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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1 19:44:46
Name 배려
File #1 130816_003_01.jpg (308.8 KB), Download : 55
Subject [일반] 아무도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영화 '스파이' (스포 조심)


공짜 티켓이 생겨서 우연찮게 보게된 스파이. 주변에 본 사람이 있으면 같이 입이라도 털어보겠는데 주변에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어지간하면 이런 후기같은 것 남기지 않지만 보다가 정말 시간 아깝고, 체력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탈한 마음에 글 남겨봅니다.

1. 설경구의 힘?
주연 설경구는 유명한 전작 공공의 적 강'철'중에서 스파이 김'철'수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촌스럽고 투박한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역시 수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안타깝게도 강철중과 김철수는 극중 역할이 비슷해서일까요?(강력계 형사, 비밀요원) 꽤나 준수한 연기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역할을 몇 년 째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이젠 식상하고 지루하더군요. 각 캐릭터들의 성격까지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유머코드가 늘 뻔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경구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뻔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2. 조연의 힘?
고창석씨는 특유의 캐릭터로 잔잔한 재미를 줍니다만 정작 함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염사장 역할을 한 정인기씨죠. 정말 영화의 흐름을 잘도 끊어 드십니다. 중견 배우로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연기력을 보여주시는지 알수가 없더군요. 연기 자체를 못하는 건 아닌데 시종일관 극중의 캐릭터에 녹아들지 않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아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시는 위엄을 보여주셨습니다.
문소리씨(는 조연은 아닙니다만...)도 의외로 캐릭터와 잘 동화가 안되서 삐걱삐걱했던 걸 보면 애초에 디렉팅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3. 설정의 힘?
조잡한 설정 또한 곳곳에서 영화의 흐름을 끊어 먹습니다. 나름 현대물인데 나오는 설정들이 좀 심각하게 미래스럽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카메라 기능이 있는 안경 및 컨택트 렌즈 있습니다. 자동으로 상대의 외형을 분석해주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하겠는데 이놈이 무려 투시까지 합니다. 방사능이고 뭐고 떠나서 눈에서 x-ray가 나가요! 슈퍼맨도 아니고 말이죠. 이 기계로 한창 심각하던 상황에서 뜬금없이 문소리의 임신 사실을 분석해내고 급 훈훈해지는 연출은 이 영화의 백미죠(심지어 이 부분은 초음파 사진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추가로 강철을 뚫을 수 있는 레이저가 나가는 라이터,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는 도청기(마이크 어디있어 마이크)는 덤이구요.
스토리적인 부분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인데 극중에 등장하는 백설희는 뭐하러 그렇게 구하러 다닌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극중 역할이 모호한 건 둘째치고, 설경구가 힘겹게 구해놓고 다시 설경구가 사지로 끌고 들어갑니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경호원들이 총을 들고 있는데 말이죠. 고분고분 따라간 백설희도 참 이해 불가긴 합니다만... 근데 더 웃긴건 그렇게 무리해서 어거지로 끌고가서 하는 역할이 거의 없습니다. 

4. 미션 임파서블, 007, 트루라이즈의 믹스 앤 매치 실패?
미션 임파서블의 연출, 007의 초월적인 장비들, 트루라이즈의 스토리를 적당히 섞으려다가 그냥 곤죽이 되버린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북한을 스토리에 넣은 것?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곁가지로 넣어서 존재감도 없었구요. 사실 북한이 아니었어도 되죠. 연기 이상해, 연출 이상해, 설정 이상해, 스토리 이상해...

건진 것이라곤 스모키 메이크업 비스무리하게 하고 북한말로 매력을 철철 뿜어내던 한예리씨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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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1 19:46
수정 아이콘
설경구씨는 사업실패라도 하셨나 하는 생각이 드는 행보에요.
王天君
13/10/01 20:20
수정 아이콘
잘 팔리니까 그렇지요. 다만 시나리오 선택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프리랜서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jjohny=Kuma
13/10/01 19:47
수정 아이콘
정인기 씨 원래 연기 잘하시는 것 같은데, 왜 스파이에서는 그러셨는지 보는 내내 좀 의아했습니다.
설정 같은 부분은, 보고 있는 공돌이를 힘들게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특히 초음파사진 덜덜) 코믹영화이니만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봤습니다. 끄끄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 재밌게 봤습니다. 흐흐
13/10/01 19:50
수정 아이콘
초음파 수정하고 있었는데 그새 댓글이 달린. 덜덜덜.
jjohny=Kuma
13/10/01 19:5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제가 잘못 이해한 건지 설정이 엉성했던 건지...)
둘이 같이 불임클리닉 갔다가 바로 출장 갔던 것 같고 그 사이에 시간도 별로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불임클리닉에서는 임신 사실을 몰랐던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임신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정자 검사부터 하려고 했던 건지... 아니면 영화에서 시간이 꽤 흘렀다는 점을 제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13/10/01 20:00
수정 아이콘
저도 이상하긴 했지만 불임클리닉에선 그냥 설경구 혼자 불임체크만 한 걸로 스스로 설득.
jjohny=Kuma
13/10/01 20:02
수정 아이콘
역시 따지고 들어가면 지는 영화...

여담인데 불임으로 힘들어하시는 부부와 같이 봤는데, 아내분께서 문소리에게 어마어마한 감정이입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문소리 위험한 장면 나올 때마다 '저러면 안되는데 애기 위험한데 ㅠ_ㅠ'
wish buRn
13/10/01 20:05
수정 아이콘
광고보고 왠지 망할꺼란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망했나보군요.
역시 안보길 잘했어;;
13/10/01 20:05
수정 아이콘
이영화는 갈갈이패밀리 보러 가는 마인드로 임해야 하는 영화 아니던가요? 크크
그래야 그나마 좀 웃고 나올수 있던데요.
똘이아버지
13/10/01 20:13
수정 아이콘
재밌게봤네요
에위니아
13/10/01 20:13
수정 아이콘
그냥 어느순간부터 트루라이즈만 생각났습니다.
Cynicalist
13/10/01 20:17
수정 아이콘
그냥 가족들과 킬링타임용으로는 좋더라고요
13/10/01 20:27
수정 아이콘
설경구씨 감시자들에서 힘뺀 연기가 꽤 신선하고 괜찮았는데...

왜 다시 강철중의 이미지로 돌아가는 건지 좀 아쉽군요.
세이밥누님
13/10/01 20:53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어머니랑 동생이랑 보고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보기에는 좋더라고요. 어머님도 관상보다는 스파이가 좀 더 가볍고 재밌었다라고 하시던데 크크
커피보다홍차
13/10/01 20:57
수정 아이콘
음... 설경구씨는 다보고나니 참 캐릭터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촌스러운 극중 이름이나, 공무원이며 적당한 액션씬을 한다는 것. 설경구라는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느껴졌습니다.
나머지 배역들이야... 한예리씨는 전작 코리아에서도 그렇고 북한여성연기를 참 잘하더군요. 다음 작도 기대됩니다.

그리고 설정은, 굳이 저런 설정은...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추석을 노린 가족...영화라 생각하고 생각을 놓고 봤습니다.
명절'킬링타임'으로 이만하면 수작이지요. 이것저것 생각않고 재밌었습니다.
비타민C
13/10/01 20:57
수정 아이콘
신기할 정도로 이번 추석에 영화 개봉을 안하더군요... 그래서 흥할줄 알았는데...
긍정_감사_겸손
13/10/01 21:25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공감하지만 그래도 웃기긴 하더군요.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빵빵터지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뭐 그렇게까지 웃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분들 개그코드에 맞는듯?
워낙에 망작들이 많아서 데이트용으로 아무 기대없이 보기엔 나름 괜찮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하..빨리 군도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믿고보는 하정우!
13/10/01 21:43
수정 아이콘
정말 이렇게 한치의 예상도 틀리지 않는 영화는 오랫만이더군요. 저도 저 북한처자는 좀 신선합디다.
삼겹돌이
13/10/01 22:01
수정 아이콘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좀 심한말로 쓰레기에 가깝지만
개별 에피소드로 보면 연기도 괜찮고 나름 장면 장면 괜찮더라구요
개콘에 나오는 꽁트 보는 느낌으로 보셔야할듯하네요
미라이
13/10/01 22:05
수정 아이콘
포스터라던가 팜플렛 등 홍보문구를 보면 관상은 웰메이드영화처럼 보이고 스파이는 조금은 덜 그래보입니다.
그게 관상과 스파이의 흥행성적의 차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전 둘다 안봤지만 둘 다 본 사람들 얘기로는 의외로 연출적으로는 관상이 더 별로라는 평도 있더라구요.
피지알에서도 평을 보면 두편다 취향에 따라서 만족도가 비슷한 것 같은데, 스파이의 포스터는 정말 너무 아닌것 같아요.
13/10/01 22:23
수정 아이콘
큰 기대하지 않고 웃기겠다~ 라고 생각하고 보기에는 재미있었습니다
콩지노
13/10/01 22:28
수정 아이콘
전형적인 한국식 킬링타임영화였습다 문소리씨믿고 봤는데 흑
김미영팀장
13/10/01 22:32
수정 아이콘
문소리씨는 괜찮지 않았나요? 볼게 없어 어차피 큰 기대 없이 본 영화라 큰 실망도 안했네요.
어제 본 히든 카드보단 오히려 나은 것 같아요.
오빠나추워
13/10/02 04:10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다면서 꼭보라던데.. 안보길 잘한건가...
다반향초
13/10/02 05:59
수정 아이콘
실컷웃다 나왔는데요 재밌었습니다
superiordd
13/10/02 12:36
수정 아이콘
3백만 돌파했네요. 망한 영화는 아니겠네요.
WhySoSeriuS
13/10/02 17:01
수정 아이콘
백설희가 있으면 핵무기를 제조 할 수 있다고 영화에서 친절히 설명 했었죠.
13/10/02 21:07
수정 아이콘
이걸 분명히 보긴 봤는데 TV에서 언제 해줬지? 하고 찾아보니 추석연휴 때 부모님 모시고 갔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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