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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3 06:28:04
Name 곰주
Subject [일반] 직업병은 딴사람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내 눈의 서까래는 못보더라
1.
한동안 시계이야기로 글 몇개 싸지르고는 숨어지내다가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글을 적게된 계기가 좀 전에 있었던 절름발이이리님과의 유쾌한(저만 그렇게 느낀건지? ^^) 댓글대화때문은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저를 아시는 분은 이제 거의 없겠지만...(하... 많이들 떠나셨네요)
저는 현재 미국에 있는 모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학생입니다. 심폐생리학쪽을 공부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점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건대 (Public Health) 소속이다보니 의대/생물학과인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연구에 대하여 상당히 다르게 접근합니다.

예를들어, A라는 질병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면
의대/생물학과 -> 무슨 효소(enzyme) 혹은 단백질 (protein)이 어떻게 관여하는가?
보건대 -> 그거 사망률 (mortality)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어떻게 되냐?

라고 시작이 되는경우가 허다하지요. 아, 물론 저는 보건대 속에서도 상당히 의대와 관련된 쪽이라 (지도교수가 의대소속이라)
현재 실험실에서 열심히 쥐만 잡고 있습니다!
(쥐만! 쥐를! 이놈의 쥐쉭히! 얌전히 죽으라고!!!!)

와이프(이런 남자한테도 넘어오는 너란여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도 하필이면 이쪽 (공부하는쪽.. 취업이아닌)
에서 있는데다가, 저보다도 월등히 빠르게 모 대학에서 박사후연구과정 (포닥; Post-Doc)을 열심히 하고 있지요.
최근에 상당히 좋은 논문을 내는 바람에 (한빛사에도 등재되다니!!!!) 저랑은 격차가 너무 벌어졌지만... 크흑!!

뭐, 어쩌다 보니 와이프 자랑을 하게 됬는데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팔불출이면 어떠하리요... ^^;)


2.
친구들중에 어느새 S그룹 반도체분야에서 과장이되고...I기업에서 내년이면 과장이라네 뭐라네....

이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사실 저도 모르게 기가 죽어요.
친구들은 벌써 사회에 진출해서 잘 사는데...
(+거기다 들려오는 제 친구는 벌써 교수임용이 되서 한국으로 들어가고.... ㅠㅠ)


나는 아직도 이게 뭐꼬....크흑!


그 사회생활하는 친구들과 카카오톡 (요즘은 뭐라더라... 마이피플? 깔아놓고도 뭔지 몰라서....)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친구들이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너는 어케 요즘 소심해 졌냐."
"왜이렇게 쫀쫀해졌냐."
"꼰대가 다됬구나."

왜그렇게 생각할까?


그러던 와중에 밑글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갑작스럽게 드는 생각.

박사과정을 하면서, 내 머리속에는 어느새
"A -> B -> C 라고 전개되는 과정중에 하나라도 miss가 생기면안 되"라고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

아니 좀더 다르게 말하자면 직업병이 생긴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박사과정 혹은 박사인 분과 자리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가다 만나는 분 중에는

자신의 전공분야 / 연구에 적용되어야할 태도가 평소 행실에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야기 했던, "Nerd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에 동의하며,
결코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을 비판하려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런 행동을 보이시는 분들중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남 혹은 어떤 상황을 평가하는 사람이

간혹에 간혹가다 (마치 대부분의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맛집이 나오는 확률마냥?) 있는데, 그런경우는 저도 상당히 심히 부담스럽기도 하지요.

저도 간혹에 간혹가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잣을 날리기도 한답니다.
(생활예문: 1. 오늘 날씨 아주 잣같죠?  2. 쥐가 잣같이 안죽으니까 약을 더 넣어야 겠네요?)


근데,

아...내가 나도모르게 그렇게 되가는 건가...
그리고 이게 말로만 듯던 직업병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니, 와이프랑 이야기할 때도

"논리적"이라는 미명하에 대화를 전개하다 많은 다툼도 생기더군요.


논리라는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생활에는 상식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구나.....라는 이 우스울 정도로 당연한 말을!!!!!!



이제사 갑자기 깨달아 버렸습니다. (돈오!!!! 생각나는 단어!!!!)

이자리를 빌어 절름발이이리님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4.
실제로 실험실에 그런 연구교수 (Research Associate)이 있답니다.
중국 여자분인데... 아흑... 힘들긴 힘드네요. 정확하게 그런 성향을 가진 분이거든요.

그냥 이렇게 생각할랩니다.


"아... 저사람처럼 되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나한테 보내주셨나보다."

라구요. 전공스러운 말로 표현하자면 negative control이라고 해야하나요?




으악~~~~!!!




물론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 잣을 받아라!!!     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잣!!!



written by 곰주

추신> 현재 공부하고 있는 모든 박사과정, 석사과정, 학부과정 여러분, 힘냅시다!!!!
           (사회생활 하시는 분들도 힘드시지만, 제가 감히 힘내라 말할 수가 없....에잇! 힘내세요!)

           고등학생여러분~~~ 진정한 공부는 대학교 때부터 랍니다~~~ 잇힝~!!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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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처럼
11/10/13 06:47
수정 아이콘
크크 재밌게 글을 읽었네요
쥐가 잣같이 안 죽는군요... 크

참 '잣'은.. 제 일생생활에 좀 차용하겠습니다 크크 [m]
승리의기쁨이
11/10/13 07:44
수정 아이콘
오늘 여기의 날씨는 잣같지 않네요
글 재밌게 읽었어요 ^^
또 올려주세요
11/10/13 08:19
수정 아이콘
근데 곰주님이나 이리님이나 논리학을 공부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언어학을 하신 것도 아닐테고...
논리학과 언어학을 넘나드는 댓글논쟁(?) 잘 봤습니다.
싸이유니
11/10/13 09:57
수정 아이콘
추신이 인상깊네요...
절름발이이리
11/10/13 11:39
수정 아이콘
흐흐.. 환경이 사람 바꾸는게 참 무섭습니다. 저도 처음엔 문돌이로써 문돌이적 성향이 강했는데, 공대 환경에 가니 사람이 엄청나게 변하더군요.
켈로그김
11/10/13 11:45
수정 아이콘
직업상.. 누군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나친 환대, 이유없이 반가워하는 기색, 뭔가 부탁이 있을것 같은 표정을 보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ㅡㅡ;

심하게 진행되면 고르고13이 될지도..
"내 뒤에 서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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