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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03 22:50:58
Name 고마유
Subject [일반] 봄에는 타이밍.

1.
이제는 조금 짬이 되는 학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학기 복학생으로 환생한 저는 그런 와중에 어린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들으며 동기보다는 후배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더불어, 남자 동기들은 이제 전역하지 않은 친구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다들 이제 복귀를 마쳤습니다.
허나 여자 동기들은 고학년이 되어버려 수업 이외에 단지, 세월을 함께하는 정으로 가끔 밥이나 먹는 사이로 전락하게 될 수 밖에 없더군요.
그중에 한명의 여자 동기는 시나브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2.
같은 동기라도 그렇게 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복학하고 기회가 조금씩 생겨서
짜잘한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나 일상에 관해 카톡을 주고 받다보니 보지 못했던 매력이 하나둘 엿보인다고 말해야할까요..?

하지만 제가 호감이 생긴다해서 좀 더 다가가기엔 둘 사이 관계의 관성은 멈춰버린지 오래입니다.
그 굴레를 늦게나마 굴려보고 싶지만 몇 년 간 굳어진 관계는 더 발전하기엔 힘들어 보이기도 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웬 종일 그아이만 생각하며 멍때린 것도 아니고, 간절하지도 않았습니다.
잠깐 울적해질 때 그아이를 생각하면 살짝 미소지을 수 있는 정도의 풋풋한 마음이 전부였습니다.

3.
그아이가 이번 달 교직이수 단계 중 교생 실습을 나갔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떤 지 물어도 잘 만족하고 참으로 적성에 맞다고 합니다.
하루하루 힘들지만 즐겁게 배우고 실습하며 잘 생활하는 것 같아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고학번이 되어버려 서로 한꺼번에 얼굴보기 힘든 동기들이 으쌰으쌰해서 회식을 한 번 가졌습니다.
그아이는 처음엔 못한다고 하더니 당일날 저에게 연락이 와서 어디냐 나도 간다며 번복을 하더군요.
그렇게 그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도 유독 그 아이와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꽃이 피어나던 중에 연애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그아이는 지금 현재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며 그 이외에는 나중에 알려준다며 부끄러운 미소로 입을 닫았습니다.
이 날 그아이의 어여쁜 모습은 풋풋한 마음에 불을 지피도록 저게 확신을 주었습니다.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4.
그아이가 한달간의 교생실습이 끝나고 이제 덜 바빠진 것 같아 그동안 나중에 얘기한다며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싶어 저녁약속을 잡았습니다.
근래 유독 연락이 자주 오가서 어쩌면 이번 기회로 더 좋은 사이로의 진전이 가능한 만남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하고 기대도 했습니다.
'밥을 먹고 술을 한잔 걸치며 살짝 마음을 비쳐보이는 게 좋겠지', '손을 슬쩍 잡아볼까', '이번에 만나고 나중에 어딜 놀러가자 해볼까.'.....

그리고... 바로 오늘, 모든 얘기를 다 시원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제 사흘이 되었답니다. 상대는 교생 실습한 학교의 나이차이가 별로 안나는 기간제 교사라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맘에 들어서 다가가서 까불다가 교생 마지막 날에 조금의 용기를 내서 석줄의 쪽지를 건내고 주말에 연락을 받고 두 번의 만남을 가지고 사귀게 되었다고 다 말해주더라구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참 좋은 사람이고 그녀랑 잘 어울리는 남자라고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토르가 나타나 해머로 머리를 한대 친듯 했습니다. 하지만 애써 끝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능글맞게 둘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오고간지 물어보고, 서로의 미래 계획을 나눴습니다. 의외로 표정관리가 잘되는 제 스스로가 놀랍기도 한 순간이며, 애초에 김칫국을 마신 걸 생각하며 쓴웃음도 지게 되더군요.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기엔 너무 멍청해보이고 애석할거같아 여기에 나마 넋두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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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3 22:59
수정 아이콘
진짜 타이밍이라고 밖에는;;
정말 아쉽겠지만, 힘내세요 언젠간 진짜 '봄'이 올 수 있습니다
사티레브
12/05/03 22:59
수정 아이콘
캡틴의 방패가 멘탈에 있으셨나봅니다
다음에 좋은분 또 있으시겠죠
Bequette
12/05/03 23:10
수정 아이콘
댓글의 댓글(?)보니까, 그아이가 아니라 누군가를 좋아하는 상태의 예쁜 마음을 가진 아무 처자.를 좋아하고 그런 모습에 반했던 거 같아요.
(이말이 이해가, 위로가 되길...)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예뻐 보이는 사람은 얼마든지 나타납니다. 힘내세요. (왠만하면 '안생겨요'를 외치지만.. 이런 글보면 농담이 안나오네요...히히;;)
12/05/04 01:25
수정 아이콘
그래도 다행이네요. 손을 슬쩍 잡기 전에 그쪽에서 말해준게...크크. 마음이란게 누구에게든 바깥으로 한두번씩 꺼내놓다보면 안에 있을때의 크기보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물론 저보다 멘탈이 강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전역하신 직후라면...역시 후배쪽에 신경을 쓰시는건 어떠신지.크크
이말 하니까 나의 수지를 탐하려 했던 건축학개론의 선배자식이 문득 생각나는것이...
할튼 수지처럼 예쁜 분 만나세용~ [m]
니누얼
12/05/04 15:08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기에게 연락해보지만....역시나 안생겨요.
좋은 인연 만나실꺼예요~!! 화이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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