는 상담자분들이 나보고 깨라고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고.

아까 112 대원분이 말씀해주셨는데 별일없으면 데려다 주겠다고.
그 말을 했다. 병원측은 그러면 112 혹은 119에 전화를 하시라고.

전화기를 주네. 112에 전화했더니 이건 이런 완전 민폐도 없다.
정말 너무나 바쁜 분들께 '저 좀 데려다줘요.'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119는 더 친절한 말씀으로 '그 부근께 가는 차량이 있으면 도와드리겠지만 없네요.'

그리고 그 병원 응급실 전화받는 사람들은 아무말도 없었다.
'이 정도 기회를 드렸으면 스스로 해결을 해야죠.'
'먼저 택시를 타고 가서 결제를 하시는 쪽으로 하셔요,'

'아 이 근처에 큰 경찰지구대가 있으니 거기 한번 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저기 손을 좀 씻고 싶은데 화장실은 어디있나요.'

손을 씻고 나오면서 그때서야 처참한 내 몰골 전체를 보게 되었다.
눈 주위는 보라색 피멍이 아주 진하게 마치 팬더처럼 있었지.

또한 어제 입었던 내 옷이 아니라 윗도리는 다른 옷이었고
바지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채가 아닌가. (다행이 어두운 바지라 티는 많이 안 났다.)

앞에도 말했듯 내 수중엔 집열쇠 지갑 휴대폰 심지어 신발 안경도 없고 막막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지구대 위치를 묻고 거기 있는 물을 한잔 하고
(사실 한잔이 아니다 엄청 들이 부었다 내 생애 그렇게 목이 탄 적이 있었나.')

후에 알았지만 만약 과다출혈로 수술대에 오를것 같은 예감이라면 절대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지혈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터벅터벅 병원을 나오는 순간 햇빛의 밝음에 깜짝 놀랐고 그 처참한 몰골로
미쳤지 옆에서 담배피는 분들께 담배를 얻어피우러 다가갔다. 다들 쳐다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쩌다 이렇게 오게 되셨어요.' '폭행사건인가요?'
'아뇨 술먹고 넘어졌네요.' 믿지 않는 눈치다. 하긴 내가 생각해봐도.

자 이제 약 10분정도 걸어가야한다. 어제 먹은 술도 안깼고 정신은 몽롱하다.

(요즘 의사분들 많이 보이시는데 혼날것 같은 이 싸한 기분은;;;)

나머진 다음에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10/02 01:04
수정 아이콘
하...전편보다 더 감질나네요.
로랑보두앵
13/10/02 04:22
수정 아이콘
아 글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얼른 다음편 올려주세요 ㅠㅠ
오빠나추워
13/10/02 05:10
수정 아이콘
저는 글내용 보다 그 때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싶은데 변태인가요;;

진짜 넘어져서 그렇게 된건지 이유도 궁금하네요.
낭만토스
13/10/02 05:44
수정 아이콘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진희
13/10/02 09:06
수정 아이콘
왜..왜 그러셨어요;;; 으어;;
13/10/02 09:52
수정 아이콘
흉은 안 남으셨나요; 나으셔서 다행입니다;
Thanatos.OIOF7I
13/10/02 10:02
수정 아이콘
아......현기증나요 어서 올려주세요!!
13/10/02 14:24
수정 아이콘
출혈은 눈주위에서 있던건가요?
천만 다행이십니다
다리기
13/10/02 16:55
수정 아이콘
이거 왜 2편이 이렇게 늦게... 다음편도 한참이겠군요ㅜㅜ

그나저나 저 상태로 치료 거부를 하고 나오다니 덜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790 [일반] 상대가 들으면 무서울 노래들 [11] 눈시BBbr7242 13/10/02 7242 0
46789 [일반] 죽었던 기억 두번째 이야기. [9] 4425 13/10/02 4425 1
46788 [일반] 그대들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21] 노틸러스4806 13/10/01 4806 6
46787 [일반] 각 군계급의 기원 [14] swordfish8760 13/10/01 8760 11
46786 [일반] 운명을 지배하는 인간, 운명 앞에 쓰러지다 - 워털루 1815 (1) [9] 신불해8732 13/10/01 8732 12
46783 [일반]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영화 '스파이' (스포 조심) [28] 배려6114 13/10/01 6114 0
46781 [일반] 극장 공유자들(?) [42] tortured soul6395 13/10/01 6395 1
46779 [일반] 이 달에 본 책, 영화, 웹툰, 그리고 음악. 최고는 영화 <마스터> [4] 쌈등마잉5646 13/10/01 5646 1
46778 [일반] 홀로 설 준비를 한다는 것.. [55] 켈로그김6940 13/10/01 6940 11
46777 [일반] 10월 개봉 영화들... [38] Neandertal6913 13/10/01 6913 0
4677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데이비드 프라이스 9이닝 4K 2실점 완투승) [1] 김치찌개4161 13/10/01 4161 1
46775 [일반] 첫글 써봅니다. UPA외국잡지 전화영업의 예 [6] 토시기4787 13/10/01 4787 2
46774 [일반] 송지은/정준영/주원/영준/크레용팝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0] 효연짱팬세우실5017 13/10/01 5017 2
46773 [일반] 여자의 심리적인 학대. [55] Zygote11507 13/10/01 11507 8
46772 [일반] 첫사랑에 관한 글귀.jpg [11] 김치찌개5566 13/10/01 5566 1
46771 [일반] 새로운 내가 되는 143가지 방법 [10] 김치찌개5883 13/10/01 5883 1
46770 [일반] 연애, 그리고 결혼 [50] 7월6907 13/10/01 6907 6
46769 [일반] [영화공간] 내가 뽑은 한국영화 속 악역 캐릭터 Best12 [60] Eternity11456 13/10/01 11456 17
46768 [일반] 많은 위로주신분들 감사합니다 [28] 3등항해사6144 13/10/01 6144 -8
46767 [일반] 어디든지 가고 싶을 때 - 6. 남도해양관광열차 [23] ComeAgain11172 13/10/01 11172 -10
46766 [일반] [MLB] 포스트시즌 스타트!!! (2) - NL [24] HBKiD4556 13/10/01 4556 3
46764 [일반] [책 이벤트 후기] 내일로 후기와 함께하는 사진, 잘 찍고 싶다 책 이벤트 후기입니다. #1 (스압) [7] 강호동3196 13/09/30 3196 2
46763 [일반] 흔한 대북심리전 [32] 어강됴리7126 13/09/30 7126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