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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10 22:53:45
Name minime
Subject [일반] 민주적 리더십은 가능한가
선거의 계절이다 보니,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리더십이란 어떤 걸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리더십을 분류하는 방법은 많지만, 권한을 얼마나 위임하느냐, 의사결정에 남의 말을 얼마나 경청하느냐에 따라 한쪽편에 독재적 리더십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민주적 리더십이 있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민주적 리더십일 것입니다.
청렴하고 겸손하며, 모든 계층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첨예한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주며, 국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지도자. 생각만 해도 뿌듯합니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이런 리더십이 현실에서 성공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저는 미국 정치인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 하면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아직까지 오바마는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 높던 인기는 취임 후 계속 떨어졌고, 최근 분위기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재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고, 무엇보다 나라 경제는 엉망인데 여소야대 의회에 붙잡혀 뭐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어느 미국 언론에서 "한때 미국의 자랑이었던 초당적(bipartisan)이라는 단어를 부끄럽다고 여기는 시대가 됐다"고 개탄하는 글귀를 본 적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미국이 자랑하던 그 위대한 대통령들은 왜 씨가 마른 걸까요? 워싱턴, 제퍼슨, 아이젠하워, 루즈벨트, 케네디,  레이건처럼 임기 중에 높은 지지를 받고 죽은 후에도 존경받는 지도자가 왜 더 이상 나오지 않는걸까요?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뀐 시대에는 더이상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않은 생각까지 듭니다. 민주적 리더십이란 구성원 다수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로 지탱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과거 민주적 리더십으로 성공했던 지도자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외부의 적입니다. 영국이나 독일, 쿠바, 소련 같은 적들이죠.
외부의 적 외에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입니다. 라디오만 있던 루즈벨트 시절에는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케네디가 이 시대에 살았다면, 아마 마릴린 먼로와의 스캔들로 청문회에 올라 어떤 식으로 관계를 했는지 낱낱이 까발려졌을 겁니다. 미국 폭스뉴스나 보수적 성향의 라디오를 틀면 하루 종일 오바마를 '까는' 방송을 접할 수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모르고 넘어갔거나 쉬쉬할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사실과 거짓들이 너무나도 쉽게 생산되고 확산됩니다. 이런 시대에는 예수가 오셨어도 까였을 거라는 얘기가 농담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결국, 이 시대의 리더는 끊임없이 공격받고 조롱받고 갉아먹힙니다.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운명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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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2/08/10 22:57
수정 아이콘
공화당 인재풀이 워낙 병맛이라 오바마 재선은 무난한 거 아니었나요??
쎌라비
12/08/10 22:58
수정 아이콘
10프로 내외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구요.
jagddoga
12/08/10 23:29
수정 아이콘
네 확실한건 누가 대통령이 되던 그 사람은 엄청 까일꺼라는거는 동의 합니다
앉은뱅이 늑대
12/08/11 01:17
수정 아이콘
오바마의 재선은 낙관하기 힘든 분위기로 알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처한 지금 상황이 오바마의 리더십 유형에 따른 결과는 아니죠. 세력관계의 문제이지.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면 독재적 리더십이란 이야긴데 그건 더 까일 거리가 많죠.
시대가 이미 독재를 허용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민주적 리더십의 반대되는 개념이 독재적리더십이라고 보긴 그렇군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적절한 반대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언제나 인기있는 리더십 중의 하나이긴 하죠.
12/08/11 11:51
수정 아이콘
댓글들이 산으로 가서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반적인 리더쉽의 유형에 대해서도 좀 더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리더쉽'에 대해서라면 단순히 스펙트럼이 다양한 걸 떠나서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저도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은 '당연'하다고들 생각하는데 세상에 당연한 게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지금 이 체제가 민주주의인지도 별로 당연하지 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정부가 '자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구성원인 사원들이 기업의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지 못했거든요. 기업에는 민주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가 참 좋은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재 있는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체제가 공고해져서 마치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수많은 것들이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던 건 아니라는 걸 알게해주죠. 특히나 사회 체제에 관한 부분이라면 저는 역사를 살펴보면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3시26분
12/08/11 15: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설득력 있는 글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제 생각을 첨언하자면,
꼭 정치가 아니라도 사회 거의 전 분야에서 말씀하신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 줄어들고 있죠.
즉 한 두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에서 점차 개별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치에서는요.
단순히 효율성 하나만 놓고보면 말많은 다수보다 소수의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 이끄는 방식이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시대가 변했기에 이런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게 많이 증명되었죠. 예를 들면 MB 요정설 ? 크크

아무튼 저처럼 먹고살기 바쁜 서민은 그냥 막연히 변한 시대가 이전보다 나을거라는 희망만 가지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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