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즈음 꾼 꿈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지생활을 한학기 하고나니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겁더군요.
그동안 신입생의 기쁨, 자유를 만끽하고 동아리, 동문회어느하나 빠지지 않고 즐기려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학생의 본분 중 하나가 공부라 학업으로 아예 내려놓지는 않았고, 그래서 한손에는 B 학점을 받은 성적표를 가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가다가 날이 더워 어느 연못가에서 앉아 쉬려는데, 나무 뿌리에 다리를 헛디녀 그만 성적표를 연못에 빠드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날도 더운데 시불시불. 뭐 고등학생도 아니고 성적표를 꼭 집에다 갖다드릴 필요가 있나, 저걸 어떻해야해?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못의 산신령이 나타나 '이 성적표가 네것이냐?' 하는 물음과 함께 종이 한장을 제게 건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기에는 F가 한가득 써진 성적표가 있었습니다. 하여 저는 '뉘신지 감사하오나 이것은 제것이 아닙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산신령이 이번에는 D가 한가득 써진 성적표를 내밀며 '그럼 이 성적표가 네것이냐'라고 묻는것 이었습니다.
내가 무슨 이런 동화같은 일이 벌어지나 하면서도 '아닙니다 그것도 제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지요.
그다음으로는 C가 가득 써진 성적표를 내미는겁니다.
이 상황에 살짝 골이난 저는 '이래뵈도 한학기 열심히 수강하였습니다. 그것보단 성적이 좀 높습니다. '라고 답하였지요.
그러자 산신령님이 '니가?'라는 표정과 함께 A가 써진 성적표를 내밀었습니다.
물론 원래 제 것보다 높은 학점의 성적표였지만, 솔직히 남들 다 받는다는 A+하나 못받은 부끄러움에 '그것도 제 성적표가 아닙니다'라고 양심선언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신령님은 진짜 제 성적표를 확인하시고는 '허허 매우 정직한 학생이로구나 내 상으로 이 성적표를 모두 너에게 주마'라고 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A+B+C+D+F)/5=C로 평점이 B에서 C로 떨어진 성적표를 들고 투덜투덜 대며 다시 터덜터덜 고향집으로 향했더랬습니다.
덧) 실제로 꿨던 꿈을 살짝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